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과학에세이] 신기루는 환상이 아니라 과학이다 /변희룡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3-05 19:27:18
  •  |  본지 30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항을 출입하는 배가 실제와는 달리 기둥이나 반투명 부채처럼 보이는 경우는 허다하다. 망원렌즈로 찍은 사진에서는 더 명확하다. 그러나 이들이 공식적으로 신기루로 인정된 적은 없다. 달맞이 고개의 해월정에 ‘아무개가 여기서 대마도가 보이는 것을 신기루라 했다’고 적힌 무책임한 안내판이 수년간 있었는데 그마저도 최근에 없어졌다. 개념 착오 때문이라고 본다. 신기루란 빛이 공기 속에서 굴절되어 물체의 모양이나 위치가 달리 보이는 것이니, 바로 저런 것들이다. 전혀 없는 것이 보이는 것은 신기루가 아니라 환상이다.

몽즈 현상, 사막신기루 등으로도 불리는 하방 굴절은 지표 온도와 기온의 차이가 10도 이상일 때 발생한다. 물체가 하부에 하나 더 생겨 상하 대칭 또는 하부 도립으로 보인다. 반면에 빈스 현상이라 불리는 상방 굴절은 물체가 실제보다 높게 나타나 산 뒤에 있는 것이 보이기도 한다.

빛은 밀도가 낮은 쪽으로 들어갈 때는 입사각보다 굴절각이 커지고 반대의 경우 작아진다. 초등학교에서 다루는 내용이나 그림을 그려서 봐야 이해가 쉽다. 밀도차가 크거나, 기압이 높거나, 기온이 낮으면 많이 굴절한다. 대략 9hPa 증가하거나 3도 낮아지면 굴절률이 1% 증가한다. 공기의 밀도는 온난하거나 습윤할수록 낮다.

럭비공처럼 타원인 공기 방울 한 개가 배와 나 사이에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공기가 온난 습윤한 경우, 배에서 지표로 하향하면서 럭비공의 상부로 들어가는 빛은 꺾여서 수평이 된 다음, 빠져 나올 때는 상향하게 된다. 그래서 배 아래에 배가 하나 더 보이니 하방굴절이다. 럭비공이 한랭건조 경우이면 그 하부로 하향한 빛이 하방굴절 된다.

반대로 배에서 우주로 상향하면서 온난습윤한 럭비공의 하부로, 또는 한랭건조한 럭비공의 상부로 들어가는 빛은 꺾여 수평이 된 다음 나올 때는 하향으로 꺾이니 상방굴절이 된다. 이 럭비공들이 상하와 좌우에 혼재할 때는 허상이 복잡해서 ‘파타 모르가나’라 한다. 그래서 신기루 관측에서 관측자의 고도는 대단히 중요하다.

부산의 바다는 이런 신기루들이 수시로 출연하는 거대한 천연무대이다. 겨울에는 쓰시마 난류로 표층 수온은 평균 15도이나, 기온은 영하 12도까지도 내려간다. 사막에서 보다 더 심한 온도 차이라 하방굴절이 잦다. 특히 갑자기 추워진 날은 틀림없다. 사막에서 모래밭 밑에 상이 하나 더 생기듯, 배 아래에도 상이 생겨 상하 대칭이 된다. 대칭선 아래에 하늘이 있으니 작은 배는 하늘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대칭선은 배나 섬이 있어야 확인된다. 이 선 아래에 있는 더 선명한 가짜 수평선과의 사이가 허상 영역이다. 흐릿하고 일부만 보인다는 점에서 반사 영역과 다르다.

대마도의 경우 스카이라인은 거의 고정적이나 허상 영역 폭의 변화에 따라 섬이 크게 또는 작게 보인다. 시정 좋은 날 500㎜ 이상의 망원렌즈로 촬영하면 섬의 끝자리에서만 이 대칭선이 확인된다. 허상 영역 안에서 보이는 대마도의 해안선은 거꾸로 선 스카이라인의 반사 허상이지 진짜 해안선이 아니다. 지구는 둥글기 때문이다. 사막의 하방 굴절은 모래 위에 허상이 생긴 것이지 전반사의 결과가 아니다. 모래는 전반사를 못 한다. 해상에서 오메가 일출이 항상 생기지는 않으니, 이는 전반사가 아니라는 증거다.

