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근처 바다에는 ‘GPGP’라 불리는 섬이 있다. 정식 명칭은 ‘Great Pacific Garbage Patch’로 우리말로 옮기자면 ‘태평양 위에 떠 있는 거대한 쓰레기 땅’이다. 면적은 한반도를 여러 개 합친 것보다 크다. 물론 사람은 전혀 살 수 없다. 섬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실상은 토양이 아니라 바다에 떠 다니는 쓰레기로 이뤄진 까닭이다.
전문가들의 조사 결과, 섬 형태를 형성한 플라스틱 쓰레기는 1조8000억 개, 무게는 8만 t에 이른다. 쓰레기에 붙은 상표를 분석해 보니 일본어와 중국어가 적힌 것이 3분의 1씩을 차지했다. 세계 환경단체들은 플라스틱 공해의 폐해를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삼자는 뜻에서 지난해 초 이곳을 정식 국가로 인정해달라는 청원을 국제연합(UN)에 제출하기도 했다. 더 놀라운 것은 GPGP 외에도 전 세계 바다에는 이 같은 쓰레기 섬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플라스틱 등 각종 쓰레기와 육지에서 흘러든 오폐수가 해양 환경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은 이제 누구도 부인하기 힘든 사실. 세계인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동남아의 섬들도 이런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해가 갈수록 관광객이 늘어나는 데다 자체 정화시설마저 부실해 해변이 본래 모습을 잃은 지 오래다.
견디다 못한 인도네시아 정부는 최근 유명 휴양지인 발리섬 일대를 비상사태 구역으로 선포한 뒤 매일 수백 t에 달하는 쓰레기를 수거하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 태국은 환경 보호를 위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했던 영화 ‘더 비치’의 촬영장이었던 피피섬의 마야베이 해안을 아예 6월부터 4개월간 개방하지 않기로 했다. 필리핀 역시 한국 신혼부부가 많이 찾는 보라카이섬에 대해 6개월 동안 방문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보라카이섬은 시궁창”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했다.
동남아 국가들의 잇단 휴양지 폐쇄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1인당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연간 62㎏로 세계 2위, 1인당 비닐봉투 사용량은 420개로 환경선진국이라 일컬어지는 핀란드의 100배나 된다. 설마 하고 마음 놓고 있다가는 남해와 서해 섬들의 아름다운 풍광을 다시 못 보게 될 날을 맞을지도 모른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