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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창 교수의 에너지전환 이야기] <25>탈핵희망 국토도보순례에 나선 사람들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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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1-14 12:5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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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일째 우리 국토 4900㎞를 걸어온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2013년 6월부터 여름, 겨울 방학을 이용해 벌써 6년째 전국의 핵발전소와 서울 광화문을 오가며 거미망처럼 걷고 있는 시민들이 있다.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단(단장 성원기 강원대 교수). ‘탈핵희망!’이란 한마디 구호로 후손들과 온생명에게 핵발전소와 핵무기 없는 온전한 세상을 물려주고자 탈핵희망을 담아 기도하며 걷는 모임이다. 6년 전인 2013년 6월 6일 부산 고리핵발전소에서 시작해 동해안 춘천 서울 광화문 서해안 남해안을 돌아 다시 고리까지, 다시 고리에서 부산 대구 대전 서울 광화문까지, 다시 영광에서 광주 대구 경주 월성까지, 다시 고리에서 포항 영덕 안동 원주 여주 광주 서울 광화문까지, 다시 영광에서 광주 군산 당진 안산 인천 서울광화문, 다시 대전역에서 공주 천안 수원 임진각 연천 서울 광화문까지 275구간 4877㎞를 순례한 이들이다.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단이 지난 1월 12일 고리원자력본부 앞에서 ‘탈핵희망’을 외치며 한달간의 국토순례 대장정에 나서면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단 제공
2018년 다시 부산 고리에서 창원 대구 상주 문경 충주 원주 양평 남양주를 걸쳐 서울 광화문까지 30일간 583.7㎞를 탈핵희망 국토도보순례로 이어간다. 차가운 아스팔트길, 영하의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국토를 도보순례하는 이들의 바람은 오직 ‘탈핵희망 한국’의 메시지를 온 국민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난 1월 12일 금요일. 도보순례단은 오전 8시30분 고리핵발전소를 출발해 기장군청을 거쳐 성공회 기장성당까지 13.9㎞를 걷고 1박을 한 뒤, 13일 토요일 성공회 기장성당을 출발해 해운대를 거쳐 광안성당까지 17.9㎞를 걷고 광안성당에서 1박을 했다. 이틀간 도보순례단에 합류한 사람들은 성원기 교수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15명. 필자도 1월 13일 토요일 오후 해운대역에서 이들 도보순례단과 합류해 약 2시간을 걸어 광안성당에 도착했다.

성 교수는 올해 탈핵희망도보순례를 시작하며 고리핵발전소 앞에서 다음과 같은 각오를 밝혔다. “핵발전소 없는 세상, 핵무기 없는 안전한 세상을 위하여 2018년 1월 12일 고리핵발전소를 출발하여 문경새재를 넘어 서울 광화문까지 30일을 한번에 걸어 2월 10일 서울 광화문까지 또다시 겨울 찬바람을 견디며 온몸으로 탈핵을 희망하는 모든 이와 함께 걷고자 합니다. 핵발전소가 있는 한 핵사고의 위험은 늘 우리 곁에 있으며, 핵무기가 있는 한 핵전쟁은 언제나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단 한번의 핵사고와 핵전쟁으로 모든 생명은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잃습니다. 지진이 한반도를 흔들고 있습니다. 이번 포항지진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이런데도 신고리5,6호기 공론화 결정이 합리적인 결정이었는지를. 아마도 공론화 기간에 포항지진이 났다면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은 무조건 공사중단으로 결론이 맺어졌겠지요. 그러면 공사재개로 결론이 난 이후인 지금 지진이 났기 때문에 신고리5,6호기 공사는 해도 되고 그 발전소는 안전이 보장되는 것인가요? 우리는 다시 생각해야합니다. 자연재해 앞에 어떠한 인공구조물도 깨질 수 있으며 핵발전소가 깨지는 날 우리나라는 생존기반인 땅과 함께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왜 누구를 위하여 핵발전소를 끌어안고 살아야 할까요? 포항지진의 경고를 들어야 합니다. 거의 공사가 마무리 단계인 신고리4호기, 신울진1,2호기, 공사 재개 결정난 신고리5,6호기 즉각 공사를 중단하고 백지화하여야 합니다. 노후 핵발전소 꺼야합니다. 그래야 우리나라가 살 길이 열립니다. 전 세계 핵발전소 시대를 마감해야 합니다. 그리고 북한의 핵무기를 포함하여 전 세계의 핵무기는 폐기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인류를 비롯하여 지구상 온 생명이 살 생명의 길이요, 평화의 길입니다.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 생명을 살리기 위한 순례길, 한 분 한 분이 나의 길로 받아드려 한 걸음씩 함께 이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단이 6년간 걸어온 약 4900km의 여정을 그린 지도
이번 탈핵도보순례단은 30일간 구간을 나눠 성 교수를 중심으로 지역의 뜻있는 사람들이 2~3일씩 결합하는 릴레이 걷기 방식이다. 참가자 중에 천주교 신자들이 많아 순례코스도 지역의 성당들을 중심으로 숙소로 잡은 구간이 많다고 했다.

13일 광안성당에 도착한 이들은 짐을 풀기 전에 성당 교육관에서 순례소감을 서로 나눴다.

먼저 경주에서 온 박진만 씨가 먼저 말을 꺼냈다. “저는 우리시대가 탈핵에너지전환을 위해 가정집에서 태양광을 직접 생산할 수 있도록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탈핵에너지전환을 위해 우리 국민들이 가정마다 에너지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함양에서 온 안성혜 씨는 직접 태양광패널을 설치한 사례를 얘기했다. “경기도 일산에서 살다 1년 전 경남 함양으로 옮겨 살고 있는데 집에다 태양광시설을 설치하고 나니 첫달 전기요금이 0원이었습니다. 일부러 많이 써보아도 한달에 1만 원을 넘지 않았습니다. 원전에만 의존하지 않고 가정집에서도 이처럼 태양광발전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고, 우리들도 이런 의지를 갖고 하다보면 멀지 않아 탈핵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저는 다니면서 이런 저의 이야기도 시민들에게 하고 싶습니다.”

