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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북핵보다 올 가뭄 /변희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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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5-07 19: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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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장마 강수량이 적더니 올해는 연초부터 가뭄이 화두로 떠올랐다. 봄비로 잠시 해갈된 듯하나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그 첫 근거가 6년마다 한반도 내의 어딘가에 가뭄이 생기고, 12년마다 장마가 실종되며, 38년과 124년마다 큰 가뭄이 발생한다는 주기설이다. 1976, 1982, 1988, 1994, 2000, 2012년에 분명 심한 가뭄이 있었다. 2006년도는 좀 약한 편이었으니 제외하고 봐도, 7회 중에 6번이다. 다음 주기는 2018년, 즉 올해이고 86%의 확률이다. 38년 주기는 1901, 1939, 1977, 2015년으로 이어졌는데 전후로 2~3년씩 연속 또는 단속으로 발생했다. 124년 주기는 1777, 1901년으로 이어진 극대가뭄인데, 전후로 20여 년에 걸쳐 발생했다. 고구려(668년), 백제(660년), 대한제국(1910년), 청나라 (1912년)의 멸망이 모두 이 124년 주기의 축(661년, 1901년)에 가까웠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2025년의 극대가뭄이 이미 시작되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최근 3년 동안 가뭄 피해가 난 지역이 많았고 국외에서는 북한과 베트남이 지금도 심각하다는 보도가 나온다. 

두 번째 근거로 태양흑점설이다. 흑점 수는 11년 주기로 극소치와 극대치가 나타나는 데 이와는 별도로 수십 년 동안 흑점수가 평균보다 많거나 적은 기간이 있다. 이 기간은 마운더 극소기(1650~1700년), 댈튼 극소기(1790~1830년), 글래스베르크 극소기(1880~1914년), 현대 극대기(1914~2007년) 등 따로 이름이 붙는다. 극소기 동안은 가뭄, 한파 등 특이한 재해가 빈번했다. 685년 전후 70년간도 이름은 없으나 아주 심한 극소기였다. 

최근 11년 주기의 극대치는 2014년이었는데 1800년 이후의 극대치 중에서 가장 작은 값이었고 올해 4월 다시 극소치에 도달했으니 아직 이름은 없지만 또 하나의 극소기가 시작된 것으로 본다. 앞서 언급한 4개국의 멸망이 모두 극소기 내였다. 요약하면 124년의 장주기와 6년의 단주기, 그리고 태양 흑점의 극소기, 이 세 가지가 겹치는 올해와 2024, 2030년을 전후로 고구려와 청나라에 있었던 멸망의 역사가 재현될 가능성은 제로가 아니다. 즉 핵이 아니라 가뭄이 올해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아직 태양 흑점의 변화와 지구의 국지적 가뭄 사이의 과학적 인과관계는 밝혀진 바 없다. 인류문화의 눈부신 발전, 동서양 강대국의 막대한 연구투자에도 불구하고 가뭄도 그 주기도 발생 원인은 아예 모르는 바나 다름없다. 비가 오랫동안 그 시기 그 지역에만 적게 온 이유를 따지면 답이 막힌다.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쓸쓸히 돌아서야 했던 국내외 많은 가뭄 연구자가 연구 실패란 멍에까지 지지는 말길 바란다. 그러나 실패한 원인은 따져야 극복을 기대할 수 있다. 

발견되는 것이 있다. 가뭄과 물 부족을 구별하지 않은 점이다. 가뭄은 물(강수에 의한)이 평균보다 부족해 생태계에 피해가 생기는 것을 의미하니 콩 가뭄, 옥수수 가뭄 등으로 세분하는 것이 좋다. 댐 수위가 거론되는 가뭄은 사실 가뭄이 아니고 물 부족이다. 댐 수위가 높아도 비 오는 날의 간격이 불순하면 생태계 피해가 날 수 있어서다. 

물 부족은 직전 해 우기의 강수량 부족 때문에 생기나 가뭄은 해당 작물의 생장 중에 비 오는 날의 간격이 변하여 생기는 것이다. 이것을 구분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다룬 가뭄, 각 지자체가 대비한다고 야단을 떤 가뭄은 사실은 가뭄이 아니라 물 부족이었다. 

지구상 전 지역이 우기에 비축한 물로 1년을 버티는 살림을 한다. 다음 비축을 시작할 때까지의 물 부족은 전해 최대로 비축된 시기에 대개 결정된다. 한국의 경우 여름 장마의 끝 날에, 다음 해의 장마 시작까지의 물 부족이 거의 다 결정된다. 그러니 예측도 쉽다. 물의 비축량을 계산할 때 조심할 것이 있다. 우선 누적 강수량이 아니란 점이다. 시간 경과에 따라 물은 증발산하고 유출하는데 1년 전에 내린 비와 어제 내린 빗물을 같은 비중으로 합산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비축 기간이 3개월인지 3년인지를 결정하는 과학적 방법이 없는 계산도 무용지물이다. 이런 문제를 고려한 이론은 이미 개발되어 국제사회에 전파 중에 있으니 정부가 도입하기만 하면 된다.

부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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