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온통 드루킹 이야기로 시끄럽다. 지방선거를 앞둔 폭발력 때문이다. 야당, 그중에서도 자유한국당은 지지도를 일거에 뒤집을 수 있는 호재로 보고 무차별 공세를 펼치고 있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경찰과 검찰 조사로 밝히면 될 일이다. 수사 결과물이 미심쩍은 부분이 많으면 야권에서 주장하는 특검도 해야 한다. 그에 따라 책임질 이가 있으면 책임지고 처벌받을 일이 있으면 마땅히 처벌받아야 한다.
그 이후엔? 그런다고 댓글문화가 정화될까? 포털과 정부의 댓글정책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는 한 제2, 제3의 드루킹은 언제든지 다시 나올 수 있다. 드루킹 사건은 댓글을 통한 여론조작 행위가 얼마나 심각한 후유증을 부를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꼭 이 사건이 아니라도 댓글문화가 일반화되면서 부작용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특히 익명 뒤에 숨어서 괴롭히는 악플은 심각하다. 악플로 고생하는 연예인 이야기는 흔하게 듣는다. 미투 과정에서도 피해자를 가해자로 몰아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문제는 댓글의 어두운 이면을 알고도 방치하는 포털사이트다. 이들은 각 언론사의 뉴스를 자신의 플랫폼에서 보여주는 ‘인링크’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뉴스 소비자를 자신의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고 오래 붙잡아두기 위해서다. 이들이 오래 머물러야 광고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포털은 그 수단으로 댓글을 활용한다. 사람들은 ‘좋아요’가 많이 달린 글이 도대체 어떤 건지, 댓글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게 또 어떤 건지 궁금해서 찾아보게 된다. 포털은 이를 노려 손쉽게 댓글을 달 수 있도록 하고 공감 비공감 버튼까지 만들어 놓았다. 공감 비공감 경쟁을 유발해 더 오래 붙잡아두려는 거다. 특히 포털이 댓글을 보여주는 방식도 최신순이 아닌 인기순이어서 순위 조작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댓글로 형성되는 여론이 사실은 극소수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점이다. 한 방송사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큰 포털인 네이버의 기사를 보는 사람이 하루 1300만 명이고 그중에 댓글을 다는 계정은 12만 개쯤 된다고 한다. 기사를 보는 사람 중에서 댓글을 다는 사람은 1%가 채 되지 않는다. 네이버는 한 사람이 하루에 20개까지 댓글을 달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댓글을 다는 사람은 훨씬 적다는 말이다. 마음만 먹으면 극소수 집단이라도 포털의 여론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여기에다 매크로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댓글 순위 조작은 식은 죽 먹기란다.
이렇듯 댓글 조작 행위가 성행하는 데는 포털의 책임이 크다. 포털의 현재 뉴스공급 시스템이 주요한 돈벌이 수단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댓글 논란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대책을 세우라는 여론에는 시늉만 하고 있다. 뉴스 댓글뿐만 아니다. 포털은 이미 블로그나 게시판을 통해 사기꾼들이 돈 벌기 좋은 무대로 변질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블로그를 가진 네티즌이라면 ‘블로그 삽니다’라는 광고를 수도 없이 보았을 것이다. 그렇게 팔린 블로그가 맛집이나 상품을 왜곡하는 공간으로 악용된다. 네이버는 수년 전까지 운용했던 파워블로그 제도가 온라인 권력으로 변질돼 문제가 되자 2015년 슬그머니 없애기도 했다. 드루킹도 파워블로거가 되면서 자신의 입지를 확장할 수 있었다.
이번 드루킹 사건을 계기로 댓글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한다. 뉴스 처리만 해도 그렇다. 포털은 뉴스를 유통해 이익을 취하는 사실상의 언론이면서 ‘뉴스를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언론이 아니다’는 변명을 더는 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암만 생각해도 대책 마련을 포털에 맡겨놓을 수는 없겠다. 밥벌이 수단을 포기하라는 데 이를 받아들일 기업은 없지 않을까. 사회적 합의에 따라 강제하지 않는 한 포털이 자발적으로 뭘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공익을 우선 생각해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도 지난주 댓글 조작을 비롯해 온라인상 여론조작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 이른바 ‘드루킹 방지법’을 발의했다. 국회 차원의 댓글정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현재 포털이 사용하는 인링크 방식을 구글처럼 아웃링크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포털에서 기사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해주는 것이다. 댓글도 언론사 홈페이지에 달도록 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포털로 집중된 댓글이 각 언론사로 분산되는 효과와 함께 여론 조작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다. 댓글로 인한 문제가 발생해도 해당 언론사가 책임지면 된다.
어쩌면 드루킹이 우리의 댓글문화와 네티켓을 바꾸는 터닝포인트를 제공할 수도 있겠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았으면 한다.
편집국 부국장 do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