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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공부에 대한 오해 /정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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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6-22 20:34:41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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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도를 닦는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든 공부를 통해 이루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어려움을 슬기롭게 견뎌내면서도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누구나 행복감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삶을 영위하는 세상에서 모두가 행복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곳은 산 자가 볼 수 없는 천국에 비교되기도 한다.

진정한 의미의 공부는 모두에게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공부를 좋아하지 않는다. 주관적 사고는 철저하게 제거된 단순 반복 작업만 강요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암기로만 욱여넣은 지식은 일주일만 지나면 다 지워져서 밑이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도 같다. 그 게임에는 창의력도 분석력도 필요가 없다. 그들에게 인성 교육은 끼어들 여지가 없다. 교육 정책과는 무관하게 자식을 소유물로 아는 부모들은 어린아이 때부터 선택권을 박탈하고 훈련의 장으로만 내몬다. 그래서 소아정신과의 환자가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아이가 놀기만 하던 나의 어린 시절에도 명문대학에 들어가야 행세를 한다는 이유로 책상에 못을 박아놓고 잠을 들이지 못하게 하던 부모도 있었다. 부유한 집에서는 독선생까지 두고서 시험을 위한 기계적 단순 작업만을 강요해왔다. 그래서 외국의 영재원장들이 우리나라 아이들을 테스트한 뒤에 모두 영재라고 놀랐다가, 12년 뒤의 결과를 보고 도대체 이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이냐며 개탄하게 되는 것이 서글픈 우리의 교육 현실이다.
단 한 번의 시험은 평생 그 게임과도 같은 경주에 능하지 못했던 자를 우롱하는 빌미가 되어왔다. 그렇게 확보한 남다른 성적은 기득권층을 형성하는 데에만 기여했다. 그들이 이타적인 삶에 대한 깊은 숙고의 시간을 제대로 가져보았을 리가 없다. 약자에 대한 배려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사람들이 행세하는 세상이었기에 산업 재해는 유럽 연합의 5배나 되고 IMF 구제금융 위기 이후의 살벌함은 더욱 더 야비하고 가혹하게 모든 위험에 대한 책임 요소들을 외주로 빼돌림으로써 시험의 대열에 서 보지도 못한 사람들을 두 번 세 번 죽여 왔다. 행세하는 정치인들의 거짓말이 일상화되어 온 것도 내적 성찰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단순 암기 실력만으로 모든 기득권을 장악해왔기 때문이다.

공부는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기 위해 하는 것이다. 편견에서 비롯된 차별을 사라지게 해야 한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살벌한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해야만 한다는 목표만으로 권력과 자본을 장악한 이들은 그들만의 독식을 위해 편견과 차별의 벽만 높였다. 그러나 부모의 재력으로 건물주가 되거나 돈 많이 드는 유학을 가고, 로스쿨이며 의학·약학전문대학원을 간다고 해서 삶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잘 알다시피 어떤 인식의 수위를 유지하느냐에 따라 행복감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언 십 년 전, 아이가 이용하던 장애인 단기보호시설의 인건비 보조금이 부족했던 것도 장애인 시설의 지원금을 줄인 정권의 편견과 차별의식 때문이었다. 2018년에도 장애아 부모들은 산골에 있는 수용 시설이 아닌, 집에서 학교교육을 받기 위해 삭발하고 무릎 꿇고 통곡을 하고 있지만 편견이라는 벽에 갇힌 이웃 때문에 그들의 소망은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어 있다. 그런 절박한 상황을 외면할 수 없어 내 아이도 볼 겸 주말 보조를 자처해 시설에서 지낸 적이 있다. 기저귀를 갈아주는 일부터 모든 일상을 일일이 챙기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돌아보면 그때는 알지 못했지만 아이와 영영 이별을 앞두고 있었던 시간이었기에 마지막까지 즐겁게 지낼 수 있어 참으로 다행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즈음에도 육체적 노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사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더 가치 있는 연구나 글쓰기에 매진하라고 충고하는 이가 많았다.

참된 공부는 그 무엇에도 휘둘리지 않는 자유를 얻게 하고, 약자든 강자든 잘난 사람이든 못난 사람이든 생긴 그대로 존중받게 하고, 세상을 따뜻하게 만든다. 나 또한 공부에 대한 오해가 얼마나 깊은지 그즈음에 이르러서야 절실히 느껴 알 수 있었다. 내 인생의 가장 값진 공부는 장애인시설에서 지낸 일 년 반의 시간 동안 비로소 시작되었다. 그들은 눈에 보이는 어느 하나도 가지지 못했지만 내 영혼의 가난이 얼마나 깊은지 깨닫게 해주었다. 자신의 침대보다 길면 잘라서 죽이고 짧으면 늘여서 죽인 신화 속 괴물인 프로크루스테스처럼 편견에 사지가 묶인 일상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그들을 통해서는 너무도 세세히 보였다. 그들은 눈먼 인간을 깨우치기 위해 온 신과 같은 존재이며, 우리는 그들을 유폐시킨 탓에 끝이 보이지 않는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음을 말이다.

동의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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