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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성 칼럼] 지지율의 함정과 황금비율

여론은 참고자료일 뿐…수치 과신하면 후과 커

지방선거에 도사리는 ‘문 대통령 효과’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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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인기가 그야말로 ‘짱’이다. 지난 10일 취임 1주년 즈음 여론조사기관들이 내놓은 국정 지지율은 낮게는 70% 후반에서 높게는 83%대를 기록했다. 역대 대통령들보다 단연 높다. ‘지지율의 황제’라던 고 김영삼 전 대통령도 취임 1주년 당시 69.5%(미디어리서치)였다. 문 대통령의 ‘정치적 황금장세’라는 말이 흰소리가 아니다. 지지율이 이처럼 고공비행하는 데는 소통을 위해 권위를 내려놓는 파격적인 모습, 특유의 진정성과 공감력, 그리고 최근의 남북문제 성과까지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미투 사건,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사태,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 등 대형 악재가 잇달아 터지는데도 지지율은 콘크리트처럼 견고하다. 과거 같으면 여당에서 선거 못 한다고 난리였을텐데 별로 걱정하는 분위기도 아닌 것 같다. 유례없이 공고한 지지율 때문일 게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떠받쳐주는 상당 부분이 외부요인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지리멸렬한 보수야당의 잇단 패착과 전략적 오류로 인한 반사이익이 적지 않다. 야당이 강력한 대안세력으로 존재하고 있다면, 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은 대형 악재들에 흔들렸을 것이다. 진보와 보수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중도세력이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 진보 쪽에 머물러 있는 상태라는 분석이다. 물론 의견을 드러내지 않는 ‘샤이 보수’도 적잖을 것이다.

여론조사에는 허수가 끼여 있게 마련이지만, 심각한 건 지지율의 함정이다. 여론을 업고 밀어붙이는 식의 이른바 ‘지지율 정치’가 불러오는 후과는 심상치 않다. 우선 대통령과 청와대로 쏠리는 권력의 독점 현상이다. 요즘 문재인 정부에는 대통령만 보일 뿐 장관들이 보이지 않는다. 늘 청와대가 나서고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면 부처 장관은 그저 따라가는 모양새다. 다음은 협치의 실종. 여당도 존재감이 미미해지면서 국회가 올스톱 상태다. 야당 지적대로 협치는 이미 물 건너 갔고, 이런 구도에선 국회의 제자리 찾기도 기대하기 어렵다. 국정을 함께 이끌려고 수고스럽게 야당을 설득해야 할 동기가 없는 것이다.

지지율의 함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선거 국면에서는 심지어 위험스럽다. 부산시장 선거를 들여다보자. 사실상 양자 구도가 굳어진 현재 조사기관마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최대 30% 포인트 안팎으로 벌어져 있다. 지지율 절대 우위에 있는 측에서는 ‘이대로만 가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돌발 사고를 막고 현상 유지하는 게 최선이다. 굳이 참신한 정책을 개발하려고 애쓰거나 모험을 감행할 리 없다. 캠프 일각에선 이미 승부는 끝났다는 자만도 흐른다. 후보의 최측근 몇 명이 캠프를 장악하면서 인의 장막이 쳐져 있다는 소리도 새어 나온다. 캠프 내에서도 소통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거다. ‘문 대통령 효과’의 역설이다.

지지율 열세에 놓인 측도 이 함정에서 마냥 자유로운 건 아니다. 워낙 격차가 크다 보니 흔히 ‘한판 뒤집기’에 역량을 집중하려 든다. 선거 한 달을 남겨둔 시점에서 단번에 판세를 바꿀 만한 계기를 만드는 일이 간단치 않다. 대형 개발사업 공약을 짜는 것도 제약이 있고, 시민들 일상의 행복을 담아내는 디테일은 영 성에 차지 않는다. 무리수를 둘 공산도 있다. 네거티브 선거의 유혹에 손길이 뻗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양측 캠프 모두 정상 궤도를 이탈하기 십상이다.

여론조사 자체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와 문제점은 접어두자. 짚고 싶은 건 지지율에 대한 과잉신뢰다. 지역·이념·계층·세대 간 대립과 갈등이 유난한 우리 사회는 여론이라는, 아니 여론조사라는 도구적 방법을 통해 정당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려 드는 경향이 많다. 조사 결과를 마치 현실인 양 기정사실화하려는 불순한 시도도 없지 않다. 임기 내내 낮은 지지율에 시달렸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적은 오히려 경구로 들린다. “여론조사 속에는 비전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니다. 또 비전을 달성할 전략이 있는 것도 아니다. 여론은 참고자료로 해야지 좇아가다 보면 장기적 과제를 잊어버린다.”

지지율에도 황금비율이 있다고 믿는다. 1 대 1.618의 비율을 지지율로 옮기면 61% 남짓. 61~65% 정도의 지지율이면 과신에 빠질 수 없고, 여론에 기대 밀어붙이기도 힘든 선이다. 그렇다고 위축될 필요도 없는, 민의를 살피면 얼마든지 올라설 수 있는 경계선이자 균형점이다. 높은 지지율은 문재인 정부의 특징이지만, 동시에 함정이기도 하다. 그 함정은 이번 6·13지방선거에도 도사리고 있다. 선거만큼 예측이 어려운 것도 없다. 민의는 선거에서 비로소 냉정한 모습을 드러낸다. 일정 시기를 두고 표를 통해 세력의 균형을 잡아주곤 했다. 여든 야든, 지금 절실한 것은 현장의 여론을 화두처럼 들을 수 있는 위기의식과 긴장감이 아닐까 싶다.

논설주간 jcp1101@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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