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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칼럼] 당신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여경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2-13 18:42:47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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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을 행사하는 남편과 헤어진 조시는 고향 미네소타로 돌아온다. 비록 이혼을 하고 16세에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친정아버지에게까지 외면당하는 신세지만 두 아이에게만은 제대로 엄마 노릇을 해 주고 싶어 그녀는 광산에 취직한다. 남성의 공간으로 상징되는 광산. 그곳에서 자신의 공간에 발을 들여놓은 또 다른 종을 물어뜯는 동물의 행태보다 천 배는 부도덕한 패악질이 자행된다. 사고 능력을 가진 인간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런치박스 안에 남성 성기 모형을 넣어두거나 정액 묻은 옷을 라커룸에 넣어두는 행위가 자행되며 여성 폄하 낙서가 난무하고 다반사로 음담패설이 쏟아진다. 담배를 꺼낸다는 명목하에 여성의 주머니에 손을 넣고 가슴을 만지는 남성 광부들에게 여성 작업자를 위한 이동 화장실 또한 눈엣가시다. 이동화장실에서 오물을 뒤집어쓰기도 하고 강간의 위기에서 심한 내·외상을 입은 조시는 급기야 ‘직장 내 성폭력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미국 최초의 직장 내 성폭력 소송 사건으로 알려진 ‘젠슨 대 에벨레스 광산’ 내용을 담아낸 ‘노스 컨츄리’(2005, 니키 카로) 영화 이야기다.

‘나쁜 년’ ‘고자질쟁이’ ‘창녀’. 소송을 제기한 조시에게 쏟아진 비난 여론이다. 심지어 그녀의 여성 동료들은 “넌 우리 삶을 망치고 있어!”라고 말한다. 더불어 그녀의 지난한 이력은 상대방에 의해 폭로되고 조시는 또 다른 상처를 받게 된다.

영화 특성상 극단적인 표현들이 있지만 1984년의 이 사건과 2018년 현재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Me Too 파장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곳곳에서 일고 있는 #Me Too 들불은 이제 폭로자의 피해 사실과 가해자의 신상털기에만 집중돼서는 안 된다. 성폭력, 성차별의 심각한 폐해를 깊이 이해하는 이들의 연대 속에 조속히 확실한 성폭력 방지 정책이 세워져야 한다. 더불어 성폭력에 대해 무감각한 이들의 진정한 자각이 있어야 한다. 그 배경에 언론이 든든한 지지대 역할을 해 주어야 함은 더 말할 나위 없다.

지난 1월 29일 자 국제신문 ‘세설사설’에서 강동수 소설가가 “현송월이 방남하자 중계차까지 동원해 뭘 먹고 어디서 잤느냐 따위 일거수일투족을 자기네가 시시콜콜 보도해 놓고선 땀 흘리는 선수보다 현송월이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라는 식의 일부 언론 보도를 비판했는데 그 의견에 백 번 천 번 동의한다. 이제 언론은 그때그때 현상 알리기 보도에만 급급해서는 독자 곁에 머물 수 없다. 소신껏 약자와 올바른 이들의 편에서 어떤 사건에 대한 정당하고 새로운 틀이 마련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색깔 있는 목소리를 드높여야 한다. 붕대를 칭칭 감고 슬쩍슬쩍 포를 뜨는 듯한 무딘 칼의 글과 초등학생들도 실시간 띄우는 사건 기사를 읽는 데 시간 낭비할 독자는 더 이상 없다.

서지현 검사와 최영미 시인의 용감한 폭로로 놀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주변의 대다수 사람은 “터질 게 터졌군”이라는 반응이었다. 간혹 한둘은 지난 일을 공연히 들쑤셔 갈등을 조장한다고 했다. 공연한 갈등 조장이 아니라 속에서 곯을 대로 곯은 상처의 진물이 밖으로 흘러나온 것뿐이다.

이 두 전문직 여성들의 폭로가 있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뒤에 또 다른 조시들은 얼마나 많을 것인가. #Me Too 파장은 남성 대 여성의 문제가 아닌 심각한 우리의 ‘사회 문제’이다. 가해자는 승승장구하고 피해자는 또 다른 나락으로 떨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사회의 시민으로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1984년 ‘젠슨 대 에벨레스 광산’ 사건은 결국 조시의 승소로 막을 내렸다. 실패를 겪고 귀향한 변호사 빌과 루게릭병을 앓는 그녀의 친구 글로리, 몇몇 동료의 연대에 힘입은 승리였다. 승소의 결과로 철광의 여성들은 합의금을 받고 성희롱 방지 정책을 얻어냈다.

영화의 엔딩 자막을 옮기며 글을 마무리한다. “모든 권력을 가진 사람이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을 해치려는데 당신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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