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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반칙왕’ 네이버 /조송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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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5-14 19:03:44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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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없는 생활을 상상하기 힘든 시대다. 이 인터넷은 정보 공유 공간인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 WWW)’이 개발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다. 현재 인터넷 사용 인구는 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는 40억 명. WWW의 엄청난 잠재 상업 가치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WWW를 고안한 영국의 컴퓨터 공학자 팀 버너스-리 경은 이를 공짜로 공개했다. ‘인류를 위한 인터넷의 가치는 공유와 개방성에 있다’는 신념에서다. 그는 1989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물리학자들의 연구 공유와 문헌 검색을 위해 WWW를 개발했다. ‘웹의 아버지’ 버너스-리 경은 “웹을 이용해 누구나 쉽게 정보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인터넷 전도사로 활동한다.

인터넷시대를 사는 우리는 버너스-리 경에게 크게 빚지고 있다. 기업들도 마찬가지인데 특히 네이버,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플랫폼 사업자와 인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IT기업은 더하다.

하지만 버너스-리 경의 선의와는 달리 인터넷을 지나치게 돈벌이에 이용하고 인터넷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플랫폼 기업, 통신기업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기업이 한국의 네이버다.

네이버의 본질은 따지고 보면 버너스-리 경의 인류를 위한 선의 즉, ‘개방과 공유’를 교묘하게 악용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쉽게 말해 남의 글을 자기 것으로 둔갑시켜 수익을 창출한다.

예를 들어보자. ‘네이버 뉴스’에서 ‘홍영표 “의원 4명 사직서 14일 본회의서 처리”’를 클릭하면 한겨레 기사가 나온다. 그런데 이 기사(웹페이지)의 URL(인터넷 정보 위치)은 ‘http://news.naver.com/main/…’라고 되어 있다. 이는 naver.com이라는 사이버공간의 주소(도메인)를 가진 웹사이트의 뉴스라는 뜻이다. 쉽게 말해 네이버의 기사라는 말이다. 그런데 원래 이 기사의 URL은 ‘http://www.hani.co.kr/arti/politics/…’이다. hani.co.kr이라는 사이버공간의 주소를 가진 한겨레신문 웹사이트의 정치 기사로 분류되어 있던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네이버 뉴스’는 남의 기사를 네이버 기사로 둔갑시켜 모아둔 곳인 셈이다. 이를 흔히 네이버의 웹사이트(naver.com)에 가두는 인링크(in-link) 방식이라고 한다.

이것은 동의와 계약에 따른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발상 자체가 완전히 ‘도둑 심보’ 아닌가.

네이버는 또 표절을 방조 내지 조장하면서 인터넷 생태계를 어지럽힌다. 필자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의 인기 기사 중 ‘음의 질량 물질 발견 … 물리학의 새 화두 부상’이 있다. 뷰어가 4만 명을 넘었다.

구글에서 ‘음의 질량’이란 키워드로 검색했더니 첫 페이지 두 번째 기사로 뜬다. 네이버 검색창에 같은 키워드를 쳐보았다. 블로그 부문에 같은 제목의 기사가 뜨긴 하는데, 필자 사이트의 기사를 100% 베낀 네이버 블로그 기사다.

네이버 블로그에는 언론사의 기사를 그대로 베낀 것이 수두룩하고, 네이버 검색 엔진은 이들 베낀 기사를 버젓이 띄워준다. 이게 조장 아니고 뭔가.

검색어에 가장 충실한 오리지널 문서를 먼저 제공하는 것이 검색서비스의 기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네이버의 검색 엔진은 왜 베낀 문서를 상위에 띄워줄까. 검색 엔진의 성능이 형편없어서일까, 아니면 돈벌이에 눈이 어두워져 모르는 체하는 걸까. 구글이 베낀 기사를 상위에 노출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검색 엔진이 중복문서를 가려내기 때문이다.
표절은 경중은 있을지언정 범죄다. 표절하는 사람은 범죄자다. 표절을 방조하고 그럼으로써 표절을 조장하는 네이버는 범죄자집단이나 마찬가지다. 네이버가 최근 내놓은 개편안이 미봉책이라는 질타가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자신이 인터넷 생태계를 어지럽히고 범죄를 저지른다는 자각이 눈꼽만큼도 없기 때문이다.

고객의 지탄을 받고도 장수한 기업은 없다. 네이버는 팀 버너스-리 경이 WWW를 무료로 공개한 정신을 새겨보기 바란다.

웹진 인저리타임 대표·동아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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