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 마태오 복음서에 이런 말씀이 나온다.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19~20)

여기서 ‘두 사람이나 세 사람’ ‘함께’라는 말에 주목하고 싶다. 종교 이야기를 하려 함이 아니다. 둘은 함께의 시작이다. 하나로는 안 된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미안하지만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하느님도 삼위일체의 하느님이다. 도둑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일의 성공은 함께함에 있다. 태초에 하느님께서 천지를 창조하고 엿샛날에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한 것도 함께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함께는 창조의 원천이며 시작이며 마침이다. 시너지 효과가 생기고, 힘들 때 서로 위로하고 동기부여가 된다.

모든 인간관계의 원천은 바로 함께하는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하 둘이나 셋)’의 원리에 있다. ‘둘이나 셋’의 원리가 틀어지고 깨질 때 이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사회가 혼란스럽고 경제와 정치가 어려워진다. 경영학의 집단지성도 대단한 것이 아니다. 바로 ‘둘이나 셋’의 원리에 기초를 두고 있다. 덧셈이며 합침이다. 집단지성이 제대로 이뤄질 때 양보와 겸손을 배우며 진정한 뺄셈이 작용한다. 미천한 사람이라도 인간 본래의 품성과 지혜를 지니고 있으니 둘이나 셋이 모여 마음을 터놓고 의논하면 좋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그 결론이 비록 세밀성이 떨어져 소박하더라도 특정인의 독단적 의견이 아니라 참여자의 중의를 모은 것이라면 훌륭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음은 경험을 통해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러니 ‘둘이나 셋’의 원리는 팀워크의 원리이며 그 밑바탕 정신은 공동선이다. 일은 팀워크로 추진하면서 그 목적과 결과물이 특정 당사자를 위함이라면 진정한 둘이나 셋의 원리가 아니다. 구성원의 충성과 열정을 끌어낼 수 없고 조만간 그 조직은 무너진다. 그러고 보면 ‘둘이나 셋’의 원리는 바로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원리다. 사람은 본성적으로 누군가와 어울려 살게 돼 있다. 고독이 좋아 고독하게 사는 사람은 없다. 경제·육체적 문제나 성격적 결함 내지 사회성이 떨어져 본의 아니게 그렇게 살아간다. 역설적이지만 고독의 동굴에서 필사적으로 탈출하려 할수록 사람은 더 고독해지는 법이다. 왜냐하면 ‘둘이나 셋’의 원리에 몸을 맡겨 자연스럽게 해결해야지 인위적으로 노력하면 할수록 더 꼬인다.

‘둘이나 셋’의 원리는 나눔과 베풂이니 공유의 원리다. 공유를 배우게 될 때 사람은 비로소 행복해진다. 이 세상 자원을 특정인이나 특정 종교, 특정 국가가 독점할 때 마찰이 일어나고 전쟁이 일어나며 인간은 불행해진다. 역사가 증명해주는 바다.

오늘의 주제 사회적경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결론적으로 말하면 사회적경제는 ‘둘이나 셋’의 원리가 철저하게 작동하는 경제체제다. 사회적 목적 추구 과정에서나 창출된 사회적 가치의 배분 과정에서나 둘이나 셋의 원리가 작동돼야 한다는 얘기다. 한 사람이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거나 결과물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대다수가 소외된다면 사회적경제 정신을 상실한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 취업이 곤란한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작동 과정에서의 둘이나 셋의 적용원리이고, 자신에게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시장가격으로 구매하는 데 어려운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것이 배분 과정에서의 둘이나 셋의 원리다. 사회적경제는 공동선이 작용하는 세계다. 공동체 정신이 살아 있어 사익보다 구성원의 공동이익을 추구한다.

사회 문제를 ‘둘이나 셋’의 경제공동체 방식으로 해결하려함이 사회적경제의 본질임을 인식한다면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같은 사회적경제 조직에 적합한 경영기법은 고객에게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둘이나 셋’의 사회, 동업자, 투자자, 고객, 종업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인의 가치 창출에 관심을 가짐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회적경제 조직의 ‘둘이나 셋’의 원리를 살린 소셜 미션과 경제적 가치추구 활동이 중요하지만 ‘둘이나 셋’의 원리에 입각한 지자체와 기업의 연계 및 정부의 지원 역시 절실하다. ‘둘이나 셋’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할 때 가정도 사회도 경제도 행복공동체가 될 수 있다.

부산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