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은 그 ‘고상한’ 이름과는 달리 논란의 대상에 자주 오르곤 했다. 자신의 나라는 물론 지구촌이 공감하는 수상자가 많긴 하지만 적격성을 두고 구설에 오른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노벨상과 달리 지극히 정치적인 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상자의 정적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배가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간혹 수상을 둘러싸고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멀리 갈 것도 없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수상과 관련, 당시 한나라당 등에서 제기한 로비 의혹이 대표적이다. 시상식이 열리는 노르웨이 오슬로까지 가서 저지 시위를 벌이겠다는 일부 정치인도 있었다. 별다른 근거도 없는 로비설을 국내에서 퍼뜨렸으니 국제 망신이라는 말이 나올 만했다. 그것만으로도 성이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세월이 지나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김 전 대통령의 수상 취소 운동에 개입한 사실이 지난해 드러났다. 아무리 배가 아프다지만 집요하고도 치사하다.

로비 여부와는 별개로 일부 수상자의 적격성 논란에는 수긍이 가는 면이 없지 않다. 러일전쟁 후 평화협상을 주관한 공로로 1906년 수상한 미국의 시어도어 루스벨트(1858~1919) 대통령은 우리나라와도 관련이 깊다. 그는 우리나라의 독립을 도와달라는 호소에 “그 무력한 나라를 우리가 도와줄 의미가 있느냐”고 했던 침략주의자로 평가된다. 1898년 쿠바 침략에도 앞장선 인물이었다. 베트남 평화협상을 이끈 공로로 1978년 수상한 헨리 키신저도 마찬가지. 미국 국무장관을 지내며 비인도적 정치 공작과 전쟁을 주도했던 그의 수상은 전 세계에서 반발과 조롱을 불러일으켰다.

이러니 노벨평화상의 이름값에 의문이 없지 않지만 제대로 된 수상 이유가 있다면 마냥 폄하할 일은 아닐 터. 하지만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면 달리 생각할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 노벨평화상 추진위원회 결성 소동을 보면서다. ‘대한민국 직능포럼’이란 단체가 “문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추천하고,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도널드 트럼프, 김정은의 3자 공동수상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가 비판 여론이 일자 하루 만에 해산했다.

나가도 너무 나갔다. 문 대통령 등의 평화 노력이 의미 없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이제 물꼬를 튼 마당에 수상 추진이라니, 그간의 공로마저 훼손하는 또 다른 국제 망신이 될 뻔했다.

장재건 논설실장 jj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