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으로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특히 미중 무역 갈등은 전 세계를 대공황으로 몰고 간 1920년대 관세 전쟁을 예고하는 듯하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입장에서 관세 전쟁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을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한 몸부림으로 해석하고, 과거 미국의 관세 및 국제무역 정책을 살펴본다면 앞으로 전개될 무역 전쟁의 방향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2차대전 후 미국은 일방적인 관세 폭탄을 이미 두 차례나 투여한 경험이 있다. 첫 번째는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해 닉슨 대통령이 1971년 8월 모든 수입물품에 대해 10%의 부과금(Surcharge)을 부과하기로 결정한 일이다. 미국은 일본 독일 등이 경쟁적으로 자국 환율을 낮게 책정해 무역 적자가 발생하였다고 판단하고 10%의 부과금과는 별도로 외환 유출로 인한 금 보유고를 지키기 위해 금 태환을 정지했다. 그 이후 협상 과정에서 미국은 일본과 유럽 각국의 환율 인상을 이끌어 내고 1971년 12월 관세 부과 계획을 철회함으로써 관세를 활용한 무역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미국의 두 번째 관세폭탄은 미국 무역적자가 GDP의 3.4%까지 이르던 1985년 미 의회의 입법(The Rostenkowski-Gephardt-Bentsen Trade Act)이다. 미 의회가 일본 브라질 한국 대만 등 대규모 무역 흑자를 기록하는 국가의 수입물품에 25%의 부가세(Import Surcharge)를 부과하기로 의결한 것이다. 이 법안이 대통령의 서명을 기다리는 동안 미 행정부는 독일 일본 등 경쟁국에서 달러 가치를 낮추는 합의를 유도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세 번째 관세폭탄을 1929년 대공황과 비교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대공황 당시 각국에서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하고 무차별적으로 보호무역 관세와 이에 상응하는 보복 관세를 부과해 세계교역량이 60% 이상 급감하고 주가가 70% 이상 급락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볼 때 미국과 중국 등 선진국은 세계경제를 최악으로 몰고 가는 대공황식 문제 해결을 원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 있다.
미국 관세 폭탄의 배경은 천문학적인 무역 적자이다. 제2차대전이후 미국은 다자주의·상호호혜의 무역 체계를 구축하고 은밀하게 자국의 이익을 추구했으나 지금은 미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무역 적자를 해결하고자 한다. 중국 등과의 누적된 무역 적자 문제에 대해 전임 대통령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한데 반해 트럼프 대통령은 강공책을 사용하며 문제해결을 모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관세 부과에 대해 중국과 다른 교역국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이들 국가는 즉각적인 보복관세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발표했다. 보복 관세는 즉각적인 무역 전쟁을 촉발할 수 있는 위험이 있으나 WTO 분쟁해결 절차는 평화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WTO 절차는 상당한 시간을 요한다는 어려움이 있으며 미국이 근거 없이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즉, WTO 협정 21조에 중요 안보이익(essential security interest)이 있는 경우 필요한 보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관세 부과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 등 교역상대국의 힘겨루기는 무역 전쟁으로 확산되기보다는 물밑 협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물론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다양한 공갈과 협박을 주고받겠지만, 상호 파탄보다는 미국이 선호하는 방식인 개별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무역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볼 때 관세전쟁으로 촉발된 1920년대식 대공황을 우려하기보다는 무역 불균형으로 인한 일시적 경제 불황에 대한 대비 및 적응력을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 오히려 위안화의 고평가가 이루어지면 우리의 수출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다만, 관세 폭탄을 빌미로 미국이 우리나라에 요구하는 외환시장 개입, 방위비 인상 등 통상 압력을 직시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북부산세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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