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 년 전 영국에서는 ‘공기 통조림’이 히트를 쳤다. 시골의 맑은 공기를 통 속에 넣어 도시민에게 판 것으로, 특히 런던에서 잘 팔렸다. 그도 그럴 것이 ‘런던 스모그’는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악명이 높았다. 늘 혼탁한 공기를 마셔야 했던 런던시민이기에, 공기 통조림은 휴대용 산소마스크와도 같았다. 우리의 대동강물처럼 공기를 팔아먹었으니 ‘영국판 봉이 김선달’이라 해도 될 성싶다.
오늘날에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산소캔’이나 ‘공기캔’이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으니까. 지난달 밀양 세종병원의 화재 참사 현장에는 지리산 공기캔이 대량 공급돼 눈길을 끌었다. 탄소가 없는 해발 700~800m의 청정 산골에서 포집한 거라고 하니 일반 도시의 오염된 공기와는 천양지차일 터다.
대기오염 물질 중에서 가장 치명적인 건 역시 미세먼지다. 이제 일상적 모습이 되다시피 한 희뿌연 하늘의 원흉이다. 미세먼지가 인체에 해롭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호흡기를 통해 몸속에 들어와 각종 질환을 일으킨다. 더구나 지름이 2.5㎛ 이하의 초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지정 1급발암물질이다.
이런 데다 미세먼지가 자살위험까지 크게 높인다는 연구내용이 그제 발표됐다. 서울대 예방의학교실팀이 2001~2013년 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국내 성인 26만여 명을 대상으로 ‘대기오염과 자살의 연관성’을 추적 조사한 결과다. 그 기간 미세먼지에 가장 많이 노출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자살위험이 4배나 높게 나왔다는 얘기다. 미세먼지가 신체적 질환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주는 게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가뜩이나 ‘자살공화국’이란 오명을 듣고 있는 마당에 미세먼지까지 자살을 더 부추긴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미세먼지 농도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에서도 네 번째로 나쁜 수준이니 말이다.
하지만 타개책은 있다. 도시에 숲과 가로수를 가능한 많이 조성하는 방법이다. 얼마 전 국립산림과학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시숲은 미세먼지 농도를 평균 40% 줄이는 걸로 나타났다. 나뭇잎이 미세먼지를 빨아들이고, 나무 줄기와 가지는 미세먼지가 내려앉는 걸 차단하는 효과가 있어서다. 결국 도시숲이 미세먼지를 잡는 킬러인 셈이다. 살기 좋은 도시가 되려면 도시녹화가 필수적 요소인 시대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