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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연극 축제의 도시, 부산 /권혜경

고전 재해석의 실험부터 다양한 해외 아동극까지 부산 국제연극제의 열기, 지역 문화판 발전 시금석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5-23 19:45:02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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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의 불이 꺼지고 ‘맥베스’의 막이 올랐다. 갑자기 달콤한 칸초네 ‘노노레타’가 울려 퍼졌다. 화려한 블랙 드레스를 차려입은 마녀 세 명이 등장해 멋진 춤과 노래를 선사했다. 셰익스피어 원작의 첫 장면, 기괴한 마녀들이 나타나 한바탕 음산한 주문을 외우는 장면이 멋지게 전복된 것이다. 이후 마녀들은 장면 곳곳에 등장해 맥베스에게 내재되어 있던 권력욕을 부추기고 또 무한욕망으로 파멸해 가는 그를 지켜본다. 

지난 18일부터 개최된 제15회 부산국제연극제의 개막을 알리는 일본 극단 ‘신주쿠양산박’의 ‘맥베스’ 공연이다. 신주쿠양산박은 재일교포 연극연출가인 김수진이 1987년 창단한 극단으로 일본 앙그라(언더그라운드) 연극을 대표하는 실험적인 작품들을 시도해 왔다. 공연 직후 벌어진 아티스트 토크 시간에 봇물처럼 쏟아지던 관객의 질문 공세는 신주쿠양산박과 김수진 연출가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반영했다.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오는 27일까지 열흘 동안 개최되는 부산국제연극제는 총 10개국 23개 팀이 참가하고 있다. 가장 중심에 놓이는 것은 초청 공연이다. 개막작인 ‘맥베스’ 외에도 폐막작인 프랑스· 브라질 연합 극단 ‘도자두’의 ‘그리토스’, 그리스 ‘코스타스 가키스 앙상블’의 ‘안티고네에서 메데아까지’, 영국 ‘클리마르 프로덕션’의 ‘쓰릴 미’, 한국 극단 ‘가변’의 ‘오델로 니그레도’ 등이 준비되어 있다. 

올해 초청공연에서 흥미로운 점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나 그리스 비극 등 고전을 재해석한 연극이 세 편이나 된다는 점이다. 신주쿠양산박의 ‘맥베스 ’공연이 마녀에 대한 신선한 재해석과 다채로운 시청각적 표현을 시도한 것처럼 다른 극단의 공연에서는 어떠한 시도를 할지 궁금하다. 

특히 그리스 비극에 등장하는 여성 인물들을 중심으로 다루는 ‘안티고네에서 메데아까지’ 공연에 대한 기대가 크다. 소포클레스 작품의 비극적 인물인 안티고네는 오이디푸스 왕의 딸로서 권력투쟁으로 죽은 오빠의 시신 매장문제로 크레온 왕과 대치하는 여성이다. 메데아는 황금양털을 찾으러 온 이아손을 도와주고 그와 결혼했다가 배신당한 후 끔찍한 복수극을 벌이는 여성이다. 그리스 비극의 여성 인물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풀어낼지 기대된다.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로비에서 선보인 무료 축하공연은 연극 축제의 분위기를 띄우는 데 단연 일조했다. 러시아의 공중줄타기와 저글링, 중국 전통곡예, 필리핀의 아크로바틱쇼 등은 로비를 가득 채운 관객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 내 공연장의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올해부터 새롭게 선보이는 아동극 프로그램은 매우 신선하다. 이스라엘 아동극단 ‘트레인 씨어터’가 초청되어 두 편의 공연을 선사한다. 연극 관람의 대상을 청소년과 성인뿐만 아니라 어린이로까지 확대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릴 때부터 다양하고 훌륭한 공연에 노출되는 것이야말로 자연스럽게 즐거움과 다양성, 그리고 아름다움을 접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내년부터는 아동극 초청극단의 수를 늘려서 어린이들에게 보다 다채로운 공연을 제공하였으면 한다. 

지난해부터 시도된 거리극 경연 프로그램인 ‘다이나믹 스트릿’이 올해도 광안리해변 만남의광장 일대에서 열린다. 시민들의 만족과 호응도가 가장 높았던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국내외 11개 팀이 무료로 공연을 펼친다. 또한 시민들이 참여하는 10분 연극제 역시 일반부와 전공 대학부로 나뉘어 총 20개 팀이 연극 경연을 벌인다고 한다.

‘다이나믹 스트릿’이나 10분 연극제, 아동극 프로그램 등은 부산국제연극제가 대회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물이다. 연극제가 연극인들과 한정된 관객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데서 벗어나 보다 많은 관객, 시민, 청소년, 어린이들에게까지 확산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의미 깊은 프로그램이다. 새로운 시도를 마다하지 않는 부산국제연극제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지난해 5월 제14회 부산국제연극제의 개막 작품은 ‘연희단 거리패’의 ‘길 떠나는 가족’이었다. 아름답고 빼어난 공연이었다. 그러나 미투 운동의 여파로 올해 초 연희단 거리패는 해체되어 버렸다. 부산 연극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해 왔던 연희단 거리패의 무너짐은 자칫 부산연극계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제15회 부산국제연극제가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음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킨다. 만성적인 연극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초청공연들이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좋은 연극이 공연되고 또 극장을 기꺼이 찾아주는 관객이 있는 한 부산의 연극은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번 주 부산국제연극제의 현장을 방문해 연극 축제의 도시 부산을 만끽해 보시는 것은 어떠실지!

동서대 영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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