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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건 칼럼] 드루킹 사건의 본질이 뭐든

국정원 댓글과 다르다는 민주당 입장 이해 가지만 경찰 부실수사 등 기시감

특검 수용 정공법 택해야 우린 다르다 밝힐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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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숙 관계인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또 한 차례 설전을 벌였다.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과 관련해서다. 추 대표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자유한국당이 국가기관들을 동원한 권력형 댓글 조직과 드루킹 일당의 댓글 장난을 동일시하는 것은 ‘파리’를 보고 ‘새’라고 하는 것이다.” 가만히 있을 홍 대표가 아니었다. 페이스북에서 “그럼 문재인 대통령은 파리의 도움으로 대통령이 됐다는 거냐. 마치 개그콘서트를 보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워낙 사안마다 부딪쳐온 둘인지라 이 정도의 말 싸움이야 새삼스럽지도 않다. 하지만 ‘파리’와 ‘새’의 차이 만큼이나 드루킹 사건을 보는 두 당의 입장이 극명하게 상반된다는 점에서 마냥 말장난처럼 치부할 일은 아닌 듯하다. 당장 한국당은 ‘국정원 댓글 수사하듯 댓글 공작을 수사하라’고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온 적폐 청산 프레임을 고스란히 덧씌우겠다는 공세여서 만만찮은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진실이 뭐든, 이번 사건에서 기시감이 많이 드는 건 사실이다. 대선을 8일 앞둔 2012년 12월 11일 벌어진 일은 지금도 우리 기억에 선명하다. 그날 저녁 민주당 일부 의원과 경찰이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의 숙소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오피스텔을 급습했던 장면이다. 민주당은 국정원이 여론 조작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출동, 대치 끝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결과는 허망했다. 불과 5일 뒤 대선을 사흘 앞두고 서울 수서경찰서는 국정원 직원의 PC 등에서 대선 관련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중간수사결과를 전격 발표했다.

대선이 끝나고도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석연찮게 전보발령 나면서다. 민주당은 경찰이 수사를 축소·은폐했다며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을 고발했다. 그 이후 검찰 수사는 원세훈 국정원까지 확대됐고 기나긴 재판 결과는 최근 원 전 원장이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됨으로써 일단락됐다. 반면 김 전 경찰청장은 1, 2심 무죄에 이어 2015년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가 확정됐다. 김 전 청장으로서는 억울함에서 벗어난 셈이다. 그러나 수사 착수 단 5일 만에 대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실한 중간수사결과를 굳이 서둘러 발표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그로부터 5년 여가 지나 이번엔 한국당이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은폐·축소 수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당만 서로 바뀌었을 뿐 5년 전의 판박이다. 이번에도 경찰이 불신을 자초했다. 용의자를 구속하고도 언론 보도까지 3주나 밝히지 않았다. 압수한 휴대전화 170대 중 133대는 조회도 않고 검찰에 넘겼다. 김경수 의원이 드루킹에게 홍보를 부탁하며 URL(인터넷 기사 주소) 10건을 보낸 사실 등 주요 내용을 언론 보도 뒤에야 공개하는 등 뒷북·부실 수사 흔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물론 표면적으로 기시감이 들 뿐 두 사안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김 전 청장이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듯 이 청장 또한 과도한 비난이 쏠리고 있다고 억울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찰의 납득하기 힘든 수사가 의혹을 눈덩이처럼 키운 것 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수사 5일 만에 별 것 없다던 중간수사결과가 훗날 엄청난 댓글 비리로 탈바꿈한 사실을 국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러니 사건의 진실이 어떻든, 뭔가 대단한 의혹이 숨어 있는 것 아니냐며 여론의 의심이 증폭되는 건 당연하다.

민주당으로서도 ‘파리’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자꾸 ‘새’라고 우겨대니 분통이 터질 법하다. 게다가 애초 자기들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사건이니 더욱 그렇겠다. 국정원 등 국가기관에 의한 댓글 조작과 민간인에 의한 댓글 조작을 같은 선상에 두는 게 무리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론의 눈에는 이미 그 주체가 누구이고 본질이 무엇이든, 댓글 조작이라는 프레임만 도드라질 뿐이다. 게다가 김 의원 측과 드루킹 사이에 돈이 오간 정황까지 포착된 마당이다. 국가기관이 아니더라도 현직 실세 의원이 불법을 공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파리’로 보기도 어렵다.

민주당은 두 댓글 사건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마냥 우길 게 아니다. 경찰의 신뢰도는 이미 땅에 떨어진 데다, 민주당이 감싸기로 일관하는 사이 의혹이 커지면서 국정원 댓글 사건을 보는 듯한 기시감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눈앞의 지방선거 유불리를 따질 게 아니라 정공법을 택해 하루라도 빨리 의혹을 털어내는 게 순리다. 김 의원조차 특검을 수용했으니 당 차원에서도 이를 받아들여야 옳다.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고 공허하게 외쳐대기만 하다간 지방선거 이상의 것을 잃을 수 있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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