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개는 아주 친근하고 밀접한 동물이다. 약 800년 전, 불이 난 집안의 주인을 살리기 위해 온몸에 강물을 적셔 불길에 뛰어들었다는 ‘오수의 개’ 설화처럼 개는 아주 먼 옛날부터 사람과 교감하며 정을 나눠왔다. 지금도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이 반려견을 가족의 구성원으로 여기고 정서적인 안정을 얻고 있다. 그만큼 개는 인간에게 있어 단순한 가축 차원 이상으로 각별한 존재이다.

이렇게 특별한 동물이 2018년 무술년의 상징이다. 인류와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가축인 만큼, 그리고 지난해가 워낙 격변의 해였던 만큼 이번 ‘황금 개띠의 해’는 희망차고 밝은 소식으로 가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는 언론학에서도 등장한다. 언론의 역할을 개에 비유해서 쓰는 용어가 몇 개 있다.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감시견’으로써의 기능이 제대로 수행됐을 때, 해당 언론을 ‘워치 독(watchdog)’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언론이 권력에 동화되고 기생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우리는 그것을 ‘랩 독(lapdog)’이라고 부르며, 중요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눈을 감는 언론은 ‘슬리핑 독(sleeping dog)’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언론 자체가 기득권 구조에 편승해 이익을 추구하는 권력이 됐을 때, 그들은 ‘가드 독(guard dog)’이 된다.

새해의 새로운 시작에 앞서, 지난 한 해 동안 국제신문을 포함한 우리나라 모든 언론이 ‘워치 독’으로써의 역할을 충실히 했는지 반성과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2017년은 그야말로 격동의 해였다. 무엇보다 숨 가쁘게 정권이 바뀌었다. 국정 농단에 이어 전 대통령이 구속되며 새 정부가 탄생했고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하지만 국정원의 특수 활동비가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쓰이고, 과거 여론 조작에 군이 개입한 정황 등 지난 정권의 또 다른 폐단이 뒤늦게 떠오르면서 온 국민을 분노케 만든 한 해이기도 했다.

끊이지 않는 비리와 위선 앞에서 우리나라 언론은 비판정신을 갖고 충분히 문제를 제기했는지, 혹여나 보복이 두려워 ‘랩 독’ 혹은 ‘슬리핑 독’의 자세로 방관하진 않았는지 자신을 스스로 돌이켜 봤으면 한다.

2014년 세계일보가 처음으로 ‘정윤회 문건’을 특종 보도했을 때 다른 언론사들도 정부를 향해 적극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면 국정 농단 사태가 이렇게나 사사롭게 벌어질 수 있었을까? 당시 보도로 인해 세계일보가 탄압될 때 다른 언론은 일제히 숨을 죽이고 있었다. 이런 ‘슬리핑 독’은 더는 재현되어선 안 된다.

최근에도 ‘국정원 특수 활동비 청와대 상납’ 비리가 드러났듯, 보이지 않는 권력은 여전히 오만과 독주를 일삼고 있다.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책 추진이나 검경의 임무 수행도 물론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워치 독’의 활약에 더욱 기대를 걸고 싶다. 모든 언론이 권력의 부조리에 맞서 의문을 제기하고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지며 ‘워치 독’으로써의 제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그 진정한 ‘워치 독’ 언론 중 하나가 국제신문이길 바란다.

정치 외적으로도 다사다난했던 2017년이었다. ‘살충제 달걀’ ‘햄버거병’ ‘감염 소시지’ 사태처럼 먹거리에서 악재가 가득했다. 그리고 온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어금니 아빠’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처럼 흉악범죄의 정도는 갈수록 심각해졌고, 아직도 우리 사회에 안전 불감증이 존재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포항 지진’ ‘제천 화재’ 참사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꼭 책임자 처벌과 진상 규명부터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 제천 화재 참사 때도 그랬다. 특정 언론을 비롯한 일각에서 화재가 발생한 원인 및 본질보다는 소방관의 초기 대응에 시선 집중하며 ‘늑장 대응’을 논하고 있었다. 물론 책임과 진상 규명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대한 것은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더욱 안전한 사회를 위해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춰 의문을 제기하는 ‘워치 독’ 국제신문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더 나은 2018년을 위해 과거를 되짚어볼 소중한 시기다.

경성대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