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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칼럼] 무문관 수행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2-22 19:43:08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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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많은 사람이 참선에 대해 큰 관심을 두고 있는 듯하다. 내 가족 가운데는 집을 떠나 명상 수련을 다녀온 이가 있고, 또 다른 지인은 절에서 마련하는 단기 출가를 체험했다. 야간이나 주말에 참선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어디에 있느냐는 문의도 곧잘 받는다. 그런데 요즘은 무문관(無門關) 수행 얘길 종종 듣게 된다. 무문관은 스님들이 독방에서 문을 걸어 잠근 채 간단한 공양만 받으면서 수행에 용맹정진하는 것으로 불교의 수행 가운데서도 매우 혹독한 수행이다.
나는 백담사 무금선원 무문관을 한 차례 방문한 적이 있는데, 작은 배식구가 하나 있고 문을 자물쇠로 꽉 잠근 그 외관을 보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한 적이 있었다. 스님들은 세 평 독방에서 철저히 혼자 지내며 수행한다고 했다. 내가 평소에 존경해 모시는 무산 오현 스님께서 어느 해인가 백담사 무문관에서의 안거를 마치고 나오는 소회를, 선정삼매(禪定三昧)로부터 나오는 심경을 읊으신 ‘출정(出定)’이라는 시는 요즘도 떠올리게 된다. “경칩, 개구리/ 그 한 마리가 그 울음으로// 방안에 들앉아 있는/ 나를 불러쌓더니// 산과 들/ 얼붙은 푸나무들/ 어혈 다 풀었다 한다”고 장쾌하게 깨달음의 경지를 일갈하신 시이다. 좌선을 마치고 일어나는 순간에 돌연하게 그 웅대한 우주가 맺힌 것을 풀고 원활하게 거침이 없이 시원하게 흐르고 운행됨을 경험하신 것일 테다.

소식을 들으니 무문관 수행 프로그램 참여 대상의 폭이 일반인에게도 넓혀지는 분위기다. 계룡산 갑사의 무문관 템플스테이나 사단법인 행복공장의 무문관 프로그램 같은 것이 그 일례이다. 이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문 없는 수행처에 자신을 가두게 된다. 휴대전화 등 갖고 간 물품과 세속을 모두 반납하고 몸 하나만 비좁은 독방에 가두게 된다. 특히 한국불교대학 대관음사 감포도량 무일선원은 2박3일에서 3년까지 수행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수행을 오랫동안 해 온 재가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무문관으로 들어가는 것은 깨달음을 얻지 못하면 문 바깥으로 나오지 않겠다는 뜻이니 수행의 결기가 서슬 퍼런 칼날과도 같을 정도다. 죽음을 각오한 수행이라고 할 수 있다. 도봉산 천축사의 무문관이 우리나라 현대 무문관의 효시라고 할 수 있고, 그 명맥을 백담사 무금선원 무문관이나 제주 남국선원 무문관 등이 잇고 있다.

올 4월에는 다큐멘터리 영화 ‘무문관’이 전국 50여 개의 상영관에서 개봉돼 무문관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의 모습을 대중들에게 보여준다고 하니 무문관 수행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뜨거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자물쇠를 채운 독방에 자신을 결연하게 가둔다는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려는 일반인들의 욕구가 여러 형태의 수행 참여로 점차 실현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아주 탁한 상태에 이른 몸과 마음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어서 맑게 회복시키려 이처럼 나서는 이가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한다. 아닌 게 아니라 내가 나를 돌아보아도 나는 너무나 많은 약속에 매여 있고, 거친 말을 불처럼 내뱉고, 흙더미와도 같은 무언가에 밀리고 짓눌려 있으며, 무기력하고, 걱정은 산처럼 쌓여 있는 형편이다. 실로 친친 묶인 사람이 된 것이다.

내가 자주 읽는 선시가 하나 있는데 청허 선사가 지은 것이다. 시는 이러하다. “한없이 솟아나는 산 아래 샘물/ 이 산에 사는 스님 모두 마시네/ 모두 다 바가지 하나씩 들고 와/ 저마다 둥근달을 건져 가누나.” 이 시는 마음 닦음의 경지를 잘 보여준다. 마음을 닦는 스님들은 청량한 샘물을 마실뿐만 아니라, 본인의 몫만큼 샘물을 떠서 갈뿐만 아니라, 밝고 환한 달도 하나씩 건져서 간다. 이때의 둥근달은 원만하고 환한 마음의 상태를 빗댄 것일 테다. 나는 나의 마음이 이와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여러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수행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들이 결국 찾으려는 것이 이 원만한 보름달과 같은 자신의 본래 본모습, 본래의 면목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참선 수행에서는 자신의 지식과 선입관과 생각을 내려놓고 마음을 쉬게 하면 자신의 본래 면목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고 가르친다. 일시에 생각을 내려놓고 아무것도 헤아리지 말라고 가르친다. 극도로 피로한 세상을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겐 잠시 잠깐이라도 자신을 텅 비운 상태로 두는 것이 정말이지 필요하다. 마조 스님은 “도(道)는 닦을 것이 없고 다만 오염되지만 않으면 된다”고 하셨지만, 그와 같은 경지에 이르는 첫걸음은 일터에서든 집에서든 시비분멸을 버리고 생각을 쉬는 것이 아닐까 한다.

해남 미황사 금강 스님은 무문관 수행을 지도하고 있고, 또 미황사에서 7박8일 동안의 참선 집중수행인 ‘참사람의 향기’ 프로그램을 지도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묵언을 하도록 하고, 매일 6시간 참선을 한다. 아침밥으로 죽을 먹고 점심에는 발우공양을 한 후 저녁밥은 먹지 않는다. 작년 이맘때에 100회를 넘었고, 2000여 명의 참여자가 스님으로부터 마음 점검을 받았다고 하니 놀랍기만 하다.

금강 스님은 근년에 펴낸 책 ‘물 흐르고 꽃은 피네’에서 이렇게 묻고 답한다. “몸을 쉬는 법은 누구나 잘 안다. 그런데 마음 쉴 줄은 모른다. 몸은 잠들면 쉬어지는데, 마음은 어떻게 쉬는가? 마음의 쉼은 늘 순수한 본래 마음 상태로 회복하는 것이다. 우리 본래 마음으로 돌아가, 이 순간을 보는 것이 마음을 쉬는 것이다.” 스님은 걱정이 없는 마음의 상태를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마음을 쉬게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무문관에 입방하지 않더라도 내 지금 있는 이 순간에 스스로 홀로 앉아 있어 볼 일이다. 내가 곧 독방거처(獨房居處)가 될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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