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북미관계가 평화 국면으로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한미 국방부는 북미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을지프리덤가디언(URG) 연습, 키리졸브(KR) 연습, 독수리(FE) 훈련 등 3대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 제8차 남북 장성급군사회담에서 서해상 충돌 방지를 위한 2004년 6·4 남북 장성급회담 합의 이행과 동·서해지구 군통신선 복구를 합의한 데 이어 군사적 긴장 완화를 담보하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핫라인’ 개설 사실을 밝히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힘을 실었다.

URG 연습에는 군단급 이상 육군부대, 함대사령부급 이상 해군부대, 비행단급 이상 공군부대, 해병대사령부, 주한미군 등이 참가한다. 지난해 URG 연습 때는 해외 증원군 3000명을 포함한 1만7500명의 미군이 동원됐다. KR 연습은 연합방위태세 점검과 전쟁 수행 절차 숙달에 중점을 둔 ‘워 게임’ 형식의 지휘소훈련이다. KR 연습이 끝나면 열리는 FE 훈련은 실제 병력과 장비가 움직이는 야외기동훈련이다. 그동안 북한은 이들 훈련을 ‘북침 전쟁 소동’으로 규정해왔다. 김 위원장도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대방을 적대시하는 군사행동부터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미 국방부는 북측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한미의 이번 결정은 남북·북미관계 개선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북미는 정상 간 ‘핫라인’ 개설로 회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우회로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게 됐다. ‘핫라인’은 조만간 재개될 실무회담에서 혹여 발생할지도 모르는 ‘디테일의 악마’를 제거할 장치가 될 수도 있다. 김 위원장도 “실무회담이 잘 풀리지 않을 땐 북미 정상이 전화로 해결하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북미 회담의 순항은 남북 회담을 활성화하는 든든한 받침대가 된다.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되려면 이처럼 남북·북미관계가 선순환 구조로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이런 구조를 확대재생산해나가야 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