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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터치] ‘쓰레기 대란’에 인간만 걱정하는 인간 /이윤영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4-22 19:02:19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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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대란이 일어났다. 중국이 재활용 폐기물 수입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문제는 중국에서 출발했다기보다, 이제 그 어느 곳에서도 비닐 플라스틱 등 썩지 않는 쓰레기를 견딜 수 없게 된 이 시대의 현실이다. 우리는 언제 이 문제가 해결되려나 전전긍긍하며 기다리는 정도였지만, 어떤 존재들은 그 썩지 않는 쓰레기 때문에 목숨을 빼앗기고 있었다. 페트병 뚜껑, 비닐, 고무장갑, 라이터 등 형체를 알아볼 수 있는 것에서부터 아주 잘게 부서져 마구 뒤엉킨 쓰레기들이 배 속 가득한 채 죽어간 고래와 새들의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스티로폼을 삼킨 거북이는 잠수하지 못해 굶어 죽고, 새끼를 줄 먹이를 위해 9000㎞를 넘게 나는 새 앨버트로스는 물어온 것이 플라스틱이라 결국 자기 손으로 새끼를 죽게 만든다. 잔인한 시대다.

비슷한 일은 무수히 많이 일어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녹아 내린 북극 빙하. 우리는 그것을 달라진 기온 정도로 체감한다. 그러나 북극곰에게는 생존의 문제. 한동안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었던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 쓰레기통을 뒤지는 북극곰의 모습(사진작가 폴 니클랜 작)은 죄책감에 차마 볼 수 없다. 어디 동물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 시리아의 전쟁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지만, 우리는 그 사실에 매우 무관심하거나 무덤덤하다. 그 일과 나는 정말 상관이 없을까.

프랑스 사상가 볼테르는 “리스본은 폐허가 되었는데, 여기 파리에서 우리는 춤을 추네”라고 말했다. 1755년 11월 포르투갈 리스본에 일어난 대지진으로 6만여 명이 사망하는 시국에 어떻게 자신은 안락하고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지 질문한 것이다. 리스본 지진뿐만 아니라 1756년 시작된 ‘7년 전쟁’으로 무수히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지만, 자신과 자신의 주변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그 부조리에 대한 고민은 볼테르가 ‘캉디드’를 쓴 배경이 되었다. 우리는 분명 함께 살아가는데, 왜 다른 존재의 고통은 이토록 멀게 느껴지는가? 극명한 운명의 대비에 나는 책임이 없는 것일까?

볼테르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현실의 차이가 있다면, 그 부조리의 원천이 오롯이 우리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다. 리스본의 지진을 만든 것은 나의 탓이 아니라고 변명이라도 할 수 있다면, 쓰레기를 버린 것도, 지구온난화를 일으킨 것도 ‘나’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인간은 그러한 시스템을 만들었고, 나는 그것에 동의하며 충분히 그 혜택을 누리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심각하다고 수많은 연구와 보고가 나오고, 실제 현상으로도 드러나지만 무엇 때문인지 이 문제에 책임지고자 하는 사람은 소수다. 과연, 계속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 걸까?

공존의 사실을 망각한 인류에게 미래는 없다. 사회인류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이 지구에 사는 생명체 중 하나인 인간이 다른 생명종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구의 절반을 다른 생명종에 내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불가능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인간 또한 살아남는 방법이다. 혹은 그것만이 인간의 도리이자 본성이다. 극명하게 대비되는 운명이, 그 부조리가 불편한 것은 나와 관련되지 않은 일은 없기 때문이다. 이 세계의 모든 것은 끝끝내 나와 연결되어 있고,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나의 책임이다. 그 사실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 안에 내재한 가능성을, 그중에서도 선한 본성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 영화를 책으로 옮긴 ‘내일-새로운 세상이 온다’에는 프랑스에서 아이들에게 내는 수수께끼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수련의 잎이 매일 두 배로 불어나고 30일 뒤에 늪이 수련 잎으로 가득 찬다고 하자. 그렇다면 늪의 절반이 채워지는 때는 언제인가? 바로 29일째다. 절반이나 남았으니 시간이 많다고 느껴지겠지만, 하루 만에 상황은 완전히 바뀐다. 아직 나에게는 오지 않은 비극이 쓰나미처럼 몰려올 것인가, 아직 남은 그 절반을 다시 평화로운 상태로 바꿀 것인가. 이 세계에 만연한 부조리에 대한 고민은 결국 나의 생존에 대한 고민이다. 어떤 내일을 맞이할 것인가? 그것은 오로지 오늘 나의 선택에 달렸다.

인디고잉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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