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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터치] 미운 새끼 경사 났네 /김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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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6-10 18:5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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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은 일이다. 쉰을 훌쩍 넘긴 남동생이 드디어 장가갔다. 하객들도 만면에 웃음을 띠고, 이런 일도 있다는 듯 신통하다는 표정이다. 만혼인 신랑과 신부가 손잡고 입장하자 결혼이 실감 난다. 양가 모두 후련한 날이다. 혼례가 끝나고 전세 버스는 귀성길에 오른다. 경남 거창의 한 산촌에서 하객을 태우고 서울로 장도에 나섰던 버스다. 노총각 결혼식을 치르고 금의환향하는 길이다. 칠순 넘은 마을 이장, 팔순을 훌쩍 넘긴 노인회 회장, 평생 앞뒷집으로 살아온 이웃과 사촌, 사돈…, 이런저런 관계로 맺어진 사람들 각각이 정답다.

상경하는 길부터 얼근히 달아오른 어른들이 내려가는 길에는 일찌감치 술을 푼다. 혼주 가족인 나는 수육이며 먹을거리를 담아내랴 손이 바쁘다. 아들 장가보낸 어머니가 풀 흥을 하객이 푼다. 멀쩡한 마을 총각이 하릴없이 늙어가니 동네 사람이 다 걱정했다며 자기네 일처럼 흥이 났다. 마을 이장은 노총각 결혼을 마을방송으로 알렸다. 새벽부터 먼 길 따라나선 마음이 여간 고맙지 않다. 허우대 멀쩡한 남동생이 미혼인 채로 그러구러 쉰을 넘어섰다. 짝도 없이 꺼칠하게 늙어가니 바라보는 가족이 애가 탔다. 달이 만월로 채워지지 않고 이지러지듯 집안이 어딘가 미진했다. 쉰 중반에야 참한 아가씨를 만나 직장이 있는 서울에서 결혼식을 치렀다. 일생 한 골짝에서 살아온 이웃집의 노총각이 결혼했으니 마을의 경사이기도 했다.

요즘 TV 예능프로그램 ‘미운우리새끼’가 인기다. 마흔 넘긴 미혼이 흔한 세태라 이런 프로그램도 생기는 모양이다. 이들이 노총각임을 실감케 하는 건 개월 수로 나타내는 이들의 나이이다. 쉰 살을 향해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려가는 총각들이 살아가는 생활이 흥미롭다. 비슷하게 나이 먹어가는 미혼들이 그 방송을 보며 자신 삶을 비춰보고 공감대를 나눌 것 같다. 그 어머니들의 자식 걱정도 자식이 연예인이건 일반인이건 다르지 않아 친근하다.

어머니 아킬레스건이었던 남동생은 어머니 생전에 최대의 수심 거리였다. 그 프로그램에서처럼 말하자면 생후 650개월이 되도록 혼자였으니 그렇다. 어느 날, 어머니와 ‘미운우리새끼’를 시청했다. 저런 사람은 왜 결혼도 안 하고 저러고 있냐고 하신다. 어쩌다 어영부영 마흔 고개를 넘고, 어른이면서 어른이 아닌 상태로 꾸역꾸역 쉰 살을 먹고, 예순 고개로 꺾이는 고개에서 장가간 아들은 생각지 않은 모양으로.

일명 ‘미우새’로 불리는 이 프로에 솔로 남들의 롤 모델이라는 옛 방송인이 나왔다. 그가 후배 솔로들에게 한 말에 구구절절 고개 끄덕였다. 근사한 집에서 살아도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할 때 비로소 집이 완성되는 거라고. 전 재산과 맞바꿔서라도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이유는, 그 시간으로 돌아가면 결혼하고 싶어서라고. 그리고 자신을 편안하게 맞아줄 사람이 있는 훈기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고.

그가 한 말은 꼭 노총각에게만 하는 말은 아니었다. 잘 벌어 잘 쓰고 할 때는 젊음이 있었지만, 그 젊음은 이내 흘러가 버리더라. 함께할 가족 없이 나 혼자 누리는 호사한 생활은 큰 의미가 없다는 말로 들렸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삼포족도 있고 결혼하지 않겠다는 비혼족도 있다. 오죽하면 새 가족 만들기를 포기하는 이런 신조어가 생겼을까. 주변에는 결혼할 아들딸이 수두룩하다. 미혼인 자녀를 둔 나 같은 부모는, 자녀가 다 가정을 이룬 집이 가장 부럽다. 해가 갈수록 나이만 먹는 게 아닐 것이다. 나이 먹는 만큼 걸림돌도 늘어나는 결혼을 향한 길은 멀기만 하다.

몇 시간을 달린 버스는 날이 어슬해질 무렵 고향 읍내에 당도한다. 집안 경사에 함께한 이들에게 뜨끈한 국밥까지 대접하고서 일정이 끝난다. 남동생 만혼은 주변에 한여름 신록 같은 기운을 퍼뜨렸다. 절망 위에 희망이 있음도 함께 전했다. 나이 찬 미혼들이 서둘러 결혼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잣대를 버리면 결혼관에 맞는 인연이 뜻밖에 주변에 있을 수도 있다. 어차피 혼자 살기도 버거울 바에야 둘이 맞들고 의지하는 편이 낫지 않겠나 싶다.
미운 새끼 장가보낸 84세 노모는 세상 걱정 덜었을까. 큰 근심 덩어리 덜어내었는데도 그 몸이 천근만근 무겁다 하신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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