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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저출산과 ‘V라인’의 인상학 /주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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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5-28 19:25:32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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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점심을 먹으러 레스토랑에 갔다. 옆자리에 젊은 엄마들이 얘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 엄마, 자기는 천국 가겠네! 아들이 셋이면 사는 게 지옥이라 죽어선 천국 간다던데, 하하하.”

“맞아, 지옥이야, 지옥. 너무 힘들어. 아들이 하나 있으니 딸이나 하나 낳아볼까 했는데. 아들 쌍둥이가 나올지 어찌 알았겠어. 에효.” 필자는 고개를 돌려 한숨 쉬고 있는 아들 셋을 둔 엄마 얼굴을 보았다. 인중이 길고, 턱이 둥글게 자리 잡고 있었다. 필자는 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한숨 쉴 거 없어요. 모인 엄마 중에 제일 행복한 노년을 보내겠구먼’.

지인 중에는 딸이 이미 둘이 있는데, 아들을 낳으려다 또 딸을 낳은 엄마가 있다. 딸딸딸 엄마인 그녀 얼굴도 역시 인중이 길고 턱이 잘 생겼다. 젊은 시절에는 갸름한 얼굴이었는데, 자녀들을 키우며 얼굴이 넓어지고 턱도 발달했다. 필자는 자녀가 인상 변화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주변에 아이 없이 지내는 부부도 있다. 아내가 해외에 자주 다니는 일을 해서인지 그 집은 노키드족이다. 그 부부 얼굴을 보면 인중이 짧고 턱이 약하다. 인상에서 자녀 운을 보는 곳은 인중과 턱이다. 인중이 길면 자녀 양육이 수월하고, 인중이 두둑하고 넓으면 재산도 넉넉하다. 턱은 인내와 지구력, 받쳐주는 아랫사람과 자녀운을 보는 곳이다. 더불어 말년의 운기도 본다. 자녀가 없어도 고(故) 김수환 추기경처럼 많은 대자와 신자를 거느리고, 큰 사랑을 베풀고 사는 사람은 인중이 길고 턱이 좋다.

저출산율 세태는 요즘 젊은이들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경쟁사회에서 안간힘을 쓰며 사는 탓인지 젊은이들은 성정이 급해졌다. 말을 빠르게 많이 하다 보면 입술 근육이 유독 발달해 인중이 짧아진다. 남자건 여자건 V라인을 좋아해 직접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 각도를 위로 올려 턱이 작아 보이도록 하거나 검지와 중지로 V를 만들거나 양 손바닥으로 턱의 양옆 라인을 가리고 찍기도 한다. 성형외과 광고는 온통 V라인을 만들어주겠다며 양악수술로 여성들을 유혹한다. 보톡스로 턱 근육을 마비시켜 턱을 갸름하게 만들기도 한다. 얼굴 하관이 작아지니 이제 미인상은 8등신을 넘어 9등신이 되었다. 바로 이 V라인은 인상학적으로는 자녀운을 감소시킨다. 얼굴형의 트렌드와 사회 현상이 이렇게 맞물려가고 있다.

출산을 회피하는 젊은이 중엔 아이 하나 키우는 데 드는 경제적, 사회적 비용이 지나치게 많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자기 먹을 것은 가지고 태어난다’는 속담도 있지만 아이가 많아져서 형편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친 걱정이다. 어차피 쪼그라들 형편이라면 아이가 없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현재의 편안함을 위해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노키드족이나 V라인 선호자들이 알아두어야 할 사실은 인중과 턱이 우리 인생의 중후반 운기를 보여주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자녀를 성심껏 키우다 보니 하관이 튼실해지고 노후도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다. 결국 자녀는 우리 말년을 위한 선물이 된다.

말년에 자녀에게 대접과 보살핌을 받는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자녀를 키우며 부모들은 수없는 고통과 희생, 인내와 책임감을 배운다. 조건 없는 사랑, 기쁨, 감사는 자녀를 키워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하늘의 축복이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사람은 둥글어지고 진정한 어른이 되어간다. 자녀를 키우지 않으면 나이가 들어서도 철들지 않는 영원한 미성년으로 살아갈 확률이 높다. 그 철들지 않음이 심리적 트라우마가 되어 훨씬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운 노년을 보내기 십상이다. V라인으로 턱이 쇠약해진다는 것은 인상적으로는 책임지지 않는 마음가짐으로 살았기에 받쳐줄 아랫사람도 없다는 것으로, 덕과 사랑이 부족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좋은 인상을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다. 결혼을 했으면 자녀를 낳는 것이 현재의 도리다. 한 자녀 가정에선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줄 수 없다. 아이에게 형제자매를 만들어주는 것 또한 부모의 도리일 것이다. 이 도리는 자신에게는 곧 안정과 풍요를 가져오는 말년보장보험이기도 하다. 더욱 행복한 개개인의 말년을 위해, 나아가 인구절벽이 없는 나라 미래를 위해, 젊은이들이 V라인이 아니라 U라인을 선호하는 세상이 되어가기를 기원한다.

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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