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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이국종 신드롬이 끝날 때 /김부경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1-14 18:49:43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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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 의료계에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여러 발의 총상을 입고 귀순한 북한 병사를 극적으로 살려낸 사건과, 4명의 어린 생명이 불과 몇 시간 만에 같은 공간에서 일제히 사망한 사건이다. 앞선 사건의 주인공 이국종 교수는 온 국민의 영웅이 되었지만, 신생아 중환자실 담당 의사는 국민적 비난에 시달릴 뿐만 아니라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라는 중한 죄까지 적용될 예정이다.

이 사건들은 국민이 의료계에 바라는 바를 고스란히 내포하고 있다. 국민은 의사라면 으레 위중한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실력이 있고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응급상황에 상시 대기하고 있기를, 병원이라면 으레 안전하고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곳이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이국종 교수에게 그토록 열광하고, 반대로 이대목동병원 사건에 그토록 실망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대부분의 병원은 이국종 교수의 외상센터보다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실에 가깝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정반대의 결과로 나타난 이 두 가지 사건들은 본질적으로는 비슷한 문제에서 출발한다. 우리나라 필수의료영역의 체계적 부실함과 인력 부족이다.

다발성 총상을 입은 귀순병사가 왜 이국종 교수가 있는 외상센터로 갔을까. 사건 발생지점에서 수원에 있는 아주대병원 외상센터까지는 거리상 더 가까운 4개의 외상센터가 있었다. 환자가 위중한 상태였던 만큼 더 가까운 곳으로 가는 것이 상식적이다. 또 환자는 민간인이 아니라 귀순 병사였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군대 내의 병원도 다른 외상센터도 다발성 총상을 입은 군인을 살릴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인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신생아 사망 사건 당시에 소아과에는 당직 의사가 2명 있었다. 이들은 신생아 중환자실뿐만 아니라, 소아병동과 소아응급실도 책임지고 있었고, 한 달에 10일 이상 당직을 서고 있었다. 일본의 경우 신생아 중환자실 소아 1인당 전문의 1명과 간호가 2명이 전담하는 상황과 비교하면, 이것이 얼마나 터무니없이 적은 인력인지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체계적인 응급의료 시스템과 적절한 환자 안전관리, 그리고 이를 시행할 수 있는 충분한 인력이 필요하다. 이 모든 일에는 충분한 예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이국종 교수가 6발의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살리면서 국민적 영웅이 되었던 2011년 1월 당시 석 선장의 치료비는 총 2억 5500만 원이었다. 그러나 병원은 건강보험으로부터 8800만 원만을 받았을 뿐이다. 그렇다면 평소 다른 환자들의 치료비는 어떠할 것인가? 중증외상센터는 환자를 살리면 살릴수록 어마어마한 규모의 적자가 나는 곳인 셈이다. 이는 중환자실도 마찬가지다. 중한 환자를 보면 볼수록 적자가 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안전한 병원을 기대하는 것은 모순이다.

이 두 사건은 근본적 해결과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마무리되는 듯하다. 귀순 병사 사건 이후 이국종 교수는 외상센터의 만성적 적자 문제를 이슈화했고, 국민은 이국종 교수에게 더 많은 재정을 지원할 것을 청원했다. 정부는 석 선장의 밀린 치료비 1억6700만 원을 이제야 대납하기로 했고,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에 예산을 증액하기로 했다. 국민은 개인적인 후원금까지 보내고 있다. 반면 신생아 사망 사건의 담당 의사와 간호사는 법적인 처벌은 면하기 어렵게 되었고, 이대목동병원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종합병원으로 강등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앞으로 신생아 중환자실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재정이 더욱 부족하게 될 것을 의미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국종 교수의 삶이 부각되면 될수록 외과 지원자는 더 줄고 있다. 이번 사건 이후 신생아 중환자실 지원자도 더 줄어들 것이다. 의사 수가 늘어도 필수의료영역의 인력난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한 사람의 영웅에게 의존하는 것은 환자의 죽음을 한 사람의 과실로 처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험하다. 그 막중한 책임을 지고자 하는 사람은 없다. 이제는 이국종 신드롬을 끝내고, 모든 병원이 마땅히 안전한 곳이 되도록 근본적 해결 방향에 온 국민의 힘을 모아주었으면 한다.

고신대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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