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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칼럼] 고독사 문제의 근원적 해법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5-10 19:31:39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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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전원일기’에서 노마 엄마 역할을 맡았던 배우 이미지 씨가 혼자 살던 오피스텔에서 신장 쇼크로 숨진 지 2주 만에 동생에 의해 발견됐다. 최근에도 이런 일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지난 3월 20일 부산 서구의 한 주택에서 51세 남성이 숨져 있는 것을 경찰이 발견했다. 당시 시신은 안방 침대에 누운 채 백골 상태였다. 같은 날 부산 중구의 한 주택에서 63세 여성이 숨져 있는 것을 주민센터 직원이 발견했다. 영양실조로 사망한 지 6일 만이었다. 지난 4월 10일 광주 동구의 한 원룸에서 63세 남자가 숨진 지 두 달 넘게 지나 월세가 밀리자 찾아간 집주인에 의해 발견됐다. 같은 날 광주 북구의 한 고시원에서 홀로 지내던 40대 남성이 사망 후 2주 동안 방치됐다가 그의 아버지에 의해 발견됐다.
그림=김자경 기자
이 사례들의 공통점은 사망한 지 한참이나 지나서 발견됐다는 사실이다. 언론은 이런 죽음을 모두 외로운 죽음이라며 고독사(孤獨死)로 보도했다. 그런데 이 말은 법정 용어가 아니다. 정부의 정책이나 행정의 근거가 되는 공식 용어도 아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시사상식사전에서는 고독사를 ‘가족 친척 사회에서 격리돼 홀로 떨어져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홀로 죽음에 이르러 오랫동안 시신이 방치되는 경우’로 정의한다. 위키백과에서는 여기에 더해 ‘주로 혼자 사는 사람이 돌발적인 질병 등으로 사망하는 것인데 초기에는 실직이나 경제적 문제로 인한 중장년 남성의 고독사가 대부분이었지만 개인주의 가치관의 확산 등으로 독신자가 늘면서 경제력이나 연령과 상관없는 고독사도 나타나고 있다’며 좀 더 진전된 설명을 붙인다.

모든 생명체는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과정을 거친다. 누구나 나이 들면서 병들어 죽는다는 것인데, 이게 자연의 법칙이다. 건강하던 사람이 사고로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죽음은 이런 자연의 법칙을 따르게 된다. 흔히 생로병사는 인간이 거치게 되는 네 가지의 큰 고통으로 언급된다. 그래서 우리는 인생에서 이 과정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함으로써 고통의 크기를 줄이고 행복의 총량을 키우려고 노력한다. 농경사회에서는 대가족 제도와 마을 공동체가 이 역할을 담당했다. 새 생명이 태어날 땐 도움을 주고 모두가 축복했다. 나이 들어가면서는 대가족 체제의 어른으로 살았고 마을의 원로로 존중받았다. 고령에 따른 질병과 사망에 대해서는 대가족 체제와 마을 공동체가 부담을 함께 나누었다.

그런데 세상이 달라졌다. 산업화와 탈산업화의 과정을 겪으면서 대가족 체제와 마을 공동체라는 가족과 이웃을 통한 자연적 연대가 사라진 것이다. 대가족은커녕 지금은 핵가족 체제마저 무너지고 있다. 독신 가구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1인가구의 비중은 1980년 4.8%에서 2016년 27.9%로 크게 늘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증가세로 2020년에는 1인가구가 전체의 30%에 달할 전망이다. 그리고 이런 추세는 갈수록 더 심화할 개연성이 크다. 이는 대가족 체제가 지배적이던 전통적 농경사회와 비교할 때 경제적 토대 자체가 아예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연적 연대의 근거가 된 유교적 공동체주의 대신 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개인주의라는 서구적 가치관이 우리 사회에 빠르게 뿌리를 내렸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대가족 체제와 마을 공동체 하에서 생애주기에 따라 생로병사의 모든 과정을 함께하던 가족과 이웃의 ‘자연적 연대’가 사라진 것이다. 최근 사망 후 여러 날이 지나서야 발견된 일련의 고독사 이슈는 이런 맥락에서 등장했다. 자연적 연대가 존재하던 과거에는 없던 고독사 문제의 사회적 등장에 대해 정부도 어떻게 대처할지 당황해하는 눈치다. 이런 맥락은 무시한 채 생로병사에서 ‘사’만 떼어놓고 고독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에 고독하지 않은 죽음이 어디 있겠는가!

결국, 죽음을 고독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은 성립되기 어렵다. 생애주기에 따라 삶 전체를 고독하지 않도록 해야 죽음도 고독하지 않을 수 있는 법이다. 고독과 밀접한 핵가족과 1인가구의 급증 추세는 되돌리기 어렵다. 개인주의가 이미 우리 가치관의 근저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대가족 체제와 마을 공동체의 큰 장점은 ‘연대’였다. 그렇다고 자연적 연대의 시대로 되돌아갈 순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연대의 복원이야말로 생애주기에 걸친 ‘고독’ 이슈에 대한 올바르고도 근원적 해법이다. 과거 농경사회의 ‘자연적’ 성격은 아닐지라도 국가를 통한 ‘제도적’ 연대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북유럽 복지국가에서 실현된 ‘연대적 개인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생애주기에 걸쳐 일생 고독과 불행을 넘어 연대와 행복을 영위하는 것, 이것이 바로 복지국가의 꿈이다.

이런 복지국가에서는 고독사 문제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망 후 여러 날이 지나서 시신이 발견되는 경우가 없을 수는 없다. 이에 대한 최근 지자체의 대응은 매우 고무적이다. 서울시는 지난 3월 20일 ‘고독사 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웃 살피미 주민 모임을 통해 사회적 관계망을 회복하고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부산시도 ‘고독사 예방위원회’를 운영하고 고독사 위험이 큰 50, 60대 1인가구를 전담하는 중년지원팀을 신설한다. 서울 서대문구는 휴대전화 통화기록과 연계한 안부 확인 시스템인 ‘똑똑문안서비스’를 시작했다. 종로구는 사물인터넷 기술을 이용한 ‘독거 어르신 안전·건강관리’ 사업을 추진한다. 부산시는 홀로 계신 부모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안부 안심 콜(1588-5998) 서비스’를 실시한다. 부산 연제구는 ‘안심 LED 센서등’을 설치해 12시간 이상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주민센터 담당자가 대상자의 안부를 확인한다.

이런 방법들 이전에, 결국 고독사 문제의 근원적 해법은 연대적 개인주의를 제도화한 국민 행복의 복지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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