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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가덕도 신공항을 보는 두 시각 /변영상

“지방선거 승자라고 국책사업도 뒤집나” 마땅한 비판이지만

백년대계 차원에서 달리 볼 측면도 있어

  • 대기자 bys@kookje.co.kr
  •  |   입력 : 2018-06-28 19:05:00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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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머리가 지끈거려 온다. 공약으로 들고나올 때부터 ‘저 난제 중의 난제를 어떻게 풀려고…’하는 생각이 들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벌써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현실적으로 민감하고, 다루기 어렵고, 해법을 찾기 쉽지 않은 문제임은 과거 10년의 과정에서 지켜봐 온 터다. 그럼에도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이 마치 복잡하게 꼬인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잘라 풀듯 가덕도 신공항을 속전속결로 재추진하고 나섰다. 시민들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스스로 시험대에 오른 그가 대담하다면 대담하고, 무모하다면 무모하다. 시장 취임도 하기 전에 분란부터 만드는 모습이 짜증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같은 여당의 김경수 경남도지사,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인도 가세했으니 ‘공약(空約)’으로 흐지부지될 가능성은 희박해진 것 같다. 3인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동남권 관문 공항’에 걸맞은 신공항을 만드는 데 공동 태스크포스를 꾸리기로 협약한 것에는 뭔가 배경이 있어 보인다. 표현은 ‘동남권 관문 공항’이라 했지만 해석되기로는 가덕도 신공항이다.

일단 여론은 좋지 않다. 중앙 언론과 야권이 깃대를 든 오 당선인에게 연일 비판을 가하고 있다. “김해신공항은 잘못된 정치적 판단이다.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에 추호도 변함이 없다”는 오 당선인의 발언을 두고 명분도 논리도 없다는 것이다. 선거에서 이겼다고 사회적 합의를 깨고, 나라 정책을 하루아침에 뒤집겠다고 나선 것은 오만함의 극치라고도 말한다.

당연한 반응 아니겠는가. 동남권 신공항은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처음 공론화돼 부산, 경남, 대구, 경북 간 심각한 지역 갈등으로 번졌다. 가덕도와 밀양을 두고 오랜 논란 끝에 2016년 6월 관련 5명 지자체장의 합의에 따라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제3의 안으로 낙착됐다. 이걸 없던 일로 만들겠다고 하니 오 당선인을 ‘국가적 골칫거리 유발자’로 보는 것은 이상한 게 아니다.

자유한국당과 소속 대구·경북 광역단체장도 TK 죽이기라며 발끈하고 있다. 현재 ‘김해공항 확장, 대구공항 통합 이전’ 사업이 집행 단계에 있는 마당이라 이런 황당한 일도 없을 것이다. 국론 분열과 국가적 에너지 낭비의 우려 또한 높은 게 사실이다. 이것저것 생각하니 기자이기 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머리가 아픈 게다.

그런데 말이다. 부정적인 시각 일색에서 이런 견해도 눈에 띈다. 정치적 요인만 제거하면 다르게 볼 측면도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사실 김해공항은 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포화 상태를 이어가 확장만으로 미래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 것도 맞다. 특히 지금 남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관계는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북핵 문제만 풀리면 상호 교류·무역·투자가 급속히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러시아 국빈 방문 때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내가 자란 한반도 남쪽 끝 부산까지 다다르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가슴이 뛰는 말 아닌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과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구축. 이에 대비할 수 있는 동남권 공항 인프라의 필요성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2년 전에는 없었던 상황 전개다. 지역 이기주의와 정치적 계산을 제거하고 백년대계를 내다보며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차분히 다시 생각해 보자는 지적에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관문 공항의 핵심은 24시간 운영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해공항은 비록 변두리에 있지만 도심 내 공항이라 그게 어렵다. 확장성에도 한계가 있다. 동남권 신공항은 민감한 사안이어서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입지 타당성 관련 용역을 외국 업체에 맡겼었다. 가덕도, 밀양 두 지역 모두 경제성이 없다면서 기존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나긴 했다. 하지만 ‘정치적 봉합’이라는 논란 또한 적잖았다. 누적된 지역 간 갈등의 피로감 때문에 덮고 가자는 측면도 있었다.

동남권 관문 공항은 지금 기성세대보다는 미래세대가 대대로 누릴 인프라다. 그렇다면 통일까지도 내다봐야 하지 않겠는가. 한반도시대, 우리 동남권이 인류(人流)와 물류(物流)의 중심이 되는 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김해공항 확장에 만족한다면 앞으로 동남권의 아들, 딸들은 24시간 공항의 혜택을 영원히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가덕도 신공항은 완전히 폐기해 버리기에는 아까운 측면이 있다는 시각에 동의하는 바다. 마지막이다. 한 번쯤은 다시 테이블에 올려 대승적 차원에서 냉정하게 판단해 볼 수 있는 사안 아닐까 싶다. 미래와 상생의 잣대로 말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야권 기반의 대구·경북 고립설은 걱정스럽다. 그럴 하등의 이유가 없지만 어쨌든 오 당선인은 깊이 유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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