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청명(淸明)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말이 있다. 어떤 나무를 심어도 잘 자랄 정도로 흙과 대기에 생명의 봄기운이 완연하다는 의미다. 24절기 중 다섯 번째인 이날부터 날이 풀리고 하늘이 맑아진다. 양력으로는 식목일인 4월 5일 또는 한식(寒食)인 4월 6일과 겹칠 때가 많다. 올해 청명은 어제였으니, 식목일과 겹쳤다.
조상들은 청명 무렵 봄일에 나섰다. 논밭의 흙을 뒤집고 고르는 가래질로 한 해의 농사를 시작한다. 곡우 무렵 못자리판을 놓아야 하니 농기구와 씨앗까지 미리 살피고 준비한다. ‘부지깽이’ 속담에 드러나듯, 청명은 나무 심기에도 썩 좋은 시기다. 청명 무렵 널리 불린 전래민요 ‘나무타령’이 재미있다.
‘청명 한식 나무 심자, 무슨 나무 심을래 / 가자가자 감나무 오자오자 옻나무 / 처녀애기 자장나무 밑구녘에 쑥나무 / 깔고앉아 구기자나무 따끔따끔 가시나무 / 그렇다고 치자나무 대낮에도 밤나무 / 빠르구나 화살나무 거짓없어 참나무 / 방구뽕뽕 뽕나무 물에둥둥 똥나무 / 입맞추자 쪽나무 너하구 나하구 살구나무 /(하략)’.
농경사회를 벗어났고 나무도 풍부한 오늘날 청명의 의미는 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노래에 드러나는 조상들의 해학과 익살만으로도 우리 정서 속 청명의 상징적 가치는 가볍지 않다. 식목일도 마찬가지다. 1949년 산림 녹화를 위해 제정한 이후 수십 년간 이 날만 되면 전국에서 식수 행사가 열리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나무 심는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다. 그 대신 식목일은 마음속에 ‘소망 나무’ 한 그루씩 심는 날로 자리 잡았다. 상징적 의미가 커졌다.
그런 측면에서 올해 청명이자 식목일인 어제의 의미는 결코 예사롭지 않았다. 오는 27일 열릴 남북 정상회담에 앞서 양측이 판문점에서 만나 실무협의를 열었기 때문이다. 7500만 우리 민족의 마음속 소망 나무 가운데 ‘평화통일의 나무’ 만큼 소중한 것이 또 있을까. 한겨울 삭풍을 견디며 싹을 틔우고 이제는 완연해진 한반도의 봄기운 속에서 어렵사리 심어진 ‘통일 나무’를 제대로 키우는 일은 남북 모두의 책임이자 의무다. 마침 4월 5일은 신라가 당나라 세력을 한반도로부터 몰아내고, 삼국통일을 완수한 677년(문무왕 17년) 음력 2월 25일에 해당되는 날이기도 하다. 식목일은 통일 기원의 날인 셈이다. 내친김에 ‘나무타령’에 한 줄 덧붙이면 어떨까. “심어보자 평화나무 키워보자 통일나무.”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