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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남북철도 복원 사업에 거는 기대 /홍순권

제국주의 지렛대였던 한반도 종단철도 연결

남북 철도협력사업으로 부산 도시기능 회복하길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7-11 19:23:18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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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열린 북미 정상회담 이후로 남북관계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정치·경제적 지형의 급격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단계에 들어선 것은 아니지만, 판문점선언의 실행을 위한 실무회담이 진행되고 있고, 그에 따른 남북경협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의제가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다.

남북 협력의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민족 분단 이후 단절되었던 경의선, 동해선의 복원과 같은 철도협력사업이다. 최근 철도·도로·산림 협력을 위한 남북 간 공동연구가 추진 중에 있다는 언론 보도에 이어 새삼 남북을 잇는 한반도 종단철도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한반도에 철도가 처음 들어선 것은 1899년 완공된 경인철도이지만, 한반도 종단(종관)철도의 시발은 1904년 12월 완공된 경부철도이다. 당시 러일전쟁에 한창이던 일제는 부산에서 서울을 잇는 경부철도의 완공에 앞서 군용 목적으로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경의철도를 서둘러 착공해 1906년 4월 개통했다. 이로써 부산에서 신의주로 이어지는 한반도 종단철도가 완성됐다. 이제 부산에서 출발한 한반도 종단 열차는 안봉철도(안동~봉천 노선)와 연결되어 만주를 거쳐 중국 대륙으로 향할 수 있게 되었다. 일본에 의한 경부선·경의선의 부설 자체가 애초부터 대륙 진출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
20세기 초부터 일본에 의해 한반도에 부설되기 시작한 철도는 ‘신문명의 이기’로 찬양되었지만, ‘국방공위(國防共衛), 경제공통(經濟共通)’이라는 일제의 철도 정책 슬로건이 보여주었듯이 경제적 수단이기에 앞서 군사적 목적을 지닌 제국주의 팽창의 지렛대이기도 했다. 당시 만주 지배를 두고 일본과 경쟁하고 있던 러시아 역시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확장하면서 최초로 중국의 변경에 병력을 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맞서 제안된 북경과 봉천(현 심양)을 잇는 경봉철도의 부설은 영국과 일본이 러시아의 시베리아 철도 부설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 민족이 일본의 침략을 받고 있던 시기 한반도와 중국에서 철도 부설을 둘러싸고 제국주의 열강들이 각축하고 있었다.

부산을 시발점으로 하는 또 하나의 한반도 종단철도는 동해선이다. 동해선은 1930년 부설이 시작되어 1935년 부산~울산 노선(동해남부선)이 개통됐고, 1937년 함남 안변과 강원도 양양 간 노선(함경선, 동해북부선)이 개통됐다. 이후에도 두 노선을 연결하기 위한 공사가 계속되었으나, 일제의 패망으로 중단됐다. 해방 이후 남북 분단으로 동해선은 완공을 보지 못한 채 지금에 이르렀다. 이제 남북 간 철도협력사업으로 동해선 부설 공사가 재개되어 동해안 남북 종단철도가 완성되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작하는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연결되어 대륙을 향한 또 하나의 관문이 열리게 될 것이다.

20세기 제국주의 시대 철도는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와 식민지 민중의 저항을 역사적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특히 일제의 식민지 지배하에 있었던 우리 민족에게 대륙 철도는 뼈아픈 역사적 상흔이 새겨져 있다. 멀리는 1909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작된 동청철도가 끝나는 하얼빈역에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사건이 있었고, 중일전쟁 이후 만주의 거미줄 같은 철도망은 징병, 징용의 민족적 한이 서려 있으며, 1930년대 연해주 카레이스키 ‘고려인’들이 스탈린 통치하에 중앙아시아 강제 이주를 당할 때도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이용됐다. 장차 남북 간의 철도 협력사업이 제대로 완성되어 유라시아 대륙 횡단철도와의 연결이 현실화된다면 이것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효과도 엄청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남북의 철도 연결은 단순히 남북 간의 교통망 복원 차원을 넘어서 유라시아 대륙과 한반도를 연결하여 물류와 인적 교류의 거대한 흐름을 낳을 것이고 이 흐름은 다시 해운과 연결되어 커다란 경제적 시너지 효과를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남북철도 협력 사업으로 인한 경제적 시너지 효과로 부산이 큰 수혜를 보게 될 것이라는 점도 예측된다.

한반도 종단철도의 남북연결은 분단으로 70여 년 동안 봉쇄되었던 남의 대륙성을 복원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해양과 유라시아 대륙을 연결해 부산이 지닌 본래의 도시적 기능을 회복하는 역사적 의미도 있다. 부산은 명실상부하게 21세기 유라시아 대륙 실크로드의 시점이자 종점으로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어두웠던 시기 제국주의 세력의 대륙침략 관문이 아니라 동아시아 평화와 경제적 번영의 관문으로서 기능하게 될 부산을 상기하면 남북철도협력 사업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한층 더 커진다. 마음은 벌써 부산발 파리행 열차에 몸을 싣고 지난 세기 고려인들이 갔던 그 길을 따라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노니, 이 어찌 나 혼자만의 희망이겠는가.

동아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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