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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칼럼] 청년실업·빈곤 해소해야 저출산 추세 꺾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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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1-18 19:14:29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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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의 2017년 고용 동향을 보면 지난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9%이고 체감실업률은 22.7%였다. 청년 10명 중 1명이 실업자이지만 실제로는 4, 5명 중 1명이 실업자라는 말이다. 연도별 전체 실업률은 변동이 별로 없는데 청년 실업률은 꾸준히 증가했다. 실제로 2001년 전체 실업률과 청년 실업률은 4.0%와 7.9%였는데, 2017년에는 각각 3.7%와 9.9%로 나타났다. 지난 16년 동안 청년 실업률만 증가한 것이다.
   
높은 청년 실업률은 청년 빈곤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30세 미만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저소득 청년 가구’의 한 달 소득은 78만1000원에 불과했다. 더 중요한 점은 ‘저소득 청년 가구’의 월 소득이 해가 갈수록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2013년 90만8000원, 2014년 81만 원, 2015년 80만6000원, 그리고 2016년에는 78만1000원에 그쳤다. 이런 저소득 청년 가구의 증가 때문에 지난 수년 동안 청년층의 가처분소득은 줄어들었다. 모든 연령층에서 매년 경상소득이 늘었는데 유독 청년층만 줄었던 것이다.

2017년 1인 가구의 최저생계비는 167만 원이다. 상당수의 청년 가구는 월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한다. 돈 쓸 곳은 많은데 가처분소득이 부족하면 빚을 낼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청년 빈곤은 청년 부채의 증가로 연결된다.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단연 눈에 띄는 대목은 30세 미만 가구주의 부채 증가다. 2017년 3월 말 현재 이들의 평균 부채는 2385만 원으로 1년 전에 비해 704만 원 늘었다. 전년 대비 41.9% 증가한 것이다. 동일 시점에서 전체 가구의 평균 부채는 7022만 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03만 원 증가했다. 전체 가구의 평균 부채는 전년 대비 4.5% 증가한 것이다. 물론 청년 부채의 상당 부분은 주로 소득 상위 20%에 속하는 청년 가구의 주택 구입이나 각종 투자를 위한 것일 텐데, 이 부분은 나의 관심사가 아니다. 나는 청년 실업 때문에 또는 비정규직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느라 청년 빈곤에 빠지거나 청년 부채를 짊어진 청년들의 문제인 ‘청년 실신시대’(실업과 신용불량을 묶은 신조어)를 다루려는 것이다. 실신시대의 청년들은 ‘흙수저’의 처지를 비관하고 ‘헬조선’을 원망하며 미래의 희망을 포기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청년 실업은 경제의 저성장 추세만으론 설명하기 어렵다. 더 본질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거대한 격차가 그것이다. 청년 실업은 불경기로 생기는 일시적인 문제라기보다는 대기업 등 좋은 일자리가 한정돼서 나타나는 구조적인 문제다. 실제로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구인난을 호소한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는 급여가 낮고 근무환경이 열악하고 미래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기업은 고용 없는 성장 때문에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결국 경제민주화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를 해소하고 다양한 중소기업이 청년들이 갈 만한 좋은 일자리가 되도록 혁신적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전환해 시장에서 청년들이 갈 만한 좋은 일자리의 저변을 넓히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보육, 교육, 의료, 요양 등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청년들이 원하는 정규직의 좋은 일자리를 제도적으로 더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 선진 복지국가들은 이미 이들 사회서비스 분야가 일자리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입증했다.
청년 실업과 청년 빈곤을 해소하려면 일자리 중심의 경제적 해법만으론 부족하다. 제도적 복지를 확충해 청년들의 지출을 줄여줘야 한다. 당장 등록금 부담을 없애고, 정부의 고용지원 서비스를 통해 취업 준비 과정에 소요되는 비용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청년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대폭 확대해 주거비 부담도 줄여야 한다. 이것이 제도적 복지를 통한 사회 임금이다. 이것의 비중이 커지면 시장 임금의 상대적 중요성은 그만큼 작아진다. 결국 복지를 통한 사회 임금은 청년 실업과 청년 빈곤 문제의 해결을 보다 쉽게 해준다.

지금의 20대와 30대는 연간 약 70만 명이 출생했다. 이들은 외환위기 이후의 양극화 사회에서 상위 10%의 좋은 일자리를 놓고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을 벌여온 세대다. 이 과정에서 누적된 ‘패배한 청년들’의 긴 대열에 20대 청년들이 새로 합류하고, 사실상의 실업 또는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는 청년들의 거대한 흐름이 형성된다. 그런데 이것도 길게 보면 한시적이다. 14세 이하의 아동은 연간 40만 명대가 태어났고, 15∼19세도 연간 60만 명 정도만 출생했기 때문이다. 10년만 지나면 인구학적으로 청년 실업은 저절로 해결될 개연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추세는 정말 심각하다. 1970년에는 100만 명이 태어났다. 1990년대 전반기만 해도 연간 70만 명대가 출생했다. 1990년대 후반기에는 60만 명대로 줄었고, 2002년부터는 연간 출생아 수가 40만 명대에 그쳤다. 2016년 40만6000명 출생을 마지막으로 40만 명 선마저 무너졌다. 2017년 출생아 수는 35만 명 수준이다. 이 추세대로 간다면 2022년에는 30만 명 선까지 붕괴될 전망이다. 저출산 추세를 꺾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지속가능하기 어렵다.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지금 인구 대통령이 요구되는 이유다.

   
지금부터 5년이 매우 중요하다. 청년 실업과 청년 빈곤을 해결하고 ‘청년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야 출산율이 높아지고, 그래야 최악의 저출산 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을 위한 제도적 복지는 시장 임금에 대한 요구 수준을 낮추어 중소기업 일자리가 청년들이 갈 만한 곳이 되도록 해준다. 문재인 정부와 정치권은 공무원 일자리를 포함해 청년들이 갈 만한 양질의 일자리 확충에 전부를 걸어야 한다. 향후 5년은 저출산 추세를 꺾기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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