‘더위 먹은 소, 달만 봐도 허덕인다’는 속담이 있다. 한낮 태양이 너무 뜨겁다 보니 밤에 달만 봐도 놀란다는 말이다. ‘칠월 저녁 해에 황소 뿔이 녹는다’는 것도 비슷하다. 선선해야 할 저녁에 너무 더워서 뿔이 녹을 지경이라는 뜻이다. 이처럼 밤에도 무더위가 지속되는 현상이 열대야다. 원래 일본의 한 수필가가 만든 단어인데, 일본 기상청이 ‘하루 최저기온 25도 이상인 날’로 정의하면서 기상용어가 됐다.
우리나라도 그걸 도입해 쓰다가 2009년 기상청이 기준을 재정립해 ‘밤 최저기온 25도 이상’으로 바꿨다. 하루 최저기온을 잣대로 할 경우, 저녁부터 새벽까지 25도 이상을 유지하다가 아침에 24도를 기록하면 열대야가 아닌 것으로 판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열대야는 주로 장마가 끝난 후인 7월 말~8월 중순에 생긴다. 이 시기에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발달해 한반도 상공을 뒤덮어서다. 특히 습기가 낮 동안 태양열을 흡수했다가 밤에 방출하는 게 주된 요인이다. 습기가 없는 사막에서는 밤에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걸 생각하면 알기 쉽다.
엊그제 부산에서 열대야가 올해 처음으로 관측됐다. 이는 최근 5년간에 비해 최대 보름 일찍 나타난 것이고 지난해보다는 닷새 빠르다. 올해 본격적인 무더위가 조금 늦게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더 실감이 난다. 이런 까닭에 올 여름은 사상 최장의 무더위가 될 전망이라니 걱정스럽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폭염·열대야 일수가 갈수록 늘어난다는 점이다. 국립기상연구소의 미래 예측에 따르면 1981~2010년 3.8일인 연평균 열대야 발생이 2011~2040년에 6.1~8.9일, 2041~2070년에 14.8~25.5일, 2071~2100년에는 22.1~52.1일로 증가한다. 지구온난화(기후 변화)의 완만한 혹은 급격한 진행이란 두 시나리오를 반영한 내용이다. 특히 6대 도시 중 부산의 증가 일수가 가장 클 걸로 예측된다고 한다. 현재대로 가면 부산은 2100년에 열대야 일수가 연평균 최대 72일에 이른다는 얘기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기후 변화를 피할 수는 없다고 해도, 그 시계가 더 빨라지고 제어불능 상태로 둬서는 미래가 암울할 수밖에 없다. 불청객인 열대야가 일찍 나타난 게 달갑지 않은 이유다. 아무래도 기후변화 요소를 최대한 줄이고 대비하는 게 상책이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