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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인공지능, 월드컵 감독까지 넘본다고? /변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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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6-25 18:4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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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러시아월드컵 열기로 전 세계 축구 팬들이 긴장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대한민국은 스웨덴과 멕시코에 잇따라 패해 16강 진출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축구 전문가도 아니지만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쓴 거스 히딩크 감독이 생각나서 월드컵과 관련해 ‘가상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 AI) 기술은 끊임없이 발달하고 있다. 현재 AI 기술의 완성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튜링 테스트(Turing Test)’를 거친다. AI 기술과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를 보고, 어느 쪽이 사람인지 명확하게 구별하지 못하면 테스트를 통과하는 것이다. 기존의 튜링 테스트는 ‘기계’의 언어 표현 한계를 구현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소리 없이 컴퓨터 스크린상에서의 채팅 대화를 통해 테스트했다. 채팅 대화상의 내용을 보고 그것만으로도 사람과 AI를 구별하지 못하면 대단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보고되고 있는 일부 인공지능 시스템은 특정 사람의 말투, 언어 습관, 단어 선택에 목소리마저도 자연스럽게 구현이 가능하다. 컴퓨터 모니터에 나타나는 텍스트를 보고 구별하는 튜링 테스트가 아니라 전화상의 대화인 듯한 상황에서 직접 목소리가 나오고 튜링 테스트까지 완벽하게 통화하는 수준으로 발달했다. 다시 말해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는 어느 쪽이 사람인지 구별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더 나아가 음성뿐 아니라 현존하는 비디오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본인이 직접 말하는 것과 같은 영상까지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가짜 오바마 전 대통령 TV 연설을 만들기도 하였는데 아무도 가짜인 것을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아 향후 ‘가짜 뉴스’가 생성될 것에 대한 걱정을 자아내기도 했다.

인공지능 기술은 이세돌 대국으로 많이 알려진 ‘알파고’ 이후, 알파고를 훨씬 능가하는 ‘알파고 제로’에서 선보인 ‘스스로’ 학습하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급격하게 기술 수준이 올라가고 있다. 알파고 당시의 기술은 기존 대국 등의 데이터베이스를 인간이 개입해 인공지능에 알려준 상태에서 똑똑해진 기술인 반면 알파고 제로는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기반으로 학습 36시간 만에 기존 알파고 수준으로 급성장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이러한 엄청난 학습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이 현존하는 모든 뛰어난 축구 감독의 경기당 전략 패턴을 분석하고 학습할 수 있다면 어떨까. 거스 히딩크뿐 아니라 ‘교수’라는 별명을 가진 멕시코의 명장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의 능력까지도 모두 고루 갖춘 인공지능 감독을 옆에 둘 수 있다면 전략적으로 얼마나 우수한 진두지휘가 가능해질까. 이 같은 감독을 대한민국만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팀이 똑같이 두었다면 전략적 우위는 누구에게 있게 될까.

과거 많은 사람으로부터 존경받거나 추앙받는 리더들은 어느 분야에서든 존재했다. 그런 리더들의 데이터를 모두 분석하고, 더 나가아 ‘알파고 제로’와 같이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이 더 훌륭한 리더가 되는 날이 올까.

인공지능 시스템 전체를 구매하는 것이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지만 필요할 때만 빌려 쓰는 ‘렌트-AI’가 등장하는 날도 올 것으로 생각된다. 인공지능의 기술은 날로 발달하고 어느 특정 집단이 독점하는 양상보다는 많은 집단이 서로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인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전략적 우위’는 오히려 서로 비슷해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 같다.
팀 전략이 비슷하면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노 호날두와 같은 선수가 있는 팀이 우세할 것이다. 최근 각종 스포츠 분야에서는 해당 분야 ‘최고로 인정되는 선수’의 유전자 정보를 활용해 유전적으로 비슷한 성향이 있는 아이들만 키우는 단계에 왔다고 한다. 즉, 축구선수로 키우려면 호날두와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꿈나무들만 골라서 키우고, 골퍼로 키우려고 한다면 타이거 우즈 같은 DNA를 가진 꿈나무들만 골라서 키우는 셈이다. 비슷한 DNA를 가진 선수들만 뛰고 역대 모든 감독의 총합체인 인공지능의 힘을 빌려 서로 경쟁한다면 과연 인간적인 경기라고 말할 수 있을까. 과학 기술의 발달이 무섭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UN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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