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이렇게 직무유기를 해도 되는지 말문이 막힌다. 올 6·13지방선거의 광역·기초의원 정수 및 선거구 획정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 문제가 국회에서 법정기한 2개월이 넘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해 12월 13일(지방선거 6개월 전)까지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의원 정수 및 선거구를 획정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국회에서 선거법 개정 작업이 계속 미뤄져 왔고, 이제는 지방선거 일정에 차질을 빚는 지경에 이르렀다.

파행 사태를 겪고 정상화된 2월 임시국회는 지난 20일 본회의에서 66개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여야 간 이견으로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이견의 핵심은 광역의원 증원 규모에 모아진다. 그 바탕에는 정파 간 이해관계와 지방선거 유불리 속셈이 깔려 있는 건 불문가지다. 여야가 상호 절충안을 내놓고 있는 게 그나마 희망적 요소이나, 2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본회의 날인 오는 28일 선거법 개정안이 처리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 달 2일 광역·기초의원 예비후보 등록이 예정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지금 상태로는 2014년 지방선거 때와 같이 등록 개시일이 늦춰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설사 등록이 2일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상당수 예비후보는 자신이 출마할 선거구를 정확히 모른 채 활동해야 할 처지에 놓인다. 더구나 추후 선거구가 바뀔 경우에는 더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이는 얼굴이 덜 알려진 정치신인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고, 지역 유권자에게도 좋을 리 만무하다.

사실 선거법 개정안이 오는 28일 가결되더라도 일이 끝나는 게 아니다. 법안이 시·도 조례에 반영되는 등의 절차가 남아 있다. 더욱이 기초의원은 국회에서 지역별 정수만 정할뿐 선거구 획정은 자치단체에 위임돼 있다. 선거법 개정이 지연될수록 연쇄 타격을 주는 구조다. 국회의 이런 횡포는 새삼스럽지 않다. 그러니 지방의원 정수와 선거구 획정 결정권을 국회와 정당이 아닌 외부 독립기구에 맡겨야 한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여야 정치권은 그 비판의 뜻을 깊이 새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