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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칼럼] 보육·요양 등 사회서비스가 좋아지려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4-05 18:52:44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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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이발을 한다. 이발소든 미용실이든 이발 서비스 공급자들은 시장에서 더 많은 손님을 끌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성공한 공급자는 사업자로서 돈을 벌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순환의 과정을 밟는다. 그렇지 못할 경우 시장에서 퇴출당한다. 이발 서비스라고 해서 다 같은 게 아니다. 업소의 특성과 서비스의 종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서비스의 품질도 다양하다. 이렇게 펼쳐진 시장에서 소비자는 자유롭게 원하는 이발 서비스를 구매한다. 다만, 이때 지불하는 비용은 소비자의 몫이다.
이발소나 미용실에 가지 않아도 이발을 할 수는 있다. 집에서 누군가가 이발 서비스를 제공하면 된다. 가령, 엄마가 어린 자녀에게 또는 딸이 노부모에게 이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를 더러 보게 된다. 여기서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시장이 아니라 가족이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이발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그렇게 하면 된다. 여기서 국가는 이발 서비스의 제공자가 아니다. 또, 국가는 이발 서비스의 제공자가 가족이든 시장이든 간에 이 서비스의 질과 비용에 대해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이발 서비스는 성격상 개인적인 서비스이다. 이런 개인 서비스는 가족이나 시장 같은 사적 영역에서 제공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럼 교육 서비스는 어떨까. 이것도 사적 영역에서 제공되는 것이 자연스럽고 옳은 것일까. 근대 이전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교육도 대부분 가족 중심의 사적 영역에 속해 있었다. 교육이 국가의 공적 영역으로 자리 잡고 대세로 등장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정리하자면, 역사적으로 이발 서비스는 제공자가 가족에서 시장으로 바뀌었는데, 교육 서비스는 가족에서 국가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교육 서비스는 사적 영역에 맡겨지면 정의의 원칙에 어긋나게 된다. 현대적 ‘정의’를 구성하는 핵심 내용이 기회의 실질적 평등인데, 교육이 사적 영역에 맡겨지면 이것의 실현이 어려워진다.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교육받을 기회가 차등적이기 때문인데, 이는 국가가 교육을 책임져야 할 중요한 이유다.

하나가 더 있다. 경제성장에 유리하다는 사실이다. 국가가 교육 서비스를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제공하는 데는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편익이 비용보다 훨씬 크다. 사적 영역에서 일부만 교육받는 사회와 공적 영역에서 대다수가 교육받는 사회 중 어느 곳이 경제사회적 발전에 더 유리할지는 너무도 명백하다.

이런 특징을 가진 재화를 경제학적 ‘가치재’라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사회서비스’다. 이발 같은 개인서비스에 대비되는 사회서비스에는 교육 말고도 보육, 의료, 요양(돌봄)이 포함된다. 이들 사회서비스도 근대 이전에는 사적 영역에 속했고, 특히 가족이 서비스의 주요 제공자이자 재원조달의 담당자였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는 가족이 더는 이 일을 감당할 수 없게 됐다. ‘탈가족화’는 시대적 요구였고, 복지국가는 이에 대한 제도적 화답이었다. 그래서 모든 복지국가들은 사회서비스 재원을 국가가 제도적으로 책임지도록 했다. 당연히 부자든 빈자든 누구라도 사회서비스 이용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보편주의 원칙이 관철됐다.

국가가 사회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조세에 의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보험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보육·교육과 장애인 복지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재원은 조세로 조달하고, 의료와 장기요양의 경우 사회보험 방식으로 재원을 조달한다. 그런데 많은 복지국가는 의료와 요양 서비스도 조세 방식으로 재원을 조달하고 있다. 결국, 재원 조달을 어떤 식으로 하든 간에 복지국가들은 사회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비용을 국가가 실질적으로 책임진다. 탈가족화가 완성된 셈이다.

문제는 사회서비스의 공급 주체에 관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복지국가라면 사회서비스의 압도적 또는 상당한 부분을 국가가 직접 제공하는 게 옳다. 유럽 복지국가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동안 탈가족화의 방식으로 시장에 의존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 결과, 보육의 90%, 의료의 90%, 장기요양의 98%를 민간 공급자들이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 비용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 제도적으로 책임지게 되면서 사회서비스 수요는 팽창했고, 정부가 이에 대한 대응으로 그동안 민간 공급자들을 지원·조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장 방식의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공급자 간 출혈경쟁, 나쁜 일자리 양산, 서비스 질 하락 등이 그것이다. 사실 시작 전부터 예견됐던 폐단이다. 그래서 어떤 복지국가도 이런 시장주의 방식을 선택하진 않았다. 늦었지만 잘못을 인정했으면 한시라도 빨리 고치는 게 옳다. 그래서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이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을 공약했다. 지자체별로 공단을 설립해 국공립 시설을 직접 운영하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해서 국공립 시설의 비중을 늘려가겠다는 게 공약의 요지이다. 그런데 민간 공급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지금도 열악한데 국가가 공급자로서 경쟁에 나서겠다니, 이들의 입장에서 반대는 당연해 보인다.

정부는 사회서비스진흥원이나 사회서비스원으로 명칭을 변경하겠다고 한다. 명칭에서 오는 거부감을 줄이겠다는 게 이유다. 내가 볼 때 중요한 것은 명칭이 아니라 사회서비스 공급에서 공공 - 민간 혼합의 적정 비율을 달성하겠다는 우리 사회의 정치사회적 합의이다.

공공과 민간이 적정 균형을 확보하려면 반반이 좋겠지만, 최소한 서로에게 파급력을 미칠 수 있을 정도인 3분의 1은 돼야 한다. 중요한 것은 시설 공급이 과잉인 현실에서 민간 공급자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는 사실이다.

두 가지는 확실히 해야 한다. 새로운 시설을 공급하기보다는 민간 시설을 인수하도록 해야 하고, 공공과 민간이 대등한 조건에서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서비스의 단가는 좋은 일자리를 통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만큼 높아야 하고, 국민들은 필요한 비용을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통해 더 지불하겠다는 정치사회적 합의를 해줘야 한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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