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한 ‘드루킹 특검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역대 13번째이자 문재인 정부 들어 첫 특검이다. ‘드루킹 특검’은 20일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출범한 뒤 최장 90일간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드루킹 일당이 지난해 대선 전부터 댓글 조작을 했는지,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전 의원을 비롯한 정치권이 댓글 조작에 관여했는지 등 여야 간 핵심 쟁점을 규명하는 일이 특검에 과제로 던져졌다.

대선 전 댓글 조작 여부에 대해선 증언이 확보돼 있다. 지난 16일 검찰이 이번 사건의 주범인 드루킹에 대한 재판에서 주요 공범 ‘서유기’가 “대선 전부터 ‘킹크랩’을 구축해 댓글 작업을 해왔다”고 진술한 사실을 밝힌 바 있다. 킹크랩은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매크로’ 기능을 구현하는 서버로, 특정인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여론 왜곡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증거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의 관여를 의심케 하는 정황증거도 있다.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 대선 전 드루킹을 4차례 만난 것으로 민정수석실 조사에서 확인된 게 그 하나다. 특히 송 비서관이 드루킹으로부터 2차례에 걸쳐 소정의 사례비를 받은 데다, 김 전 의원이 드루킹을 처음 만난 것도 송 비서관을 통해서라고 하니 의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드루킹은 옥중 편지를 통해 “2016년 10월 파주에 있는 자신의 사무소를 방문한 김 전 의원에게 매크로를 직접 보여주고 활용 허락을 받았다”며 김 전 의원의 범죄 연루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드루킹과 서유기의 진술은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어서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더군다나 여론 조작 혐의로 재판과 수사를 받고 있는 터라 신뢰하기가 더 어렵다. 김 전 의원도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소설 같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상황은 진실게임으로 흐르고 있다. 그런 만큼 특검 수사는 신중하고 철저해야 한다. 가뜩이나 검경의 부실수사가 표적이 된 마당이 아닌가. 자칫 소홀히 하다간 정쟁에 휩쓸릴 우려가 크다. 정치권도 지방선거 소재로 활용하려는 시도를 삼가야 한다. 그러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