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부산은 탁구로 꽤 이름을 날렸다. 1980, 1990년대 초반 전국 무대를 주름잡은 탁구팀이 부산에 즐비했던 까닭이다. 당시 남중, 선화여중, 선화여상, 계성여중, 계성여상, 광성공고(현 경성전자고 전신) 등 여러 학교팀이 강호로 맹위를 떨쳤다. 탁구스타 유남규·안재형이 뛰었던 광성공고는 한 해에 국내 대회 3개를 석권할 정도였고, 선화여중은 여중부 우승뿐 아니라 전국종합선수권에서 실업팀 언니들을 물리치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1985년 제1회 대통령기 전국 시·도대항탁구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한 것도 부산이었다. 그해 계성여상 1학년 현정화는 전국종합선수권 개인단식에서 고교 선수는 물론 대학·실업팀의 쟁쟁한 선배들을 차례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탁구여왕 등극의 서막이었다. 또 부산코카콜라 여자실업팀은 같은 해 전국종별선수권에서 단체전과 개인 단·복식 전 종목을 휩쓸었다. 앞서 1982년에는 전미(全美)오픈 단체전을 제패해 부산탁구의 매운맛을 보여줬다.
그런 뒤로는 부산탁구가 침체에 빠졌다. 다른 지역보다 팀이 부족하고, 현정화·유남규를 잇는 걸출한 선수를 키워내지 못한 요인이 크다. 하기야 실업팀 하나 창단하기 어려운 게 부산의 현실이다. 게다가 국제대회는 고사하고, 전국대회도 오랜 기간 부산에서 실종됐으니 시민들의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메마른 부산탁구에 그나마 희망의 바람이 된 것은 2013년 여름 아시아선수권대회 개최였다. 2002 아시안게임 이후 부산의 국제대회로는 처음이었으니 그럴 만했다. 이를 계기로 전국종합선수권대회가 그해 부산에서 26년 만에 펼쳐졌다. 그만큼 부산이 탁구뿐 아니라 국내외 스포츠대회 유치에 둔감했다는 얘기다.
이제 부산이 2020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유치에 나섰다. 미국·러시아의 도시와 함께 개최 후보 3곳에 부산이 포함됐다. 이 대회는 130여 국가가 참가하는 빅이벤트로, 지난해까지 61차례 열렸다. 그 중 일본이 7차례, 중국이 5차례 가져갔다. 도쿄는 3차례나 개최도시가 됐고, 39년 전 북한 평양에서도 열렸다.
그러니 부산이 못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더욱이 5년 전 아시아선수권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 그간 한국에서 세계선수권이 한 번도 열리지 않은 점도 유치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여기에 시민적 공감대와 참여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