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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성 칼럼] ‘올드 캠프’가 더 문제다

새 바람 기대 어려운 ‘리턴 매치’ 시장선거

캠프마저 식상한 인물, 부산 비전 어디서 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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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서 스스로 삼가는 단어나 표현이 있다. 가급적이면 독자나 공동체에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바람이 큰 까닭이다. 그저 대안도 없는 ‘지적질’보다 발전적인 비판이기를 소망해서다. 이번 6·13지방선거에서는 ‘올드 보이’ 같은 말은 쓰지 않으려 했다. 특정 후보들의 생물학적 나이를 사회활동의 적합성을 재는 척도로 보는 것이 옳지도 않거니와 하마터면 본질을 놓친 채 흠집내기 선거에 동조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이 흔들렸다. 부산시장 예비후보들이 꾸린 선거대책본부, 소위 선거캠프 윤곽을 보고나서다. 이건 숫제 올드 보이의 귀환이다.

‘올드 보이의 귀환’은 박근혜 정부 때 한창 입방아에 올랐다. 김기춘(당시 74세) 대통령 비서실장을 위시해서 이경재(72) 방송통신위원장, 이연택(77) 새만금위원장, 김동호(76) 문화융성위원장 등등. 70대 요직 인사가 수두룩했다. 그때 나왔던 볼멘소리가 있다. ‘우리도 중국처럼 70대 이상은 공직을 금지하면 안 되나’. 중국의 ‘7상8하’(67세 유임, 68세 은퇴) 규정을 두고 했던 말이다. 인사나 선거에서 나이가 무시 못할 요소가 되는 것은 그 사람이 바라보는 시선 때문일 테다. 젊은이는 미래지향적이고, 늙은이는 과거지향적이게 마련이다.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후보는 나이 문제에 민감하다. 부산시장에 세 번 도전했던 그는 한 번도 당선된 적이 없어 자신이 오히려 ‘뉴 페이스’라고 눙친다. 해양수산부 장관, 한국해양대·동명대 총장 등 화려한 이력에 견줘 나이가 상대적인 약점이라고 의식하는 탓일 게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호소하면 ‘시장병’에 걸린 사람 같고, ‘재선까지 가겠다’고 하면 자칫 노욕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그래서 조심스럽다. 하지만 오 후보는 그 어느 선거보다 유리한 국면에 있다. 우선 여론조사에서 적잖은 우위를 점해 있고, 여당의 정당지지율도 높다.

자유한국당 후보 서병수 현 시장은 낮은 여론조사 지지율이 최대 고민이다. 선거가 채 두 달도 남지 않았는데 상대 후보와 지지율 격차는 좀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부산시 공무원들은 서 시장이 재선을 하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촌평을 하곤 한다. 저마다 의미가 다르겠지만, 대개 사람 씀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알려져 있다시피 서 시장은 측근들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 친화력이 없는 듯한 스타일로 인해 손해를 본다는 이도 제법 있다. 그렇다고 서 시장이 불리하지도 않다. 무엇보다 ‘30% 프리미엄’이 보장된다는 현직이다.

이번 선거는 말 그대로 ‘리턴 매치’다. 이는 유권자들이 각 후보를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후보로선 변신을 시도해도 큰 변수가 되기는 어렵다. 결과도 지난번처럼 ‘51 대 49’의 승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양대 선거캠프도 2%의 승부처에 총력을 쏟는 모양이다. 양쪽은 각종 선거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선수들’ 중심으로 판을 짰다. 후보들은 바뀌어도 흔히 ‘꾼’으로 불리는 이들은 부산에서 여전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오거돈 캠프는 과거 보수정당 출신 인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중도·보수 확대 전략에 초점을 둔 듯하다. 4년 전 선거에서 1.22%포인트 뒤졌으니 이번에는 2%만 더 확보하면 이긴다는 셈법일 게다. 과연 그럴까. 서병수 캠프는 고 안상영 전 시장, 허남식 전 시장의 사람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이런 식을 보수 결집이라고 여긴다면 착각이다.

선거는 후보를 중심으로 하는 세력들의 경쟁이다. 대선뿐 아니라 시장 선거도 마찬가지다. 넓게는 정당이 있고, 좁게는 캠프와 측근들이 있다. 캠프 구성을 보면 선거전략은 물론 후보가 선거의 의미나 시대정신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도 읽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 올드 캠프를 꾸리는 건 후보들이 올드 보이를 자처하는 격 아닌가. 경제·인구·시세 부문 어디 할 것 없이 ‘부산이 이대로는 안 된다’며 한 표를 호소하는 후보들이라면 캠프라도 참신하고 미래지향적인 인물들을 불러모아 변화와 발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유권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중앙정치권에선 부산시장 선거가 당연히 ‘빅 매치’이겠지만, 정작 시민들은 시큰둥하다. 박력 있는 참신한 후보가 없고, 각 정당 후보경선 과정도 흐지부지되면서 흥행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더욱이 북핵과 남북 정상회담, 개헌 등 국가 차원의 대형 이슈에 묻혀 이렇다 할 지방선거의 어젠다도 아직 없다. 맥 빠진 선거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죽하면 ‘나는 기권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오히려 당당하게 할까 싶다. 시장 후보들이 오로지 이기기 위해 안전하다 못해 안일한 선거전략을 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후보들 선거캠프에 먼저 새 바람이 불어 넘치고, 그 바람이 선거전으로 확산되지 않는다면 부산의 향후 4년의 발전도 담보하기 어려운 일이다.

논설주간 jcp1101@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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