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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현장] 평창 ‘하얀 코끼리’ 안 되려면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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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의 날이 밝았다. 한반도에서 올림픽 성화가 타오르는 건 1988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이다.

이번 올림픽은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올림픽 사상 최초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과 북한 응원단·예술단의 남한 방문이 성사되면서 ‘평화올림픽’의 면모를 갖췄기 때문이다. 평창올림픽은 ‘화합과 평화’라는 근대 올림픽의 정신에 가장 부합한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평창올림픽이 나머지 절반의 퍼즐을 맞추려면 ‘올림픽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성공적인 올림픽을 판단하는 기준은 유치 과정과 경기장 인프라·사후 관리로 나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올림픽 유산’을 매우 중요시한다. 각종 시설물이 올림픽이 끝나고서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양한 문화·스포츠 시설로 활용돼 올림픽 이미지를 실추시키지 않고 순기능을 하길 바라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까지 평창올림픽조직위가 구체적인 사후 관리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9월 구닐라 린드버그 평창올림픽 조정위원장은 평창슬라이딩센터와 강릉 스피드스케이트·아이스하키 경기장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평창올림픽에서 ‘하얀 코끼리’가 남길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하얀 코끼리는 겉보기엔 훌륭하지만 실제로는 막대한 유지비용이 드는 스포츠시설을 빗댄 표현으로, 평창올림픽 시설의 사후 관리 방안 부재를 지적한 것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역시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가 하루빨리 논의해 경기장 활용 프로그램을 매듭짓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하얀 코끼리’가 수두룩하다. 가장 가까운 예가 바로 부산에 있다. 부산은 2002 아시안게임을 개최하면서 아시아드주경기장 등 수많은 시설을 건립했다. 하지만 이들 시설의 사후 활용 방안을 미리 마련해 놓지 않았던 탓에 오랫동안 애물단지로 방치되고 있다. 아시아드주경기장은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마저 외면하면서 텅 빈 상태다. 사직수영장 역시 아시안게임 이후 16년 동안 전국 규모의 대회를 단 한 건도 치르지 못했다.

국내에서 치러진 국제대회 중 역대 최악의 ‘적자 대회’라는 오명을 쓴 2014 인천아시안게임도 마찬가지다. 인천은 AG 개최를 위해 1조5000억 원이 넘는 공사비를 들여 새 경기장을 지으면서 빚더미에 깔렸다. 대회가 끝난 후에도 시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누적 운영적자가 3년 만에 300억 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성공적인 사례도 많다. 1994 릴레함메르동계올림픽이 대표적이다. 릴레함메르시는 올림픽 시설을 재활용해 1년 내내 크고 작은 행사를 연다. 경기장에서 콘서트를 개최하거나 지역 주민을 위한 건강 증진 시설로 사용한다. 2002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는 올림픽 시설들을 거대한 테마파크로 탈바꿈시켰다.

평창올림픽은 2주 남짓한 기간 열리지만 오랜 시간 동안 남는 시설들은 국민의 혈세로 지어졌다. 이들 시설이 하얀 코끼리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사후 활용 방안을 적극적으로, 또 시급히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애프터 평창’은 인천이 아닌 릴레함메르여야 한다.

스포츠부 차장 junny97@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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