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미중 관계는 작년 4월 미국 플로리다 마라라고에서 개최된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를 포함, 양국 간 협력을 확대하고 갈등 요인은 상호존중의 원칙하에 관리해 나가자고 합의함으로써 비교적 순조로운 출발을 하였다. 이어 지난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중에서도 중국 측은 트럼프 대통령을 극진하게 예우하는 한편, 미중 양국은 2500억 달러 수준의 무역 및 투자에 합의하는 등 미중 간에 협력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2월 발표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시작으로 올해 1월에 발표된 국방전략보고서, 그리고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연두교서 등은 테러리즘 대응이 아닌 강대국들과의 전략적 경쟁이 미국 국가안보의 주요한 초점이 되었다고 밝히면서 중국을 전략적 경쟁국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런 보고서들은 중국에 대해 수정주의 국가로서 미국의 이익과 가치에 도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미국은 힘을 통한 평화유지라는 기조하에서 자체의 군사력을 고도화하는 한편, 한국 일본 등 동맹국은 물론이고 인도 등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이에 대응할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아울러 지적재산권 침해 등 중국의 불공정 무역에 대해서도 강하게 언급하였다.
이러한 것은 2015년 오바마 대통령 당시의 국가안보전략보고서가 중국의 부상은 국제규범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미국의 입장이 상당히 경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중국의 해·공군력 증강과 더불어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세력 확장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데 대해 미국이 상당한 경계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일부 중국 전문가는 중국이 작년 가을 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그간의 공세적 대외정책을 다소 완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파라셀군도에서의 해상시추선 충돌로 2014년부터 갈등 관계에 있었던 베트남과는 2017년 베트남 국가주석의 방중과 시진핑 주석의 베트남 방문을 통해 관계개선을 도모하였으며, 한국과의 사드 문제에 대한 봉합과 더불어 일본과도 아베 총리의 방중이 협의되고 있는 상황을 들 수 있다. 아울러 그간 아세안 국가들과의 쟁점이 되어 있던 남중국해에서의 행동규범(CoC) 협상 개시가 작년 11월 중국과 아세안 간에 선언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이러한 것들은 전술적인 측면에서의 움직임에 불과한 것이며 중국몽은 강군몽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이 주변국들에 대한 경제협력과 군사 대국화를 통하여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능가하는 대국이 되려는 중국의 의지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의 견해이다.
2017년 이후 실제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일어났던 일은 이러한 양국 간 전략적 경쟁을 말해주고 있다. 중국은 2017년 16회에 걸쳐 대만 수역에서 군사훈련을 감행하였으며, 올해 1월에만 해도 중국 항공모함이 두 차례나 대만해협을 통과함으로써 차이잉원 정부에 대한 무력시위와 더불어 중국 해공군의 서태평양 진출 훈련을 한 바 있다. 또한 중국은 남중국해에서의 인공섬 건설과 군사기지화 노력을 계속해 왔으며, 해양주권을 포함한 자신의 핵심이익은 절대로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고 최근 이 수역에서 중국의 수호이-35 전투기가 무력시위하기도 하였다.
미국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서였지만 한반도 주변에서의 군사 활동과 수준을 크게 확장하였으며, 남중국해에서도 2017년 5월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중국의 해양권익 주장에 대응하기 위한 ‘항해의 자유’ 작전(FONOP)을 수행하였다. 지난 1월 초에도 이 작전을 위해 미사일 구축함 한 척을 남중국해 수역에 보냈으며, 얼마 전에는 매티스 국방장관이 베트남을 방문하여, 항공모함 칼빈슨호의 다음 달 다낭 입항에 대해 협의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 미중 간 다양한 협력에도 불구하고 상호 전략적 의도에 대한 불신이 깊어가는 가운데 동아시아 지역에서 어느 일방의 군사훈련과 행동은 상대방의 대응을 유발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향후 특히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미중 간의 전략적 갈등이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러한 갈등은 동북아 정세와도 직결되어 북핵 문제를 포함하여 미중 간에 전략적 선택을 요구받고 있는 한국에게는 적지 않게 부담스러운 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서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