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에서 정신장애인의 사람살이를 거드는 의미 있는 일을 하지만 가슴이 답답할 때가 많다. 정신건강 증진 및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으나 지역사회에서 정신장애인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서비스 체계가 오랜 기간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2016년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전 국민의 25.4%가 평생 한 번 이상의 정신질환 유병률을 보인다. 지난 1년 동안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사람은 약 403만 명으로 추산된다.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이 2014~2016년 1인당 지역사회 정신건강예산을 조사한 결과 전국 평균은 2014년 2936원, 2015년 3349원, 2016년 3657원으로 조사됐다. 3년 연속 전국값보다 높은 시·도는 서울 광주 대전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제주도로 나타났다. 반면 부산은 2014년 2274원, 2015년 2548원, 2016년 2757원으로 전국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 정신재활시설은 전국적으로 349개소 설치·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서울 118개소, 경기 50개소에 비해 부산은 13개소에 그친다. 제2 도시라는 말이 무색하다.

부산시 인구(내국인)는 현재 346만5407명이며 등록 정신장애인 수는 8078명이다. 그러나 다른 장애와 달리 정신장애는 편견이 심해 장애등록비율이 매우 낮은 편이다. 하지만 현재 부산 13개 정신재활시설 총정원은 441명에 그친다. 정신장애인의 사회 복귀를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기장군과 강서·동·북·사하·중구는 정신장애인의 서비스 접근성이 낮아 어려움이 크다.

지역사회 정신건강사업에 대한 요구와 중요도가 높아짐에 따라 정신장애로 고통받는 부산 시민을 위한 정책이 적극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구·군별로 이용시설과 공동생활가정 1개소 이상(현재를 기준으로 이용시설 7개소 추가, 공동생활가정 12개소 추가)설치·운영돼야 한다.

부산 서구 아미정신건강센터는 BNK부산은행과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정신장애인의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정신장애인 행복한 보금자리 B:행(정신장애인 체험홈)’사업을 지난 1월부터 시작했다. 변화하는 생활 패턴에 맞춰 새로운 형태의 주거를 지원하는 등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 확대를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정신장애인 공동생활가정을 운영하기 위해 건물을 신축했으나 주민 반대를 우려한 보건소의 만류로 신청 서류를 접수하지도 못한 안타까운 사례도 있다. 공공과 민간이 함께 집단 지성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사회복지 공약 제안을 위한 ‘복지 부산 요구대회’가 지난 5월 30일 벡스코에서 열렸다. 각 정당 시장 후보에게 부산사회복지단체연대가 ‘시민이 누리는 복지 부산’ 6대 비전 12대 공약 24개 추진 의제를 제안한 바 있다. 인권 존중을 위한 제도 마련의 노력으로, 추진 의제 12-1이 정신재활시설 확대 설치이다. 2016년 정신건강복지법이 개정되어 2017년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일반적인 장애인 지원시스템보다는 정신장애인 분야가 상대적으로 소외돼 법에 명시된 복지서비스 제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신장애인의 인권 수준은 그 나라 인권 수준을 대변한다.

올해 2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신장애인의 복지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지자체 조례를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 정신장애인이 사회복지관 같은 복지시설을 제대로 이용하기 힘들게 제한하거나 퇴장을 가능하게 하는 조례는 평등권을 침해한다. 하지만 현재 총 74개 기초자치단체에서 128개 시정 조치가 필요한 운영 조례가 시행되고 있다. 부산시 노인종합복지관과 일부 종합사회복지관의 운영 조례에는 정신질환이 있는 자의 이용 제한이 명시돼 있다. 지역 사회에서 정신장애인들이 한 사람의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법률적 정비가 함께 진행돼야 할 때다.

민선 7기 부산시장의 실천 의지가 필요하다. 그래야 보편적 인권 증진이 보장되는 제대로 된 ‘포용적 복지국가’ ‘시민이 행복한 부산’이 될 것이다.

송국클럽하우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