   
2018년 겨울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 일정을 담은 웹자보
중고생 자녀 김예주(고1), 범혁(중1) 군과 범혁 군의 친구 김내영 군과 함께 도보순례에 참여했다는 경주에 온 윤지현 씨는 “낮에 탈핵홍보 전단지를 나눠주는데 받지 않는 분도 있고, 한분은 도보순례단을 보고 ‘빨갱이’라고 손짓하며 함부로 말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 송정터널을 지나면서 느낀 것인데 터널의 끝이 있듯이 우리 국민들의 의식도 어느 순간엔 진정한 탈핵에너지전환의 길로 갈 것이라고 믿으며 아이 손을 잡고 함께 이길을 꿋꿋하게 걸어가야 겠다고 다짐했어요.”라고 말했다.

스스로를 ‘길위의 사람’이라고 말한 김창환 씨는 “어제 오늘 길을 걸으면서 어제는 춤꾼도 함께 했는데, 앞으로 이런 도보순례도 다양한 재능이 있는 분들이 많이 오셔서 서로 어우러져 춤과 노래, 문화로 풀어내고 지역주민들과 공감을 만들어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김해에서 온 양은희 씨는 “며칠 뒤 순례코스가 제가 살고 있는 김해를 통과하기에 우리 지역사람들에게도 도보순례를 소개하고 싶어 오늘 미리 와서 순례단을 만났습니다. 내일 지역의 지인들에게 도보순례를 좀 더 적극 소개하고, 김해지역을 지나실 때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경주 안강에서 왔다는 박현숙 씨는 “길을 가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진심을 전하는 게 중요한데, 나비효과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집에 해야 할 일이 있어 오늘 저녁에 헤어져야 하는 게 못내 아쉽습니다.”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1월 13일 부산 해운대 요트경기장 앞에서 인도에서 마린시티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단. 사진=김해창
한 사람 한사람 돌아가면서 얘기를 나눴는데 대체로 홍보전단지를 나눠줄 때 처음엔 어색하거나 거절할 때 참 무안했는데 어느새 전단지 나눠주는 게 익숙해졌고, 또한 도보순례단에게 ‘수고한다’며 격려하는 목소리도 많이 들어 비록 날씨가 추워도 도보순례를 하면서 오히려 힘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에 이어 참여했다는 정병철 수사(광주), 이광옥 수녀(양주)는 이구동성으로 “도보순례가 처음에는 힘든데 며칠 하고 나면 은근히 중독증이 있다”며 “앞으로도 시간 되는대로 참여할 생각”이라고 했다.

광안성당에 들어간 도보순례단은 십자가 앞에서 다음과 같은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기도문’을 바쳤다.

‘창조를 통해 평화를 선물하시는 하느님! 당신께 찬미와 감사와 흠숭을 드립니다. / 당신의 창조는 우리 인간을 통해, 모든 자연을 통해 그리고 새로움을 경험하는 모든 사건을 통해 오늘도 이어지는 당신의 신비임을 우리가 알게 하소서. / 자연을 통해우리가 당신을 경험하게 하시고 자연의 흐름을 통해 온 세상이 당신의 성사임을 체험하게 하시며, 자연과 인간의 일치를 통해 당신의 현존이 완성되게 하소서. / 자연을 보존하고 사랑하는 것이 평화를 이루는 참된 길임을 깨달아 당신의 창조 질서 안에서 당신을 알고 하나가 되도록 우리를 이끄소서. / 당신의 창조 작품인 자연이 모든 이를 위해, 특히 당신을 닮은 가난한 이들의 선익을 위해 온전히 사용됨으로써 당신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소서. / 온 세상 창조주이시며 창조를 통해 평화를 완성하시는 하느님 아버지와 당신의 뜻을 이 땅에 펼치신 우리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1월 13일 목적지인 부산 수영구 광안성당에 도착한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단. 사진=김해창
이들 순례단은 14일(일) 광안성당을 출발해 부산시청을 거쳐 구포성당까지 15.7㎞를, 15일(월)에는 구포성당을 출발해 경남 김해시청을 거쳐 임호성당까지 17.7㎞를, 16일(화)에는 임호성당을 출발해 창원 대방동성당까지 25.1㎞를 걷는다. 이들은 매일 오전 8시 30분에 출발하고 도착은 오후 4, 5시쯤이다. 탈핵평화에 관심있는 시민이면 누구나 언제든지 참가할 수 있다. 탈핵깃발과 같은 순례용품은 순례단에서 제공한다. 1월 18일(목)에는 칠원성당에서 ‘탈핵순례 5000㎞ 기념미사’를, 2월 5일(일)에는 경기도 양평 단월면 사무소 인근에서 ‘탈핵순례 300일 기념미사’를 그리고 2월 10일(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12시 탈핵미사 오후 1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이 행사는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초록교육연대’, ‘탈핵에너지교수모임’이 함께 하고 있다. 참가를 원하는 시민은 성원기 교수(010-6375-6354)에게 직접 전화를 하면 된다.

성 교수는 “에너지전환에 앞서 생명평화의 마음을 함께 나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신고리5,6호기가 가동되고 60년 뒤인 2084년에 가야 핵발전소가 이땅에서 자연소멸된다는 것은 현세대의 미래세대에 대한 무책임의 극치로 우리 정부도 좀 더 분명하게 탈핵연도를 앞당기는 로드맵을 국민들에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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