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김해신공항 추진의 근거가 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공항 위상을 크게 낮춰 설계했다고 한다. 그제 부산시가 개최한 제9차 김해신공항 원탁회의에서 발제를 한 부산발전연구원 이상국 연구위원에 따르면 국제선 여객터미널 규모가 그전에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이 수행한 사전타당성 조사 때보다 30% 가까이 줄었다는 것이다. 김해신공항에 대한 정부의 보수적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의 이 같은 김해공항 위상 낮추기는 납득하기 힘들다. 여객 수가 이미 오래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해공항 연간 여객은 지난해 말 1600만 명을 돌파했다.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이 예측한 1600만 명 달성 시점인 2020년보다 3년이나 앞당겨졌다. 이런 추세라면 2000만 명도 당초 2030년보다 10년가량 앞서 달성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해공항 여객 수가 항상 정부 예측치보다 훨씬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공항개발중장기종합계획상 김해공항 위계가 관문공항에서 거점공항으로 격하된 것과 무관치 않다. 김해공항 위계는 2차 중장기종합계획 수립 당시 김포, 제주와 함께 권역별 관문공항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3차 때 관문공항 위계가 사라진 뒤 지금의 5차 중장기종합계획(2016~2020년)까지 무안 대구 청주 김포 제주공항과 함께 거점공항 위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해공항을 무안공항과 같은 수준으로 보고 있으니 신공항 타당성 조사가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김해공항에 대한 정부의 잘못된 시각을 바꾸지 않으면 향후 김해신공항이 제대로 건설될지도 의구심이 든다. 김해신공항 원탁회의에서 위계가 하락한 김해공항을 관문공항으로, 김해신공항은 인천과 같은 중추공항으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이유다. 이를 위해 현재 진행 중인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에 쪼그라든 여객터미널 규모 등을 현실에 맞게끔 개선해 반영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