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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칼럼] 그렇게 하도록 두면 될까,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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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2-01 19:00:33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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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한밤중에 북한은 ‘금강산합동공연’을 취소한다는 일방적 통보를 해왔다. 국가 간은커녕 시정잡배의 약속에서도 있을 수 없는 횡포이고 무례이니 김정은 정권은 스스로 국가가 아님을 밝힌 것이거나 대한민국을 국가로 여기지 않겠다는 의사일 것이다. 하기는, 지난 19일 한밤중에도 다음 날로 예정되어 있던 공연 사전 점검을 위한 현송월의 방남을 취소한다는 일방적 통보를 해온 바 있다. 다 아는 일이고 말도 많았던 일에 부언하려는 것은 아니나 일단 상기해두자.
   
하필 북의 공연 취소 통보가 있기 몇 시간 전, 프랑스 파리에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을 자신들의 체제를 선전하는 수단으로 쓸 의도를 갖고 있다면 그렇게 하도록 두면 된다”는 발언이 있었다. 표면적으로 두 일의 맥락은 별 관련이 없는 것 같지만 달리 생각해 볼 여지도 있다.

금강산합동공연 취소에 북은 일단 남쪽 언론을 원인으로 내세우고 있다. 상식, 도리는 물론 염치조차 애초 안중에 없는 그들이니 무슨 억지든 못 내놓을까. 하지만 그들 공작부서나 선전선동부가 우리 언론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는 결코 없다. 그럼에도 올림픽 개막이 코앞에 닥쳐서 미끼를 내놓았고 우리 정부는 덥석 물었다. 아니, 물지 않을 수도 없는 처지였다. 어쨌거나 오매불망하던 일의 문이 열렸으니 이것저것 여러 일을 추진하게 되었고, 무리수에 따른 문제가 드러나면 언론의 비판은 당연한 의무였다. 북으로서는 내키지 않는 제안을 수용하는 척해도 빌미를 잡아 판을 엎는 것은 애초 문제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느닷없이 건군절 날짜를 변경해 올림픽 개막식 전날에 대규모 열병식을 기획한 그들에게 북쪽 지역에서 벌이는 문화행사가 무슨 의미와 득이 있었을까. 역시나 마식령스키장에서의 1박2일 합동훈련에서 우리 선수단은 태극기도 국적도 없는 유니폼과 스키복을 입어야 했다. 반면 어제 함께 입국한 북한선수단은 가슴에 인공기를 달고 등 뒤에는 ‘DPR KOREA’라는 국명을 밝힌 유니폼 차림으로 당당히 입국했다. 성가실 일 없는 훈련으로 체면치레는 하고 금강산합동공연은 엎었으니 이제 남은 것은 남쪽에서의 판뿐이다.

현송월은 “뭔가를 확실히 보여주고 싶다”며 강릉아트센터의 규모를 아쉬워했다고 한다. 뭘 보여주고 싶은 걸까. 물론 공연 프로그램에 대한 남북 간 사전 조율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공연 도중, 혹은 앙코르 요청이 있을 때 조율되지 않은 저들의 정치색 짙은 공연이라도 터져 나온다면….

문정인 특보 말대로라면 ‘그렇게 하도록 두면 된다’. 뭐 사실 그 정도에 흔들릴 대한민국은 아니다. 그렇지만 국론이 갈릴 것은 불 보듯 환한 일이다. 그것도 해프닝으로 덮어지는 일회성 분열이 아니라 북한 응원단 등을 둘러싸고 올림픽 기간 내내 치열하게 갈라진다면, 어찌할꼬! 더군다나 이미 개막식 전 열병식으로 예상되는 불씨가 올림픽 폐막 후 북한의 군사적 도발로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분열의 갈등이 계속된다면 참으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보인 정부의 자세는 상식으로는 이해 불가였다. 공식적인 방한 대표이니 예우는 갖춰야 했지만 ‘불편해하시니’는 국민으로서는 굴욕이었고, 더군다나 그가 정말 국정원 소속이었다면 서글프고 두렵기까지 한 일이다. 국가정보원은 나라 안보의 최고핵심 아닌가. 그런 부서 요원의 사고가 그 정도라면 이미 안보의 밑바닥이 흔들리고 있는 셈이기에 말이다. 남북관계의 주무부서는 국정원이 아니라 통일부다. 그러니 안내는 통일부가, 경비는 경찰이 주도하고 국정원은 ‘소리 없는 헌신’의 원훈(院訓)대로 드러나지 지원으로 정보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옳았다.

“미리 연락을 주셨으면 5만석 공연장을 지었을 텐데”라고 현송월을 기쁘게 한 공직자도 있었단다. 속된 말로 ‘제가 뭐 간디’ 국민의 세금으로 5만석 공연장을 짓는다는 것이고, 가능치도 않은 아부를 서슴없이 내뱉는 그의 국적과 사상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자, 이 지경이니 이제 기대할 수 있는 곳은 언론뿐이다. 청컨대, 제발 의젓했으면 좋겠다. 사진 한 장, 멘트 한마디가 기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지 않지만 그래도 풀 기자단을 짜서라도 최소한의 품격은 지켜줬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의 국격(國格)과 국민의 자존심을 위해서 말이다.

다음은 ‘미녀응원단’ ‘자연미인’ 운운이다. 북한에서 응원단으로 내려올 수 있는 사람은 흔히 착각하는 ‘순수’ ‘순진’과는 아주 거리가 먼, 성분과 당성(黨性)으로 똘똘 뭉쳐진 핵심계층이다. 설령 자유에 ‘순간 충격’은 받더라도 결코 흔들리지 않고 당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남쪽 넋 빼기에 열심을 다할 것이라는 뜻이다. 사실 미인으로 따지자면 어디 남쪽에 비할 바인가만, 핵심은 이제 ‘미인’ ‘미녀’ 타령은 제발 그만 좀 하자는 것이다.

방송 연예프로가 미인 미녀타령으로 아름답다는 ‘미(美)’의 본래 의미를 오염시킨 지 오래다. 오직 육체의 섹시에만 주목한 ‘미’의 숭배가 우리 사회에 퍼뜨린 해악이 얼마인가. 소설가조차 상상하지 못하는 잔혹한 범죄의 근원과 이면에 뿌리 박힌 왜곡된 ‘미’ 의식. 성희롱에는 목청을 높이면서 한편으로는 조장하는 이율배반이라니!

   
이참에 정신을 차리자. 현송월은 결코 빼어난 미인이 아니다. 그저 수더분한 아줌마 정도이다. 그의 정치성에는 주목할 수 있지만 미는 거론할 바 아니다. ‘미녀응원단’도 없다. 그냥 ‘북한응원단’이다. 잘 선발해, 조직하고, 훈련된. 한 민족으로 환영하고 함께해야 하지만 그 이상의 착각은 큰 화근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정말 마지막 보루로 언론을 믿고 기대한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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