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프로야구가 지난주 개막했다. 롯데의 홈 개막전은 오늘이다. 야생야사(野生野死), 야구에 살고 야구에 죽는 부산 사람들에게는 2018년이 이제 시작된 거다. 지난해 정규리그에서 롯데가 3위에 올랐던 터라 부산갈매기들의 기대는 여느 해와는 사뭇 다르다. 조심스럽게 우승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린다. 문제는 초반 팀 성적이 팬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는 게 찜찜하지만, 시즌 144경기 중 이제 겨우 5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지난해 개막 후 7경기를 치렀을 때 1위가 어느 팀이었는지 기억하는가. 6승 1패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던 팀은 놀랍게도 kt와 LG였다. 그들의 최종 순위는 꼴찌와 6위였다. 부산갈매기들은 일희일비하지 마시라는 말이다.

올 시즌 개막 전 롯데를 보는 시각은 우려보다는 기대가 많았다.

먼저 지난 2년간 FA로 영입한 ‘고참 3인방’의 존재감이다. 롯데는 지난 시즌이 끝난 후 손아섭을 주저앉혔고 민병헌을 데려왔다. 여기에 이대호가 건재한 타선의 무게감은 어느 구단에도 뒤지지 않는다. 이들 3인방이 돈값을 해야 팀이 우승에 근접할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또 하나, 팬들을 설레게 한 루키들의 등장이다. 오랜만에 연고지에 나타난 될성부른 신인, 부산고 출신 윤성빈과 경남고 출신 한동희. 열아홉 살 두 동갑내기는 막상 뚜껑을 열자 기대 이상으로 활약하고 있다. 여기에다 강민호의 빈자리를 메워줄 것으로 기대하는 중고신인 나원탁도 있다. 이들 ‘루키 3인방’ 성적에 따라 롯데의 가을야구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막 첫 주를 보내고 난 뒤 이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고참들의 활약이 영 시원찮다. 손아섭 혼자서 홈런 1개 3타점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롯데가 초반 힘을 못 쓰는 주된 원인이다. 온라인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돈값을 못한다는 둥 비난 일색이다.

반면 신인들의 활약은 눈부시다. 제2선발 중책을 맡은 윤성빈은 홈런타자가 즐비한 SK를 상대로 5이닝 2실점 깜짝 데뷔전을 치렀다. 묵직한 직구와 슬라이더가 일품이었다. 성급한 팬은 1992년 롯데 우승의 전설 염종석을 떠올리기도 한다. 3루를 지키는 한동희의 기세는 놀랍다. 개막전 첫 타석에서 SK의 에이스 켈리를 상대로 2루타를 작렬하더니 이튿날 김광현을 상대로도 안타를 뽑는 등 4경기 연속 안타로 매서운 방망이를 자랑했다. 수비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치명적인 ‘만세’를 부르는 실수도 있었지만 루키의 통과의례로 보면 되겠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나. 개막전 포수 마스크를 쓴 나원탁도 이 둘 못지않게 입에 오르내렸다. 투수를 저격하는 희대의 사고(?)를 쳤지만 갈수록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다. 

루키의 활약상을 지켜보는 팬들은 일단 흐뭇하다. 롯데는 그동안 신인을 길러내지 못하는 구단이라는 비난을 들어왔다. 1차 지명 선수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흑역사’는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롯데가 신인왕을 배출한 것은 무려 26년 전 일이다. 1992년 염종석이 시즌 17승을 수확하며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러던 차에 이제야 신인다운 신인이 등장한 것이다. 특히 한동희나 윤성빈의 경우 김칫국 마신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충분히 신인왕 레이스를 펼칠 기량과 스타성을 갖췄다.

루키 3인방은 가성비 면에서도 탁월하다. 이들의 연봉은 얼마일까. 한동희와 윤성빈은 신인이라 일괄적으로 2700만 원을 받는다. 중고신인 나원탁은 2800만 원이다. 이에 반해 아직은 잠잠한 고참 3인방의 몸값은 어마무시하다. 순수하게 올해 연봉만 이대호가 25억 원, 손아섭이 15억 원, 민병헌은 10억 원이다. 이대호의 연봉을 주급으로 환산하면 4800만 원쯤 되는데 ‘루키 3인방’의 몸값은 이대호의 주급 2주 치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롯데가 진짜 우승컵을 들어 올리려면 루키들의 활약이 절실하다. 셋이 합쳐 1억도 안 되는 신인들이 가을야구의 키를 쥐고 있다는 건 아이러니하다.

부산시가 엊그제 사직야구장을 개폐형 돔구장으로 재건축하자는 의견을 냈다. 부산도 그럴듯한 구장 하나 가질 때가 됐다. 반론도 있고 여러 가지 절차가 남아 있지만 새 구장이 본격적인 사업 착수에 들어갈 모양이다. 이젠 롯데가 잘해서 성적 내는 일만 남았다.

롯데는 홈 개막 3연전 시구자로 걸그룹 에이핑크의 손나은과 동계올림픽 스타 ‘배추보이’ 이상호, ‘봉다리소녀’ 이미현을 초청하는 등 팬 맞이에 나선다. 주말엔 사직구장 가서 루키 3인방의 이름을 연호하며 ‘부산갈매기’를 목청껏 불러야겠다. 비록 초반 성적이 좋지않더라도 실망하진 말자. 성급하게 비난도 하지 말자. 아직 139경기가 남아 있다. 롯데의 지난해 슬로건이 ‘마, 함 해보입시더’였다. 그래 롯데야, 올해는 제대로 해보자 쫌!

편집국 부국장 do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