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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희 칼럼] 서부산 신도시, 누구를 위한 것인가

강서 들판은 온통 공사판, 인문학적 성찰 담론 부재…우리 시대에 다 하면 안돼

둔치도 100만 평 공원화, 낙동강권 상생 전략으로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3-26 19:03:33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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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강서 들판은 오늘도 공사 중이다. 공사장의 흙먼지가 황사와 뒤섞인다. 흐릿한 시야 속에 들판의 지평선이 아스라하다. 우리가 김해평야라고 부르던 낙동강 하구 델타지역이다. 이 강서 들판에 권력과 자본으로 무장한 ‘개발군’이 들이닥쳐 목하, 미증유의 신도시를 조성 중이다. ‘시민군’은 일찌감치 저항을 포기한 듯하다. 여기저기 개발의 깃발이 꽂히자 관심사는 ‘부동산 경제’에 쏠렸다.

명지국제신도시는 철새 도래지와 인접한 강서구 명지동에 건설됐다. 명지동은 올 초 인구가 5만7000명을 넘어 명지1, 2동으로 분동했다. 명지국제신도시 2단계 사업이 완료되면 대략 8만 2000명이 상주하게 된다. 해운대 신도시의 2배다.

인접한 세물머리지역에는 더 어마어마한 신도시가 조성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시행하는 에코델타시티다. 규모가 해운대 신시가지의 4배인 11.88㎢(약 360만 평). 공사비는 5조4000억 원, 예상 거주자는 7만8000명이다. 수자공은 이 사업을 통해 4대강 사업의 투자분을 보전받는다.

부산시는 2015년 말 ‘서부산 글로벌시티’ 그랜드 플랜을 수립, 총 50개 사업 66조8400억 원의 재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에코델타시티에서 보듯, 단위사업 예산이 웬만한 건 조 단위다. 도합 66조라는 재원은 어디서 나올까. 얼핏 봐도 사업 부지들이 너무 넓다. 2008년 ‘강서 1000만 평 그린벨트’ 해제가 이런 개발사업의 먹잇감이 돼 버린 형국이다.

그런데도 부산시는 자신만만하다. 총사업비의 40%인 27조530억 원이 이미 투자되었고, 지지부진한 6개 사업을 제외한 44개 사업은 순항 중이며, 오는 2030년까지 차질 없이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2030년이면 불과 12년 남았는데, 그 안에 사업을 마무리한다? 그건 불가능하고 그렇게 가서도 안 된다.

세계의 ‘21세기 밀레니엄형’ 신도시들을 친환경, 지속 가능, 자원 절약, 커뮤니티, 주민 참여, 첨단기술 같은 키워드를 기본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급하게 가지 않는다. 호주 멜버른시의 도크랜드는 100년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삶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 시대에 모든 것을 다 결정하고 못 박아 버린다는 발상과 실행이 무섭기만 하다.

강서 들판의 대형 사업장엔 ‘누가, 왜, 무엇을 위해’라는 근본 물음이 생략돼 있다. 인접 철새 도래지나 문화재, 자연마을, 나루, 물길, 토박이, 농경지, 특산물, 퇴적층 등 문화원형에 대한 기초 조사가 이뤄졌는가. 강서가 키운 전국적인 명물 대저 짭짤이 토마토의 재배지는 살릴 수 없었던가. 전방위로 진행되는 개발사업을 진단하고 평가·토론, 대안을 제시하는 인문학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명지국제신도시 등에 사는 아파트의 아이들은 ‘고향’을 모른다고 한다. 정이 들면 고향이라지만, 그것도 주거공간의 정체성이 새겨질 때 가능한 얘기다. 낙동강 하구에 사는 아이들은 철새를 친구처럼 생각하고 생태적 감성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 전 세계에 얼마 안 남은 고니 떼가 매년 수천 마리 찾아드는 곳은 낙동강 하구뿐이다.

강서 들판은 이제 유보지조차 거의 없다. 그린벨트가 풀린 빼꼼한 땅은 예외 없이 개발사업의 깃발이 꽂혀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유보지로 남겨진 곳이 둔치도다. 의식 있는 시민들이 20년 전부터 ‘100만 평 문화공원’을 만들자고 외쳐온 곳이다.
둔치도 공원화의 열망이 최근 ‘낙동강 국가도시공원’이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부산의 시민·환경단체들이 함께 뛰어들었고 부산시도 호응하고 있다. 둔치도를 부산에 묶어둘 게 아니라, 김해 양산 창원 등 가야문화를 공유하는 낙동강권 지자체와 연계하고, 지역균형발전 논리로 대처하자는 취지다.

도시의 미래와 희망은 이런 것이다. 시민들이 대안을 만들고 힘을 모을 때 희망이 생긴다. 낙동강 국가도시공원 유치 운동과 더불어, 낙동 델타의 삶과 문화, ‘미래도시’의 방향을 찾는 시민운동이 절실하다. 철학이 없는 곳에 행복의 꽃은 피지 않는다. 서부산시민협의회에서 ‘서부산 인문 포럼’을 준비한다니 자못 기대가 모아진다.

“당신의 도시는 누구를 위해 바뀌고 있느냐?”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진보 진영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던 버니 샌더스가 던진 질문이다. 미국 버몬트주 벌링턴시의 시민들은 시내의 호숫가에 호화 호텔을 지으려던 한 갑부의 계획을 무산시키고 시민을 위한 공원으로 만들었다. 그 중심에 샌더스 의원이 있었다. 1%가 아닌 99%를 생각한 그의 철학은 도시를 바꿨다.

우리도 물어야 한다. “서부산 대개발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칼럼니스트·스토리랩 수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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