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걱정이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 2월 전국 출생아 수는 2만7500명으로, 작년 2월보다 3000명(9.8%) 줄었다. 1981년 이후 2월 기준 최저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7개월 연속 감소세다. 올해 1~2월 누적 출생아 수도 5만9700명으로 지난해보다 8.7% 줄었다. 부산의 경우 이 기간 3500명이 출생해 작년 대비 10.3%나 줄어 심각성을 더했다.

‘아기 안 낳는 사회’ 분위기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이미 2002년에 출생아 수 49만2111명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50만 명 선이 붕괴됐고 지난해(35만7700명)는 40만 명 선도 깨졌다. 합계출산율 하락도 2001년(1.297명)부터 작년(1.05명)까지 17년째 이어졌다. 심지어 부산(0.98명)은 지난해 1.0명 선이 무너졌다. 중장기적 노동력 부족과 생산성 하락이 불 보듯 뻔하다. 오죽하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까지 ‘저출산·고령화로 한국 경제성장 모델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했을까.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도 없지는 않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4년 저출산을 ‘국가 의제’로 설정하고,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을 제정했다. 2006년부터는 5년 단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도 시행하고 있다. 현재는 3차 기본계획 기간(2016~2020)에 속한다. 그동안 투입된 예산만 100조 원이 넘는다. 하지만 저출산 현상은 악화일로다. ‘백약이 무효’라는 말인데, 육아수당 지원 위주 대책의 한계다.

그래서 근원적인 이유부터 따져봐야 한다. 사실 원인은 단순하다. 살 만하고 기를 만한 환경이 못 되기 때문이다. ‘일자리·주거·교육’이라는 3대 요소 조성이 핵심이다. 이 3요소가 충족되면서 2004년 0.85명에 불과했던 합계출산율이 12년 만인 2016년 1.92명으로 배 이상 급증한 부산 강서구 사례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단순 지원보다 지속 가능한 정주여건과 육아 인프라 조성이 근본 대책임을 잘 보여준다. 정부·지자체를 넘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