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 해수담수화시설을 놓고 국토교통부와 부산시의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기장 해수담수화시설은 부산의 취수원 다변화와 우리나라 향후 물 산업의 미래를 위해 추진됐다. 차세대 취수원이자 미래성장동력인 물 산업의 핵심으로 추앙받던 시설이 3년 만에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불거진 방사능 오염 논란으로 제대로 된 통수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수난을 겪다 현재 가동이 중단된 사태다. 이제는 서로 가져가라고 떠미는 꼴이다.

이번 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주민의 극심한 반대로 물을 공급하지 못한 것이다. 2014년 12월 시설 완공 이후 통수가 제대로 됐다면 유지관리비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해수담수화시설의 위치 선정에 있어 조금만 더 시민의 마음을 헤아렸다면 사태가 이렇게까지 확대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아무리 깨끗하고 좋은 수돗물이라도 ‘수돗물’이라는 이유만으로 전체 소비자의 30%는 아예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사업 주체인 국토부와 부산시는 ‘기장 앞바다는 청정하다’며 안일하게 위치를 선정했다. 또 완공 시기를 전후해 이 같은 반대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사업 주체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노력했는지 되묻고 싶다. ‘시간이 가면 주민의 반대가 누그러지겠지’ ‘어떻게든 공급하면 받아들이겠지’라고 쉽게 생각한 것은 아닌가.

거기다 국토부가 지난해 갑자기 조기 무상양여를 추진하면서 선택적 급수마저 무산됐다. 2015년부터 무려 3년간이나 통수가 이뤄지지 못했다. 유지관리비용에 대한 문제가 불거진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렇다면 국토부를 비롯해 부산시 두산중공업 등 삼자가 머리를 맞대 어떻게 사태를 해결할 것인지를 고민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이들은 협의를 하기는 했느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책임을 상대에 떠넘겼다.

서로 떠넘기식 대응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국·시비 민자 등 무려 2000억 원의 비용이 들어간 시설이다. 더욱이 미래 물 산업의 하나로 꼽히는 해수담수화의 실용화를 알아보는 첫 테스트베드다.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지만 삼자가 해결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못 풀 문제도 아니다. 무엇보다 현재 시설 소유 및 운영권을 가진 국토부가 뒷짐만 지는 자세를 버리고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부산시도 ‘이제 모르겠다’는 식의 태도를 버리고 문제 해결을 위해 좀 더 인내심 있게 사업을 추진하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사회1부 c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