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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얼음 올림픽을 따라오는 ‘얼음혁명’ /변희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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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1-01 18: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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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서울올림픽 때, 대한민국이란 네 글자가 중천의 태양처럼 등장하더라.” 중국 연변을 여행할 때, 조선족 동포들에게서 들은 말이다. 그 전에는 대한민국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수출을 수십 배 늘리는 계기로 삼자며 당시 전 국민이 단합하여 10여 년 부산떤 결과였다.

그런데 평창동계올림픽이 달포 앞인데도 별다른 동향이 보이지 않는다. 수출 도약 등의 기회로 활용해 보자는 의욕은 안 보이고 금메달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인류 문화의 다음 발전 단계가 ‘얼음 혁명’일 것임을 인식하지 못한 때문일 것이다.

기원전 2070년, 중국의 순임금이 황하의 홍수를 다스리면서 최초의 고대국가 하(河)나라가 탄생하였으니 바로 물 혁명이다. 1796년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하면서 인류 과학문명은 급속 발진을 시작했으니 이것이 수증기 혁명이다. 물과 수증기, 그 다음이니 바로 얼음 혁명일 것이다. 물 혁명의 앞 단계는 불이었다. 얼음 혁명의 다음 단계는 공기일 것이다.

아직 인류문명이 자연 얼음과 접선한 흔적은 많이 발견되지 않는다. 얼음동굴에서는 겨울에 내리는 눈비가 얼음으로 쌓였다가 여름에 녹아 강물이 된다. 그래서 여름에 비가 안 와도 가뭄 피해도 녹조도 없다. 주로 동유럽에 많은데 슬로바키아에는 이런 동굴이 6000여 개가 된다. 빙하는 연중 내내 고위도에 방치된 채이지만, 지구 기후를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외의 얼음은 주로 냉장고를 통해서만 인간과 접촉하고 있다. 냉장고에서 자연으로 나와야 혁명이 시작될 것이다.

대한민국에는 빙하도 얼음동굴도 없으나, 차세대 얼음 혁명을 초래할 만한 특유의 자연 얼음이 있다. 전북 진안군에 있는 마이산의 솟는 고드름이 첫째이다. 마당에 떠놓은 주발이나 나뒹구는 낙엽에서 고드름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신비한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외국에서도 더러 발생하지만 과학으로 탐구된 흔적은 아주 귀하다. 한국에서는 지속적으로 관찰되고 연구되어 이제는 가정용 냉장고로 누구나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로까지 왔다.

둘째는 밀양의 얼음골이다. 얼음이 겨울에는 없고 여름에는 있다. 영하 21도의 겨울 날씨에도 14도의 더운 공기가 솟아 나온다. 인근의 겨울비가 여기서는 어는 비가 되어 오솔길을 모두 빙판길로 만든다. 마이산 못지않게 풍치도 수려하다.

셋째는 얼음낚시 문화이다. 화천의 산천어축제 외에도 여러 지역에서 빙어와 송어를 낚시하는 겨울축제가 열린다. 물고기가 잘 자라는 여름과 얼음이 풍부한 겨울을 함께 보유한 지역이라야 유리한 행사다. 결빙이 부족해 축제 기간이 연기 또는 생략되는 불편이 있었으나, 이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축빙 기술을 발달시켰다. 파로호에서 흘러오는 북한강에는 단 한 조각의 얼음도 없는데, 100m 남짓 떨어진 화천의 축제장에는 얼음 위로 승용차가 다닐 정도다. 올림픽을 통해 세계적 명품행사로 도약할 수도 있을 텐데 별 대책을 세우지 않은 모양이다.

넷째는 금원산, 비슬산, 칠갑산 등에서 시공되는 얼음 동산이다. 물을 냉기에 노출시켜 얼리는 방법으로 얼음집이나 얼음폭포를 만들고, 얼음 안에 조명을 설치한다. 유명한 레이크루이즈, 용경협, 하얼빈 등의 얼음축제와 비슷하나, 얼음이 부족하여 규모가 작다. 그래서 생긴 축빙 기술의 필요가 지구 온난화를 막는 대책을 개발해 냈다.

태양열을 우주로 반사하여 지구를 식히자는 고안인데 얼음을 반사경으로 이용한다. 아직은 이론단계이나 한국과 미국에 특허등록이 되어 있다. 온난화로 인한 재해가 심각해질 때 즉각 실행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아직 이만한 것이 없다.
여섯째는 얼음과 연관된 특유의 음식이니 얼음골 사과, 구룡포 과메기, 가조 딸기 등이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한국의 사과, 과메기, 딸기가 각국 기자단의 입맛만 잡아도 절반의 성공이다. 마이산과 얼음골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거나, 한국의 축빙기술이 홍수 가뭄 녹조를 해결하는 기술로 발전되거나,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합의를 도출한다면 혁명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금메달 숫자는 목표가 아니라 촉매이다. 88 서울올림픽에서는 촉매에 보다 더 몰두하여 ‘중천의 태양’이 될 수 있었다.

부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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