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중국에서는 100%에 가까운 찬성 몰표로 헌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현재 개헌안 골자를 포함해 시기 등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 중인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다. ‘이상한 투표’ 방식과 장기 집권 허용, ‘시진핑 사상’이 포함된 것도 그렇지만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반대는 고작 2표에 불과한데 찬성이 2958표로 찬성률이 무려 99. 79%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가히 ‘거수기 투표’라 부를 만하다.

그런데 이런 거수기 투표가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일까. 최근 광역·기초의원 정수와 광역의원 선거구획정을 담은 공직선거법이 개정되었다. 이제 시·도의회가 기초의원선거구획정 조례안을 의결하면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전국동시지방선거 관련 법안은 다 갖추는 셈이다.

기초선거구 조례안의 표결 처리에는 당리당략이 아닌 지역 민심을 우선하고 유권자의 한 표 한 표가 소중하게 반영되어야 한다는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다수당의 논리가 앞선다. 이번에 서울지역의 사정만 보더라도 획정위가 제안한 당초 원안에는 4인 선거구가 35개였지만 다수당의 반대로 28개가 줄어 7개로 축소되고 2인 선거구는 오히려 55개로 늘어났다. 게다가 대전은 4인 선거구 2개를 새로 만들자는 획정위의 최종안이 모두 2인 선거구로 뒤바뀌어 이미 조례안으로 가결이 됐다는 소식까지 터져 나와 따가운 시선이 정치권으로 향하고 있는 판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선거구획정위가 마련한 안을 존중해야한다’는 규정이 있다. 여기서 ‘존중’을 ‘의결’로 고치지 않는 한 다수당이 ‘독과점’한 시·도의회에게 애초부터 선거구획정위가 마련한 획정안의 존중을 기대하는 것은 요원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2인 선거구가 가져다주는 ‘마시멜로’의 유혹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6회 지방선거에서 당시 거대 양당이던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전체 지역구 기초의원 당선자의 47.9%와 39.3%를 각각 나눠 가졌다.

기초의원은 최소 2명에서 최대 4명까지 선출하는 중선거구제다. 소선거구제처럼 1등만 금메달 주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2등, 3등에게도 은메달, 동메달을 준다. 온 국민의 잠을 설치게 했던 ‘영미야’ 컬링이 획득한 은메달은 여느 금메달 못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한다. 그만큼 다양한 정당의 의회 진출이 쉬워진다는 이야기다.

또 현행 공직선거법상 비례대표의원 비율이 10%에 불과해 지적받아 온 비례성을 보완하여 정당 득표율과 실제 의석점유율의 괴리도 줄일 수 있다. 유권자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고 정책으로 경쟁할 수 있는 터전도 확장된다. 당연하게 정책의 질도 올라가 우리가 사는 동네의 행복지수도 같이 올라간다. 선관위는 2015년에 이미 석패율 제도를 가미한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 정당득표율과 실제 의석점유율을 일치시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기초의원 총정수가 500명(실제는 현행법상 2927명이다)이라 가정할 때 어떤 정당이 정당득표율로 10%를 얻고 지역구에서 20석을 얻었다면 전체 의석의 10%에 해당하는 50석을 할당하기 위해 30석을 비례대표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는 지난 대통령 선거를 통해 높아진 민주시민 의식과 참여 열기를 동네 민주주의로 전환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선관위는 올해 지방선거의 슬로건을 ‘아름다운 선거 행복한 우리 동네’로 정하고 주민이 주인이 되는 ‘동네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힘쓰기로 했다.

이제 각 시·도의 기초의원 선거구획정 최종안은 시·도의회로 공이 넘어갔다. 중선거구의 취지와 부합하고 헌법에 보장된 투표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좋은’ 조례가 나올지, 기득권 유지 등 정치적 담합으로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나쁜’ 조례가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국익’을 위해 희생하는 정치권의 결단을 기대하고 또 희망해 본다.

부산동구선관위 지도홍보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