한편 제주도의 남쪽에서 대한해협으로 도는 길은 태풍의 정상 경로이기도 한데, 가끔 온난습윤 럭비공과 상방 굴절의 원인이 된다. 고정 위치에서 찍은 사진에서 대마도가 산봉우리들만 점들로 보이기도 하고, 스카이라인이 다 보이기도 하는 것은 상방굴절의 증거다.

아이디어가 있다. 해안선 따라 다수의 다층 관측탑을 짓고, 매일 신기루 발생을 예보해 주면 이 지역은 광학기술의 메카가 될 것이다.
무대는 70㎞ 뻗어 있는 바다이고, 배우는 부산항을 출입하는 많은 배와 대마도다. 망원렌즈 없이도 보이는 오메가 일출이 다른 지역보다 빈번하니 최소한 관광자원 몇 개는 추가된다. 하루 100만 명도 몰리는 이 지역의 해수욕장들은 덕분에 더 유명해질 것이다. 환상이 아닌, 신기루 같은 희망이다.

부경대 명예교수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RSS

  1. 1넥슨 매각 예비입찰 마감…넷마블·카카오 2파전?
  2. 2아파트값 하락세 연제·남구, 고분양가 관리지역서 해제
  3. 3‘2000억 규모’ 에코델타 사업 막바지 입찰 경쟁 뜨겁다
  4. 4부산 미세먼지 저감조치 ‘반쪽짜리’
  5. 55G 기반 스마트폰·콘텐츠 모바일 올림픽 총출동…이동통신 미래 본다
  6. 6김경수 구속·서형수 불출마설…여당, 낙동강벨트 총선전략 어떡해
  7. 7내달 개각설…해수장관 후임 하마평
  8. 8경쟁률 4.5 대 1…거인 4·5선발 자리 누가 꿰찰까
  9. 9경기침체 불안감에…부산 주요 기업 창업주 일선 못 떠나
  10. 10‘문재인 복심’ 친문 3철(이호철·양정철·전해철), 전면에 나서나
  1. 1임시공휴일, 대통령 재가하면 확정…출근 할 경우 수당 체계는?
  2. 2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 4월 11일 임시공휴일 되나?
  3. 3‘문 대통령 깜짝 축사’ 유한대학교, 故 유일한 박사가 설립한 곳
  4. 4전병헌 전 의원 1심 징역 6년 법정 구속 면한 이유는?
  5. 5부산 중구, 대청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커뮤니티 케어 교육 실시
  6. 62019년 중앙동 장학회 장학금 수여식 개최
  7. 7부산 중구 (사)중구청년연합회 제28차 회원대회 및 회장단 취임식 개최
  8. 8부산 중구 광복동 주민자치회 2019년도 초등학교 입학생 축하선물 전달
  9. 9부산 중구 제10회 부산크리스마스트리 문화축제 평가설명회 개최
  10. 10‘문재인 복심’ 친문 3철(이호철·양정철·전해철), 전면에 나서나
  1. 1내달 개각설…해수장관 후임 하마평
  2. 25G 기반 스마트폰·콘텐츠 모바일 올림픽 총출동…이동통신 미래 본다
  3. 3한국해양대 2.5배 커진 한나라호 위용…대학 실습선 4척 명명식
  4. 4부산공동어시장 임금 체불 피소 위기
  5. 5사천 항공정비 첫 손님은 ‘제주항공 여객기’
  6. 6부산 주요 기업 창업주들 ‘현역’ 고수하는 속내는
  7. 723년 명맥 유지 ‘2G’ 없어진다
  8. 8동해 바다도 아열대화 진행, 해조류 무게 줄고 종류 늘어
  9. 9아파트값 하락세 연제·남구, 고분양가 관리지역서 해제
  10. 10달걀 산란일 표기 23일부터 의무화
  1. 1경부고속도로 상황 "경찰 차량 통제, 왜?"
  2. 2 차량 통제, 국빈방문 탓… “국빈이 왜 경부선에?”
  3. 3영광여고생 성폭행 사망사건… “90분 만에 소주 3병 마시게… ‘죽었으면 버려라’”
  4. 4현대제철서 용역노동자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 양승조 충남지사 사태파악 지시
  5. 5조현아 남편 상습 폭행 "죽어, 죽어" VS "의혹 전면 부인"
  6. 6김지은 “예상했지만 암담”… 민주원 ’안희정-김지은 텔레그램’ 공개 하자
  7. 75등급 경유차 규제, 내 차 등급 확인법은?
  8. 8부산 연산동 맨션 인근 지름 2.5m 싱크홀 발생… 차량 1대 빠져
