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또다시 파행을 빚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어제부터 국회 상임위원회 일정을 전면 거부한 까닭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여야가 정쟁을 자제하자는 결의안을 채택한 지 하루 만에 국회 운영이 멈추고 말았다. 국가적으로 경제 여건이 어려운 시기인 데다 각종 민생·개혁법안도 국회에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여야 정치권이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며 민의의 전당을 마비시키고 있으니 기가 차고 통탄할 노릇이다.

사태의 발단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비롯됐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한국당 소속 권성동 법사위원장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이 지난 6일 권 위원장의 사임을 요구하며 법사위 회의를 거부한 것이다. 이에 한국당 측이 상임위 전면 보이콧이란 초강수로 맞대응하고 나선 모양새다. 핵심 상임위에서의 부분 파행도 모자라 국회 전체 차질로까지 비화됐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르냐 여부를 떠나 민생 살리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판에 국회가 이처럼 정쟁에 열을 올리는 건, 그들에게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얘기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현재 국회에는 심사·처리돼야 할 법안이 법사위 780건을 포함해 무려 8500건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제2 제천·밀양 화재 참사를 막기 위한 소방안전 관련법은 한시가 급한 법안이다. 상가건물임대차 보호법이나 학자금대출상환 유예법, 직업교육훈련촉진법 개정안 등을 비롯해 계류 중인 민생관련 법안도 수두룩하다. 자칫 국회 파행이 길어지면 여러 중점·쟁점 법안 처리부터 6·13지방선거 선거구 획정, 개헌 논의까지 줄줄이 막힐 게 불보듯 뻔하다.

국회 파행 사태를 보는 것도 이제 신물이 난다. 툭하면 보이콧이니 고질병과 마찬가지다. 그 병폐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더구나 지금은 여야가 정쟁과 기 싸움을 벌일 정도로 한가한 때가 아니다. 한국당은 당장 보이콧을 철회하고 국회 운영에 복귀하는 게 마땅하다. 민주당도 ‘결자해지’의 자세로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여당다운 모습이다. 2월 임시국회가 국민 지탄을 받지 않고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여야 모두의 대오각성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