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주 위에 건물주’. 낯설지 않은 문구이다. 한때 초등학생 장래 희망에서 연예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던 적도 있다. 그만큼 대한민국 사회에서 건물주는 선망과 동경의 대상이다.
하지만 이제 건물주는 다시 조물주 밑으로 내려올 때가 된 것 같다. 현재 나타나는 일련의 신호들은 건물주, 정확하게 말하면 상가 투자의 위험을 알리고 있다.
올해 전국 맥도날드 매장 20곳이 문을 닫는다고 한다. 신촌점이 있고, 종로 관훈점, 그리고 부산 서면점(1993년 오픈)도 눈에 들어온다. 한국 맥도날드의 이런 대대적 폐점은 물론 경영의 실패이다. 하지만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었다”는 답변은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현재 임대료를 맥도날드도 감당할 수 없다면 과연 그다음은 누구냐 라는 의문이다.
“그래도 건물주가 임대료 내릴 생각은 전혀 없어요.” 사실이다. 아직 임대료가 떨어진 건 아니다. 건물주는 아직도 ‘갑’이다. 그런데 이때 포인트는 ‘떠난다’에 맞춰야 한다. 생각해보라. 임대료가 아무리 높다 한들 손에 쥐는 수익이 높다면 누가 떠나겠는가. 또, 대안이 없다면 결국 남아있을 것 아닌가.
건물주가 진정 ‘갓(GOD)물주’가 되려면 세입자들이 절대 떠날 수 없어야 한다. 임대료만 내리면 들어올 사람이 줄을 섰다고? 그렇지 않다.
많은 부동산 전문가가 이해하지 못했던 건 최근 10년간 건물주가 왜 이런 대박을 쳤느냐는 부분이다. 물론 임대업은 항상 수입이 좋았다. 그러나 ‘갓물주’ 반열까지 올랐던 적은 찾기 힘들다. 특히, 2008년 말 세계금융위기 이후 2018년까지 10년간 경기는 최악이었다. 그래도 상가 수요는 폭증했다. 대체 무슨 이유일까.
이때 등장하는 키워드가 ‘베이비부머’이다. 1952~1958년생까지 베이비부머가 대량 은퇴하면서 모두 자영업(창업)으로 몰리면서 10년간의 역설적 왜곡이 나타난 것이다. 이들의 은퇴는 2008년부터 본격화됐는데 평생 일하는 것이 몸에 밴 탓에 퇴직금을 갖고 대부분 창업을 했다. 치킨집, 커피전문점, 김밥집, 편의점, 국밥집, 중국음식 프랜차이즈 등등. 이들의 창업에 반사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바로 건물주였다. 당시엔 이런 많은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고, 상가공급이 부족하자 당연히 임대료는 부르는 게 값이었다. 그렇지만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려 목숨 바치던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은 상가주인의 갑질에도 버텨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17년을 기점으로 상황이 확 바뀌고 있다. 안타깝게도 그간 창업에 뛰어들었던 다수가 더는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가게 10곳 중 7, 8곳은 폐업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은 상가의 초과공급이다. 건물주 위상이 커지자 5년 전부터 너도나도 상가를 짓고, 또 상가를 분양받으면서 상가투자가 절정에 달했다. 작년 전국에서 분양한 상가점포 수는 1만5982개로 2007년 이후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이제 베이비부머는 떠났고 내수 침체로 창업은 격감하고 있다. 당연히 상가 공실은 수면 위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상가투자 위기의 또 다른 신호는 유통 구조 변화이다. 온라인 쇼핑몰이 급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오프라인 점포가 역공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요즘 미국 뉴욕 맨해튼도 극심한 공실에 시달리고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로 모든 것이 이뤄지는 유통의 급격한 변화가 ‘나비 효과’처럼 결국 상가 공실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인하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다들 그런다. “임대료, 아직 엄청 세요, 건물주는 아직 조물주예요.”
이런 행태는 기본적으로 저금리에 기인한다. 상가 경우 아직 연 4%대 담보대출이 가능하다. 건물주와 상가주인이 임대료를 깎아줄 절실함은 크지 않다. 그러나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 문제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이제 임대사업자에게 RTI(임대업이자상환비율)가 적용돼 잘나가는 건물주도 대출이 쉽지가 않다. 끝으로 또 하나. 아주 기본인데 지금 경기는 최악이다. 상가투자의 기본이 무너지고 있다.
건물주나 상당한 상가투자를 하고 있는 분이라면 기분이 상할 수 있을 것도 같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 보길. 지금의 임대료를 내고도 세입자가 과연 장사를 제대로 유지할 수 있는지를. 이제 건물주는 조물주 밑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다. 솔직히 그동안 너무 오래 위에 있었다.
경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