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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남북 산림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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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조선을 상징하는 단어 중 하나로 ‘붉은 산’이 회자됐다. 헐벗은 산, 민둥산이란 뜻이다. 당시 유명한 시인 오장환은 ‘붉은산’에 이렇게 썼다. ‘가도 가도 붉은 산이다/ 가도 가도 고향뿐이다/ 이따금 솔나무 숲이 있으나/ 그것은 내 나이같이 어리고나/ 가도 가도 붉은 산이다’. 그만큼 강토가 황폐화됐다는 얘기다. 일제의 마구잡이 벌목과 수탈이 초래한 결과였다. 그런 데다 6·25전쟁은 얼마 남지 않은 산림마저 거의 사라지게 만들었다.

   
이런 탓에 1950, 60년대 우리나라 산지는 사막지대를 방불케 했다. 국토의 절반 가까이가 나무 하나, 풀 한 포기 눈에 띄지 않는 황량한 땅이었다. 게다가 산의 나무를 몰래 베어 가는 도벌이 활개쳤다. 도벌 행위를 ‘5대 사회악’으로 못 박아 단속할 정도였으니 산림훼손이 얼마나 심했는지 알 수 있다. 심지어 1969년 유엔(UN) 보고서는 ‘한국 산림의 황폐도가 너무 고질적이라, 어떻게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적었다. 그 시절 민둥산은 가난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굴레나 다름 없었다.

그랬던 한국이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산림녹화 국가로 손꼽힌다. 사실상 황무지였던 국토의 65%를 나무로 뒤덮었으니 세계인들이 놀라고 감탄할 만하다. ‘민둥산의 기적’이란 수식어까지 붙었다. 지속적인 식목·조림 사업과 산림보호 정책 등이 낳은 효과다. 반면 북한지역의 대다수 산림은 여전히 황폐한 모습이다. 최근 위성 촬영사진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전체 산림의 32% 이상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서울 면적의 47배에 달한다.

남북 정상회담의 ‘4·27 판문점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양측의 산림협력 분과회의가 이번 주 판문점에서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이라 해도 우리가 북한에 나무를 심어주고, 산림녹화 기술을 지원 또는 전수하는 측면이 강해 보인다. 하지만 남측도 수목 교류로 덕을 볼 수 있다. 예컨대, 우리의 고유 수종인 구상나무와 고산지대 침엽수가 기후변화로 멸종 위기에 놓였는데, 이들 수종을 백두산 일대에 옮겨 심어 ‘윈윈’하는 방식이다.
산림은 북한에 절실한 분야이고, 남북이 비정치적으로 가장 접근하기 쉬운 협력대상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인도적 지원에 해당돼 대북 제재에도 저촉되지 않는다. 삼림 협력이 본격적으로 진행돼 남북 교류와 평화체제 구축의 울창한 숲을 이뤄 나갔으면 좋겠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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