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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올해는 어디 땅 사면 됩니까? /김승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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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1-15 19:34:56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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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어디에 땅 사면 됩니까?” 일반인 대상 건축 강좌 수업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건축가가 점쟁이도 아니고, 이런 질문은 마치 한 해 운세를 묻는 것처럼 들린다. 갑부도 아닌 나에게…. 사람 보는 눈이 참 없으시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중 몇 분에게는 허를 찔린 것 같은 섬뜩함을 느낀다.

사실 건축가만큼 이 대답을 잘 할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어떤 땅이건 개발되기 전에 선행해야 하는 개발구상이나 계획을 수행하는 직업 특성 때문이다. 특히 나처럼 도시 영역을 넘나들며 계획과 자문을 하고, 평소 짬 날 때마다 위성지도 들여다보기를 게임처럼하는 사람은 할 말이 많다. 그런 내게 어디에 땅을 사야 하냐고 묻는 건, 이제 좀 친해졌으니 아는 정보를 건네라는 무언의 압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동안 수많은 땅을 들여다보면서 깨달은 점은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사연 없는 무덤이 없다’는 속담처럼 땅값도 싸건 비싸건 다 그럴 만한 이유로 적정한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그러니 다른 사람에게는 안 보이고 나한테만 싼 땅을 찾는 것은 모래사장에서 금 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보통사람에게 땅이 매물로 올 정도면 이미 수많은 사람의 검토를 거쳤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투자 가치가 있는 땅을 찾는 건 무슨 의미일까?

땅값의 변동은 수많은 요인이 결합하여 타협점이 형성된 땅의 가치에 변수가 생긴다는 것이다. 땅은 생물 같아서 끊임없이 변하지만 그중에서 땅값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는 소위 ‘돈’과 ‘권력’, 즉 ‘시장’과 ‘제도’이다. 땅도 상품인지라 수요와 공급의 조절부터 광고와 마케팅 등 소비자의 구매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고도의 정신 조작까지 온갖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또 다른 강력한 지가 변동 요소는 공공의 개입이다. 법과 제도, 정책 등은 땅에 작용하고 있던 ‘게임의 룰’을 한꺼번에 바꾼다. 도시철도나 도로 등 공공시설의 입지를 발표하는 순간 어떤 땅은 대박이 터지는 것이다. 크게는 그린벨트를 풀고, 특정 지역을 향후 도시개발거점으로 정하는 것부터 온갖 재개발법, 용도지역 지구나 건물 높이 기준 변경까지 정책 하나가 바뀔 때마다 땅의 가치는 요동칠 수 있다.

따라서 어디가 땅값이 오를지 예상하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정책이 바뀌어서 공공이건 민간이건 자본이 투입되는 곳이 투자 1순위 지역이다. 종종 도시재생지역에 나타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소위 전문가들은 대단한 문제처럼 이야기하지만, 거창한 정책으로 한 지역에 순식간 돈과 사람을 모으고 온갖 홍보를 해대는데 그 땅의 가치에 변화가 없으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대형개발 비리 때마다 시장과 권력의 밀착 관계가 연루되어 있는 것은 다소 위험하긴 하지만 그게 값싸고 손쉽게 돈 버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순진한 사람은 값싼 좋은 땅을 찾지만, 권력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은 싼 땅을 사서 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특히, 어떤 사회가 공과 사 구분 없이 모두 형님 동생이 되어 있고 부정부패에 둔감하다면 말이다.
그런 비리가 아니어도 위험의 소지는 어디나 도사리고 있다. 장난으로 던진 돌이 개구리를 죽일 수 있듯이 깊은 생각 없는 정책 하나가 조용한 마을과 지역을 소용돌이치게 할 수 있다. 이 정부도 도시재생사업으로 올해부터 5년간 1년에 10조 원씩 총 50조 원을 전국 500개 사업장에 투자하겠다고 한다. 소외된 지역에 관심을 갖는 것은 환영할 일이겠으나, 지금까지 도시재생의 경험으로 미루어봤을 때, 제대로 된 조사와 연구, 자발적인 주민의식이 없는 곳에 사업을 시한폭탄처럼 밀어붙이는 것은 기대보다 걱정을 불러일으킨다. 더구나 올 6월엔 지방선거가 열리는데 또 얼마나 많은 후보가 무슨 무소불위의 권력처럼 정책과 제도를 통한 지역발전을 들먹일지 걱정이다.

깨어 있어야 한다. 온갖 시장과 그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은 매스 미디어의 유혹에 빠지지 않으려면 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염원하는 우리의 최대 가치가 더는 물질적 풍요가 아님을 고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가볍게 여겨 그것으로 눈먼 이익을 얻어 보려는 탐욕에서 벗어나려면 맑은 정신으로 도대체 이번에는 누가 어떤 정책을 만들고, 바꾸어 국민의 세금을 어디에 쏟아부으려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아야 한다. 바로 그곳이 땅값이 올라갈 곳이고 누군가가 그 득을 볼 지역이기 때문이다.

일신설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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