  9. 9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실시...제외 차량 및 과태료는?
  10. 10 태권도·유도 도합 6단 시민이 편의점 흉기 강도 잡아
  1. 1‘창과 방패 대결’ 유벤투스 VS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예상 라인업은(챔피언스리그)
  2. 2권아솔 도발에 샤밀, "권아솔은 늘 저렇게 말로만"
  3. 3탁구 중국 귀화 선수, 세계선수권 출전 놓고 '엇갈린 희비'
  4. 43쿠션 프로당구 6월 출범 "제2의 이상천, 김경률 배출하겠다"
  5. 5'도전·비상·자부심'…프로야구 각 구단 야심찬 슬로건
  6. 6절정의 손흥민, 데뷔 첫 '5경기 연속골' 도전
  7. 7컬링 '팀킴'의 호소 사실로…김경두 일가, 횡령 정황까지
  8. 8전국체전 무대가 좁은 차준환, 4회전 점프 없이 쇼트 1위
  9. 9경쟁률 4.5 대 1…거인 4·5선발 자리 누가 꿰찰까
  10. 10최고 구속 145㎞, 김원중 첫 실전등판서 구위 점검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농업이 도시로 들어오고 있다
북항은 진정한 부산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
기고 [전체보기]
동남권 신공항, 국회의원 역할 절실 /이영
보행도시, 생태적 지혜와 철학 위에서 구현을 /류경희
기자수첩 [전체보기]
‘교양’을 갖춘 사회를 바란다 /신심범
깨지지 않은 ‘서부산 징크스’ /임동우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반려동물’ 수난 시대
‘스마트’하게 살지 않을 권리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기꺼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국악 선입견과 마주하기
제례악에 내포된 음양오행 사상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엄마 아빠 역할 뒤집기 /하송이
中企를 위한 금융은 없다? /정유선
도청도설 [전체보기]
농기구판 한류
수제화 장인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자기 표현의 기술
신춘문예 당선 소감을 읽으며
박무성 칼럼 [전체보기]
국민의 눈높이
‘밥 한 공기 300원’의 미래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포르투갈 리스본의 에그타르트
진화하는 통영 꿀빵
사설 [전체보기]
새 사령탑 맞는 부산비엔날레 새로운 도약 기대한다
30년 만에 육체노동 가동연한 상향한 대법 판결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과 생명보다 중한 건 없다
생계급여 수급 노인과 ‘줬다 뺏는 기초연금’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기절을 부르는 비너스
미술관을 지키는 강아지
이홍 칼럼 [전체보기]
개념도 정리 안 된 ‘4차 산업혁명’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되살아나는 박근혜의 그림자
보행친화도시로 가는 길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봄이 오는 길목에서
발랄라이카와 닥터 지바고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내추럴와인과 정월 대보름
프랑스와 미국의 와인전쟁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
  • 복간30주년기념음악회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 유콘서트
경남교육청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해맑은 상상 밀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