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12월 우리나라를 국빈방문했을 때 청와대 공식 만찬에서 대접한 수산물 요리가 있다. 바로 은대구 구이다. 은대구(Sablefish)는 쏨뱅이목 은대구 과에 속하는 경골어류로서 알래스카, 일본 북해도, 러시아, 캐나다, 북미 서부해안에 주로 분포하는 냉수성 대형 어종으로 중요한 상업어종이다. 수심이 1000ｍ 정도의 깊은 곳에서 살며 해저산을 따라 이동하고 산란기에는 육지 가까이에 온다. 부레가 없고 수직 이동을 하며, 수압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강한 어종으로서 인공 먹이에도 잘 적응한다.

은대구는 육질이 부드럽고 맛은 기름지지만 비릿함이 없다. 참치의 뱃살과 같이 느끼하지 않으며 그 끝 맛이 깔끔하고 고소하며 담백하다. 최근에는 양식에 성공해 냉동이 아닌 신선한 회로도 즐길 수 있게 됐다. 은대구는 지방질이 많고 다량의 오메가3 함량으로 심근경색이나 혈액 순환에 좋아 웰빙 음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유럽, 미주 등에서도 고급 어류로 취급된다. 

은대구는 고부가가치 어종으로서 높은 상품성을 지니고 있지만 우리나라 연근해에는 분포하지 않는다. 1990년대 이후 원양어선에 의해 어획된 은대구가 국내에서도 냉통 유통된 적이 있다. 캐나다나 미국의 경우 민간에서 양식 사업을 하고 있는데 안정적 종자 생산이 연중 가능하다. 수온 1~14도 범위에서 양식이 가능하다. 수온이 14도 이상이 되면 질병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치어는 6~8도 내외가 적당하다. 수심 10~15ｍ 육상 수조 양식장의 경우 수온 7~12도일 때 1년에 약 1㎏, 2년에 2㎏ 정도 성장한다. 종자를 생산하는 방법은 자연산 은대구를 낚시로 어획해 실내 수조에서 사육하며 성숙한 어미로 관리한다. 수정란은 자연산 어미로부터 채란하며 민간 종자 사업장에서는 수요자 요구에 맞도록 산란 시기를 조절하여 계획 생산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양식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동해안의 기장 연안에서도 은대구 양식이 충분히 가능하다. 우선 부산 기장 연안의 경우 수심 50ｍ층에서 취수하게 되면 여름철에도 10도 미만의 해수를 이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장 연안의 여름철 표층 수온은 16~25도, 저층은 12~15도 범위이고 특별하게 수온이 높은 때도 있으므로 냉각시스템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50ｍ보다 깊은 수심대의 해수를 취수한다면 10도보다 차가운 해수를 연중 공급받을 수 있으므로 은대구 양식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다만 동해안의 특성상 갑작스러운 수온 상승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해수 냉각시스템을 이용해서 해수 온도를 조절해야 한다. 현재 울산, 경북 경주 연안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넙치나 강도다리 양식장과 같은 시설로는 어렵다. 은대구는 성장이 빠른 냉수성 대형 종이므로 대형수조가 있어야 하고 차광 장치는 물론이고 여름철에 외부의 열을 차단할 수 있는 쾌적한 수조동 시설과 냉각장치(Water Pump) 및 여과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리고 어미 확보, 종자 생산, 어릴 때의 초기 먹이 개발, 질병 예방, 배합사료 적응 시험 등의 연구가 필요하다. 같은 냉수성 어류인 명태 완전 양식 기술을 확보한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에서 보다 쉬운 은대구 양식연구가 추진되고 있으므로 2~3년 내에 은대구 양식 기술력 확보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은대구 양식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어미의 확보도 필요하지만 알에서 부화한 후 초기 먹이 개발이 중요하다. 몇 년 전 부경대에서 소화 작용이나 염분 적응 등 기초생태 연구가 시행된 바 있으나 극히 기초적인 수준이었다. 이에 2017년부터 강릉 동해수산연구소에서 은대구 사육시험과 함께 먹이 개발 등을 위한 양식기술개발 연구를 하고 있다. 지금은 암컷으로 성전환된 어린 치어를 미국에서 들여와서 성장 단계별 먹이 개발, 조건별 수온 적응 등의 기초시험을 시행하고 있는 수준이다. 앞으로 완전 양식을 위한 건강한 어미 확보, 대량 종자 생산, 치어 성장시험, 성전환 기술, 어병 진단과 예방 기술 등의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은대구는 우리나라에서도 냉동 유통된 적이 있는 고급 어류이고,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 인기가 높으므로 수출 산업으로서도 가능성이 충분하다. 따라서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산, 울산, 경북 포항과도 가깝고 동해안의 깊은 수심층의 차가운 해수를 이용할 수 있는 기장 등의 지형적인 특성을 이용하면 대단위 은대구 양식 단지 건설도 필요하다.

국립수산과학원 전 동해수산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